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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위해 육·해·공 총출동
신자들 “즉시 성인으로” 구호 외칠 듯
26일(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가 열릴 성 베드로 광장 앞 전경.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각) 낮 1시11분,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은 일순간 이탈리아 시민보호부가 보내온 알람 경보 소리로 가득 찼다.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조문하기 위해 수만 명이 광장 주변에 운집한 가운데, 4시간 뒤인 오후 5시 베드로 광장의 문을 닫겠다는 안내 문자 메시지를 바티칸 전역에 발신한 것이다. 교황청은 이날 저녁 6시를 끝으로 조문객을 받지 않기로 했지만, 밀려든 인파로 7시께 대성당 문을 닫을 수 있었다. 교황청은 지난 23일 오전 첫 조문이 시작된 뒤 이날까지 약 25만명이 교황을 조문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작별이 끝나고, 고요함을 찾은 대성당은 저녁 8시 교황청 궁무처장 케빈 패럴 추기경 주재로 교황이 누운 목관을 닫는 봉인식을 가졌다.

바티칸을 떠나 긴 안식을 취하기 위한 교황의 여정이 시작됐다.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조문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25일(현지시각), 교황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성 베드로 광장 앞에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30만 행렬 대비 드론·해군 구축함·특수부대 총출동 철통 보안

교황의 장례식은 종교 의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로마 현지 기준 26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오후 5시) 시작되는 장례미사엔 약 25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추산된다. 50개국 정상과 군주 10명을 포함해 160여개 이상의 대표단도 바티칸을 찾기로 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이 정치와 외교의 공간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뒤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첫 외국 방문으로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이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될지도 주목됐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4일 러시아가 키이우를 대규모로 공습한 뒤인 25일, 군사 회의 때문에 바티칸 방문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티칸으로 향하는 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비롯한 몇몇 정상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5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 있는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엔 총회 등 대규모 국제회의를 방불케 할 바티칸 상황을 고려해, 이탈리아는 정부 차원에서 보안에 극도의 경계를 기울이고 있다. 교황 유언에 따라 바티칸에서 로마 중심부 에스퀼리노 언덕에 위치한 산타 마조레 대성전까지 6㎞ 가량 관을 운구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베네치아 광장과 콜로세움 등을 거쳐 대성전을 가는 행렬도 천천히, 느리게 움직이기로 했다. 사람을 향했던 교황의 평소 철학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탈리아 언론들은 이때 약 30만명이 교황을 따라 대성전을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앞 모습. 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을 앞두고 보안이 강화되면서 군 병력도 투입됐다. 사진 장예지 특파원[email protected]

로마 시민과 교황을 보호하기 위해 이탈리아는 운구 행렬 구간을 모두 통제하고, 경찰과 육·해·공군을 모두 투입한다. 이탈리아 신문 코리에레델라세라는 경찰·육군의 지상 통제와 군사 기술이 결합된 ‘통합 방어 시스템’이 운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1만1000여명이 동원되고, 일반 경찰 2500명과 정보기관 요원 1000명 등이 배치된다. 공중에선 경찰 헬리콥터가 비행 감시를 계속하고, 지상에선 순찰대와 대테러 대응 부대, 외국 대표단이 파견한 군대가 거리 곳곳에 보일 전망이다. 지하 터널과 지하철역엔 특수 부대가 배치된다.

해상에선 로마 전역을 감시할 해군 구축함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로마 테베레강 근처에 정박한다. 대성당 주변 지역엔 테러 위협에 대비하여 원격 조종 드론을 무력화시키는 아르시디(RCD) 안티드론도 최소 5기 배치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렇게 최고 경계 태세를 갖추는 건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성 베드로 광장 “즉시 성인으로!” 축복 이어질까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이뤄질 장례 의식은 90여분간의 미사로 시작된다. 추기경단 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 주례로 시작될 미사는 252명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 집전한다. 이전엔 교황의 장례 미사는 추기경과 총대주교만 집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장례 예식을 대폭 간소화하는 개혁을 추진하면서, 장례식에 참석하는 모든 성직자가 미사를 주관하도록 규칙을 바꾼 것이다. 권위보다 겸손을 추구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대성당에 안치됐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한 목관은 광장 야외 제단에 놓인다. 그를 둘러싸고 펼쳐질 미사는 입당송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로 시작해 복음을 봉독하고, 레 추기경의 강론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라틴어와 이탈리아어로 진행되지만, 성경 낭독엔 스페인어와 영어도 쓰이고, 짧은 기도문은 아랍어와 폴란드, 중국어로도 읽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성수를 뿌리는 고별 예식을 치른 뒤 교황의 시신은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운구된다. 이때 신자들은 이탈리아어로 “즉시 성인으로!”(Santo Subtio)를 큰 소리로 외칠 수도 있다. 교황이 선종했을 때, 신자들이 그를 곧바로 성인으로 시성해 달라고 요청하는 축복의 구호다.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을 앞두고, 이탈리아 정부와 교황청은 주변 지역 교통을 통제하고,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준비에 나서고 있다. 사진 장예지 특파원

로마의 중심 관통한 교황의 마지막 길

미사가 끝난 뒤 교황의 관을 운구하는 느린 행렬은 ‘교황의 길’이란 의미의 ‘비아 파팔리스(Via Papalis)’를 통과한다. 중세 교황들이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즉위한 뒤,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교황좌(교황이 관할하는 주교 자리)를 인수할 때 이동하던 길이다. 운구 차량 뒤로는 교황의 가족을 비롯해 교황의 개인 간호사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 측근 보좌진 피에르조르조 자네티와 다니엘레 케루비니, 케빈 패럴 추기경, 레 추기경 등이 뒤따를 전망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 묻히길 바랐던 전임 교황들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그 바깥에 자신의 무덤을 정했다. 때문에 교황의 시신이 로마 중심부를 나서 이동하는 경관 자체도 보기 드문 일이다. 성모 마리아에 대한 깊은 신심으로 교황은 12년 재임 기간 100번 이상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을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성전 안에서 직접 정한 무덤의 자리도 촛대 보관 장소로 쓰이던 틈새 벽으로, 비문으론 라틴어로 ‘프란치스코’ 이름만이 새겨져 있다.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이 안치될 이탈리아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AP연합뉴스

바티칸/장예지 특파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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