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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1차 경선 컷오프 날, 대구 가보니
22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입구. 이보라 기자


짙게 깔린 ‘반이재명’ 정서 속
‘윤 탄핵’ 이후 표류하는 민심
특정 후보 쏠림 현상 안 보여
‘당심 50%’ 2차 경선 앞두고도
지지 후보 꼽는 데 ‘신중 기류’
최근 여론조사도 관망세 뚜렷

“국민의힘 경선 후보 중에선 아직 결정을 못했어요. 최종 후보가 되는 사람한테 (표를) 몰아줘야죠.” 지난 2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전모씨(60)가 말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된 이날과 23일 대구를 찾았다. 대구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75.14% 지지를 몰아준 보수 핵심 지지 지역이다. 12·3 불법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벌어지는 조기 대선에서 대구 표심이 국민의힘 후보를 얼마나 지지하느냐가 대선뿐만 아니라 이후 국민의힘의 정치적 존재감을 결정한다.

시민들을 만난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에 대한 ‘비토’ 정서는 여전히 강했지만 민심이 일부 흔들리는 흐름도 보였다. 불법계엄에 비판적 목소리가 높았고, 젊은 층으로 중심으로 선호 대선 후보 역시 정당을 넘나들며 다양하게 나왔다.

수성못에서 만난 회사원 곽주철씨(46)는 불법계엄에 대해 “완전히 미친 짓”이라며 이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구 젊은 층 절반은 국민의힘을 싫어한다”며 “(영남권을) 신경 쓰는 척하지만 해주는 건 없다”고 말했다. 택시기사인 백영환씨(75)는 불법계엄에 따른 탄핵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대통령직을 다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내려온 건 ‘안 됐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동성로에서 만난 30대 여성 A씨는 “탄핵이 안 됐으면 이 나라를 떠날 생각이었다”고 했다.

특히 2030세대 민심은 유동적이었다. 경북대 학생인 정모씨(23)는 “정권교체가 되는 게 필요하다”며 “계엄이 국민 자유를 침해한 게 제일 문제였다”고 했다. 이 후보에 대해선 “25만원 지급 등 이런 공약들이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경북대 학생 권보민씨(19)도 “(윤 전) 대통령 때문에 국민의힘을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새로운 사람들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동성로에서 만난 사직 전공의 신모씨(33)는 “저희는 처단당할 뻔했다”며 “경상도 사람이라 보수였는데,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예전보단 덜 하지 않을까 기대감은 있지만 희망이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A씨는“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그동안 바꿀 수 있는 게 많았을 텐데 탄핵에만 집중했고, 국민의힘은 탄핵당한 당으로 노인들 표만 의식하고 있다”며 “이준석이 젊은 층을 제일 고려해준다고 본다”고 했다.

22일 대구 중구 동성로 거리 입구. 이보라 기자


국민의힘 2차 경선과 결선에서는 당원투표 50%가 반영되기 때문에 대구 민심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러나 아직 ‘대세 후보’는 없었다. 이 후보의 대항마를 찾으며 관망하는 여론으로 풀이된다.

“없어요. 딱 한 사람만 안 되면 돼요.” 수성못에서 만난 대리기사 김모씨(52)에게 지지 후보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는 “대구에서는 ‘누구냐’가 의미가 없다”며 “한덕수가 나오든, 김문수가 나오든 아무 의미가 없다. 단 이재명이 안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문시장에서 뜨개실 가게를 운영하는 박흥배씨(67)는 오세훈 서울시장 불출마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도 확장성이 있는 후보”를 언급하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관심이 간다고 했다. “경제 관료 출신이고, 중도도 좀 끌어당길 수 있고요.”

서문시장에서 수선 가게를 운영 중인 진옥련씨(72)는 한동훈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윤 통(윤 전 대통령)은 계엄이 2시간에 그쳤다 그러던데, 우리나라 국익과 기업의 손해가 엄청 났어요. 그걸 막았다고 배신이라고 하면…. 대구·경북 사람들 정신 차려야 돼요.” 그는 한 후보가 최근 서문시장에 방문했을 때 일하느라 보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돼서 다시 온다면 필히 보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학생 황찬범씨(23)는 “법조인이 많이 나왔으니 안철수 후보 같은 이공계 출신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라며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이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백씨는 “홍준표가 대구에서 시장을 하다가 올라갔지 않나”라며 “정치 경험이 많아서 그쪽으로 마음이 기운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을 앞세운 신당 창당을 바라는 시민들도 일부 있었다. 경북대에서 만난 김모씨(25)는 “저는 ‘윤 어게인’ 쪽”이라며 “그동안 민주당이 싫었기 때문에 국민의힘을 찍었을 뿐이고, 윤 전 대통령이 신당을 창당하면 지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리기사 김씨도 윤 전 대통령 신당을 지지할 뜻을 밝히며 “윤 전 대통령이 체제를 지키기 위해 계엄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부정부패가 많은 당이고, 젊은 세대를 끌어당기는 힘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관망세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1000명에게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은지 물은 결과(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대구·경북(TK)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를 꼽은 응답이 각각 19%로 제일 많았고, 의견 유보가 18%로 나타났다. 한 권한대행이 13%,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11%,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가 8%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접촉률은 41.7%, 응답률은 14.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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