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기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 A씨. 뉴스1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한국인 미국변호사에게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4일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2023년 12월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자택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한 뒤 별거 중이던 아내가 딸의 가방을 가져가려 주거지를 방문하자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국내 대형 로펌에서 일하던 A씨는 사건이 발생하기 얼마 전 퇴사했다고 한다. A씨 부친이 검사 출신의 전직 다선 국회의원이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에 따른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녹음에서 둔기 구타가 2~3분간 이어지고 중간에 쉬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며 "순간적 감정을 조절 못해 살인 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범행 수법의 잔혹함을 넘어 피해자가 낳은 아들이 지근거리에 있는 상황에서 엄마가 죽어가는 소리를 듣게 했다"며 "아이의 나이가 어려 엄마가 죽었는지를 인식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커서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라고 지적했다.
또 A씨가 범행 후 119가 아닌 아버지에게 먼저 연락한 것에 대해 "피해자가 살아날 수 있었던 일말의 가능성까지 막았다"고 질타하며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2심 역시 "피해자에 대한 최초 가격 행위가 충동적·우발적이었다고 해도 이후 계속된 무자비하고 잔혹한 행위, 50분 이상 (피해자를) 방치한 건 반드시 살해하고야 말겠다는 강력하고 집요한 살해 고의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