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더불어민주당 호남권 순회 경선에서 김동연 후보가 연설을 하자, 한 민주당 당원이 지지 문구가 적힌 머플러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승연 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열린 더불어민주당 호남권 순회 경선이 26일 ‘민주당의 심장’ 광주에서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다.
이날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분위기가 뚜렷했다. 이재명 후보가 연단에 오르자 객석에서는 다른 후보들과는 확연히 다른 크기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 후보가 연설을 시작하자 “옳소”를 외치거나 이름을 연호하는 당원들의 모습도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2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연설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온 당원들도 적지 않았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정억진(58)씨는 “이재명 후보를 응원하려고 오전 6시에 집을 나섰다”며 “이번 경선은 후보 간 상호 비방 없이 비전을 공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후보가 내란 종식과 화합, 통합을 강조하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경선장에서는 일부 지지자들이 가발과 하트 모양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직접 제작한 응원가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도 보였다. 일행인 손태심(71)씨는 “이재명 후보를 응원하고 윤석열 탄핵과 관련한 뜻을 함께하기 위해 찾았다”며 “지난 3월에는 광주에서 서울까지 올라가 찬 아스팔트 위에 앉아 몸살을 앓았는데, 오늘은 축제에 온 것처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호남권 경선에서는 투표율 저조가 우려됐다. 초반부터 투표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각 후보 캠프와 당 지도부가 권리당원의 투표를 독려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에 ‘어대명’ 분위기 속 일부 당원들이 투표 참여를 망설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광주의 한 청년 당원인 이병기(33)씨는 “이재명 후보가 충청권과 영남권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모습을 보며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호남이 이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퍼지면서 투표 열기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왼쪽부터), 김경수, 김동연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이번 호남권 경선 투표율은 53.67%로, 앞서 치른 충청권(57.87%)과 영남권(70.88%)에 비해 낮았다. 이에 박범계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은 결과 발표에서 “지난 대선 때 호남권 권리당원 수는 21만명이었고, 이번에는 37만명으로 늘어났다”며 “절대적인 당원 수를 고려하면 투표율이 크게 낮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당원 사이에서는 당내 다양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동연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서울에서 온 노규철(43)씨는 “한 후보에 대한 과도한 쏠림은 민주당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김동연 후보처럼 실용적 보수 색채를 지닌 인물이 함께해야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