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美 시장 입성·대형 고객사 공략
현대차는 철강 기술 ·배터리 소재 확보
철강 시장의 패권을 놓고 경쟁했던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POSCO홀딩스)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배경에는 최고의 소재로 완성차를 만들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미국 진출이 절실했던 포스코그룹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지난 21일 ‘철강, 이차전지 소재 분야 등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포스코그룹은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에 건설하는 전기로 제철소에 지분을 투자하며 일부 물량은 직접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 조지아공장, 연간 30만대 이상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수 있는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창사 이후 최초로 미국에 짓는 이 제철소에는 58억달러(약 8조3300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현대차그룹과의 이번 협업을 통해 숙원이었던 미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다른 완성차 기업의 물량까지 확보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두 그룹은 지난해 5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차와 배터리 등의 소재를 두고 고민해 왔던 정의선 회장은 1등 철강 기업인 포스코와 손잡고 싶어했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지 못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던 장인화 회장이 이에 화답하면서 두 그룹은 1년 가까이 협업을 준비해 왔다.
정 회장은 높은 품질의 강판으로 완성차를 만들 수 있다면 굳이 독자적인 기술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9년 포스코에서 30년 넘게 일했던 안동일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해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 전 사장은 2023년까지 4년간 현대제철을 이끌면서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제철은 포스코의 기술을 완벽히 따라잡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정 회장은 그룹에 최고재료책임자(Chief Material Officer·CMO) 보직 신설을 검토할 정도로 최고 품질 소재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포스코는 철광석을 용광로에서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 방식의 비중이 전체 생산의 94%를 차지한다. 현대제철은 고철을 전기로 녹여 철강을 생산하는 전기로 방식이 주력이다. 전기로 방식은 고로 방식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품의 강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는 현재 고로 9기를 가동하고 있지만, 현대제철은 2010년부터 고로를 도입해 현재 고로 3기만 갖고 있다.
현대제철이 현대차·기아에 납품할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는 반면 포스코는 다양한 종류의 철강 제품과 함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소재의 원료부터 양·음극재 등 최종 소재까지 모두 공급할 수 있는 밸류체인(가치 사슬)을 완성한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포스코와 손을 잡으면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포스코 역시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기 전까지 고민이 깊었던 상황이었다.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가진 현대차그룹과 달리 해외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이 정체돼 왔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세계 최대 완성차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오랜 기간 애써왔지만, 고로 건설 허가를 받지 못해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포스코는 16개국에서 46곳의 네트워크를 운영 중인데, 북중미에서는 멕시코 한 곳에만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포스코는 차선책으로 인도에 진출하는 데 공을 들였지만, 지금껏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으로 미국에 진출하게 되면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게 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장 회장은 포스코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정통 포스코맨’으로 취임 직후부터 미국 진출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현대차와의 이번 협업으로 회사의 장기적 성장 발판을 만들었다는 업적을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철강 기술 ·배터리 소재 확보
철강 시장의 패권을 놓고 경쟁했던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POSCO홀딩스)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배경에는 최고의 소재로 완성차를 만들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미국 진출이 절실했던 포스코그룹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지난 21일 ‘철강, 이차전지 소재 분야 등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포스코그룹은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에 건설하는 전기로 제철소에 지분을 투자하며 일부 물량은 직접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해 생산된 아이오닉 5 차량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근 루이지애나에 제철소를 짓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제공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 조지아공장, 연간 30만대 이상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수 있는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창사 이후 최초로 미국에 짓는 이 제철소에는 58억달러(약 8조3300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현대차그룹과의 이번 협업을 통해 숙원이었던 미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다른 완성차 기업의 물량까지 확보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두 그룹은 지난해 5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차와 배터리 등의 소재를 두고 고민해 왔던 정의선 회장은 1등 철강 기업인 포스코와 손잡고 싶어했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지 못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던 장인화 회장이 이에 화답하면서 두 그룹은 1년 가까이 협업을 준비해 왔다.
포스코의 포항제철소 제 2고로에서 출선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포스코 제공
정 회장은 높은 품질의 강판으로 완성차를 만들 수 있다면 굳이 독자적인 기술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9년 포스코에서 30년 넘게 일했던 안동일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해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 전 사장은 2023년까지 4년간 현대제철을 이끌면서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제철은 포스코의 기술을 완벽히 따라잡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정 회장은 그룹에 최고재료책임자(Chief Material Officer·CMO) 보직 신설을 검토할 정도로 최고 품질 소재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포스코는 철광석을 용광로에서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 방식의 비중이 전체 생산의 94%를 차지한다. 현대제철은 고철을 전기로 녹여 철강을 생산하는 전기로 방식이 주력이다. 전기로 방식은 고로 방식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품의 강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는 현재 고로 9기를 가동하고 있지만, 현대제철은 2010년부터 고로를 도입해 현재 고로 3기만 갖고 있다.
현대제철이 현대차·기아에 납품할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는 반면 포스코는 다양한 종류의 철강 제품과 함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소재의 원료부터 양·음극재 등 최종 소재까지 모두 공급할 수 있는 밸류체인(가치 사슬)을 완성한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포스코와 손을 잡으면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포스코퓨처엠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사 얼티엄캠의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 양극재 공장 건설현장. /포스코퓨처엠 제공
포스코 역시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기 전까지 고민이 깊었던 상황이었다.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가진 현대차그룹과 달리 해외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이 정체돼 왔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세계 최대 완성차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오랜 기간 애써왔지만, 고로 건설 허가를 받지 못해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포스코는 16개국에서 46곳의 네트워크를 운영 중인데, 북중미에서는 멕시코 한 곳에만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포스코는 차선책으로 인도에 진출하는 데 공을 들였지만, 지금껏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으로 미국에 진출하게 되면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게 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장 회장은 포스코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정통 포스코맨’으로 취임 직후부터 미국 진출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현대차와의 이번 협업으로 회사의 장기적 성장 발판을 만들었다는 업적을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