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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경기도 화성시 여울공원에서 비숑 '마리'와 보호자 김지영씨를 만났다. 최민석 기자

“파양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왜 데려갔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견주도 당연히 사정이 있었겠지만 이렇게 작은 아기 강아지를 한달 만에 버리려고 한다니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보호자 김지영(28)씨
2022년 7월, 지영씨는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아는 분이 펫숍에서 강아지를 한마리 사왔는데 돌보기 힘들어서 파양을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은 지영씨가 입양할 생각이 있는지 묻기 위한 전화였던 거죠. 그렇게 지영씨에게 전달된 한 장의 사진. 그 속에는 꼬질꼬질한 털에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작은 새끼 강아지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지영씨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곧장 입양 의사를 밝히고는 강아지가 살고 있다는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지난 2022년 7월 파양 위기에 처했던 마리의 사진. 당시 마리는 생후 4개월의 퍼피였다. 김지영씨 제공

그 후 3년. 그 때 사진 속 새끼 강아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펫숍의 유리 전시실에서 ‘애견’ 상품으로 팔렸다가 한차례 파양의 아픔을 겪은 강아지 ‘마리’의 사연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반려동물 입양자 중 26.2%가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하고, 이런 펫숍에 공급될 작고 귀여운 아기 강아지들을 생산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2000여개의 번식장이 성업 중이며, 온갖 이유로 파양되고 유기되는 강아지가 한해 11만 마리가 훌쩍 넘는 나라이니까요(농림축산식품부 조사 참고).

마리의 사연은 지영씨를 만나는 순간부터 특별해집니다. 국내에서 유기견이 입양에 성공하는 경우는 유기동물의 대략 20%에 해당하는 한해 2만7000마리쯤 됩니다. 그러니까 마리는 5대 1의 낮은 확률을 뚫은 것이죠. 언젠가 이 확률이 높아지고 유기 동물이 사라지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현재 조건에서 마리는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운의 강아지 마리와 마리를 만나 더 행복해졌다는 지연씨의 사연을 듣기 위해 개st하우스팀은 지난달 23일 경기도 화성시 여울공원을 찾았습니다.

파양 직전 입양된 그 날, 마리의 이야기

입양 당시 마리와 3년이 지난 뒤 마리의 모습 비교. 털이 풍성해지고 살도 올랐다. 최민석 기자

마리에 대한 지영씨의 첫인상은 강아지가 아니라 양같다는 거였습니다. 그것도 갓 태어난 바짝 마른 새끼양을 떠올리게 했죠. 사진으로 보니 실제 3년 전 마리는 정말 작고 마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영씨말고도 많은 사람이 마리의 사진을 봤지만 모두 입양에는 난색을 표했습니다. 곧 죽을 것처럼 부실해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영씨는 “마리가 사진으로 봐도 꼬질꼬질했는데 그런 모습조차 제 눈에는 너무 귀여워보였다”며 웃었습니다.

마리는 입양 한 달여만에 파양됐습니다. 마리의 첫번째 주인은 혼자 사는 중년의 여성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딸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집을 비울 때가 잦은데다 무엇보다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예상보다 마리를 돌보는 일에 손이 많이 가자 계속 돌보기는 어렵겠다고 판단을 했던 거죠. 지영씨는 “말도 잘 듣고 착한 강아지인데 돌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파양하려고 했다는 얘기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해맑게 웃는 마리의 모습. 늘 웃는 표정을 짓고 있어 매력적이다. 최민석 기자

지금도 반려동물 파양을 고려하는 사람은 5~6명 중에 1명 꼴입니다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한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의 17.1%가 양육포기 또는 파양을 고려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18.2%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많은 보호자들이 파양을 고민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지영씨처럼 두 번째 주인을 찾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파양된 동물은 보호소나 펫숍으로 가거나 유기됩니다. 어느 쪽이든 새로운 가족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입양을 가지 못할 경우 장기간 보호소에 머무르다가 안락사를 당하게 됩니다. 이전 주인과 정서적 유대가 강한 경우라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파양의 아픔을 딛고 만난 두 번째 가족

지난 2023년 3월 24일 마리가 두 번째 생일을 맞았다. 지영씨네 가족이 강아지용 음식을 준비해 마리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 김지영씨 제공

2022년 7월, 지영씨는 마리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예전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기 때문에 기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막상 마리를 입양하고 나니 잘 키울 수 있을지, 자신도 파양을 고려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온갖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마리는 지영씨네 집에 금방 적응했습니다. 입양 당시 생후 4개월이었던 마리는 전 견주와 애착 관계가 깊지 않았고 어린 나이 덕인지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적응도 역시 높았습니다. 다만 지영씨는 “크게 불안해하거나 긴장하는 모습은 없었지만 초기에는 분리불안과 애착증상이 보였다”며 “특히 전 견주와 나이대가 비슷한 어머니를 지금도 많이 따르고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고작 한달쯤 같이 지낸 전 견주와의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 마리의 기억에 새겨진 모양입니다. 생명을 돌본다는 게 얼마나 큰 책임감을 요구하는 일인지 새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리는 평소 한쪽 무릎을 땅바닥에 붙이는 독특한 자세로 앉아있다. 최민석 기자

3년 전 왜소했던 마리는 쑥쑥 성장했습니다. 마리의 견종은 미니비숑이지만 가족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은 덕인지 8.5㎏의 통통한 강아지로 자라났습니다. 지영씨는 “마리는 통통한 배가 매력적이다. 원래 다리도 굉장히 긴 편인데 뱃살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며 웃었습니다.

지영씨는 마리와 함께한 일상이 삶을 바꿔놓았다고 말했습니다.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는 지영씨네 가족은 이제 애견 동반 카페나 음식점을 찾아가고, 반려동물 동반 숙소에서 마리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행복해한다고 해요. 마리의 존재 덕분에 지영씨의 가족은 서로 더 가까워졌고, 마리를 매개로 대화와 웃음이 넘치는 가정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마리는 지영씨 가족의 막내딸 같은 존재가 된 겁니다.

반려동물 입양, 조건보다는 책임감이 먼저

공을 좋아해 신나게 뛰어노는 마리의 모습. 최민석 기자

마리 입양을 통해 지영씨는 반려동물과 함께할 때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지영씨는 “마리는 파양을 당한 강아지였지만 마리에게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전 견주의 상황이 어려웠을 뿐”이라며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외모, 나이 같은 조건을 따지기보다 내가 잘해줄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마련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마리와 지영씨가 보여준 것처럼 책임감 있는 입양은 반려동물에게 행복한 삶을 선물하는 일이자 보호자에게도 함께하는 삶을 찾아나가는 즐거운 모험이 됩니다. 개st하우스에서는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유기동물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개st하우스 출연 견공들의 입양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유기동물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주소로 접속해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s://linktr.ee/DogToHome

■개st하우스 출연견공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개st하우스에 출연한 유기동물 입양자에게는 펫푸드 기업 네츄럴코어에서 유기동물의 종류, 나이, 성별,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맞춤형 사료와 간식 등으로 구성된 ‘맞춤형 입양키트’를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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