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 감만부두에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경 김범준 기자
중국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수출된 금액이 최근 5년간 12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고관세를 회피하려는 이 같은 ‘위장 수출’은 대한민국의 통상 신뢰를 뒤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적발된 국산 둔갑 수출은 총 81건으로 5108억 원에 달했다.
이 중 미국으로 수출된 위장 물품 규모는 1505억 원이었고 그중 1235억 원어치가 중국산 제품으로 확인됐다. 미국행 ‘국산 둔갑’ 수출의 82.1%가 중국산이었던 셈이다.
‘국산 둔갑 수출’은 외국산 제품을 한국산으로 가장해 수출하는 방식으로 원산지 증명서 위조, 수출신고필증 조작 등 불법 행위가 동반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이후 대중국 고관세 조치가 강화되면서 이를 피해 한국을 우회로 삼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연도별 적발 금액은 2020년 433억 원(16건), 2021년 436억 원(14건), 2022년 2408억 원(24건), 2023년 1188억 원(14건), 2024년 348억 원(9건), 2025년 3월까지 295억 원(4건)으로 집계됐다.
세관별로는 부산세관이 2342억 원(41건)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서울세관(1364억 원), 광주세관(593억 원), 대구세관(489억 원), 인천공항세관(349억 원), 인천세관(265억 원)이 뒤를 이었다.
이종욱 의원은 “중국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행위는 단순한 불법을 넘어 국가 경제와 수출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세청과 정부는 단속 체계를 재점검하고 반복 위반 기업에 대해서는 수출입 제한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