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발표된 이달 15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이 통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경제]
국내 자영업자들이 평균적으로 소득의 3배를 넘는 규모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1064조 원에 달했으며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LTI)은 344.5%에 이르렀다. 이는 연간 소득의 3.4배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출 잔액은 은행권에서는 소폭 감소했지만 대부업 등 비은행권에서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제공한 정책금융도 2013년 5조 6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15조 2000억 원으로 1.7배나 증가했다.
내수 침체로 자영업자들이 빚에 쫓겨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지만 주요 정당과 대선 주자들은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제도 개선 대책보다는 표심을 얻기 위한 자금 지원 정책 공약만 내놓고 있다. 정부는 최근 마련한 12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4조 147억 원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추경과 별도로 3조 5000억 원 규모의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추진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정책자금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현금 지원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자영업자들이 폐업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한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19.8%에 달한다. 이는 미국(6.3%)이나 일본(9.9%)보다 훨씬 높고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5%)을 웃돈다. 자영업은 이미 과포화 상태에 이르러 폐업률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퍼주기식 지원은 자영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경쟁력 악화를 초래할 뿐이다.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급변하는 산업구조에 적응해 생존할 수 있도록 구조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사업자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신용불량자는 14만 129명으로 전년 대비 28.8%나 증가했다. 자영업 부실이 금융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