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푸틴, 美에 완화된 종전 조건 제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전 제안보다 완화된 종전 조건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러시아의 영토로 인정해달라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중 4개 주 영토 중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지역만 갖고 종전을 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밝혔다. 앞서 4개 주 영토 전체를 종전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에 비하면 한 발 물러선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븐 윗코프에게 러시아가 아직 점령하지 못한 4개 주의 나머지는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4개 주 일부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하고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의 영유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종전 합의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이 내건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4개 주 점령은 과한 조건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러시아는 자포리자주 전체를 점령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주도는 장기 점령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이전보다 완화된 조건이지만 여전히 푸틴 대통령이 여전히 크림 반도에 대한 권리를 요구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크림 반도는 논의할 필요조차 없는 우크라이나 영토”라며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점령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주 우크라이나에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되 루한스크주 대부분과 도네츠크·헤르손·자포리자주 일부에 대한 러시아의 점령을 실효적으로 인정하는 ‘최종안’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미국의 제안이 러시아에만 유리하다며 “러시아가 얻을 실질적 이익에 대해서는 매우 명확한 반면에, 우크라이나가 얻을 것에 대해서는 모호하고 일반론으로 말하고 있다”고 악시오스에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미국, 유럽 대표단은 23일 런던에서 정전협정 논의를 위해 만날 예정이다. 미국의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과 윗코프 특사는 일정상 불참한다. 대신 또 다른 특사인 키스 켈로그가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