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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인정 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진행한 연구용역에서 "1형 당뇨를 췌장 장애로 인정하는 게 합당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또 소장의 일부를 절제한 '단장 증후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소화기 장애'를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됐습니다.

나아가 현행 장애 유형 분류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기타' 범주를 신설해, 기존 체계에서 장애로 편입될 수 없는 질환이나 건강 상태를 추가하는 안도 보고서에 포함됐습니다.

장애인복지 법령에 규정된 장애 유형은 현재 15개로, 이 중 신체 내부 기관 장애는 신장과 심장, 간, 호흡기 등 7가지로 제한돼 있습니다.

현행 제도는 특정 범위만을 한정하여 장애인으로 인정해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습니다.

■ '장애 인정 개선' 보고서 입수…"1형 당뇨, 장애 인정 합당"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인 '장애 인정 기준 개선 연구' 보고서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이 연구는 중증 난치성 질환 등을 장애로 인정할지 검토한 것으로, 지난해 6월 시작돼 올해 초 마무리됐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전문가들은 1형 당뇨의 '의학적 상태'와 관련해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처치가 없을 경우 생명에 치명적이며, 처치를 통한 조절 난도가 높은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손상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일상생활 제약' 정도에 대해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조건과 환경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일상생활이 어렵고, 혈당 관리가 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시력 손상 등 합병증이 우려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의료적 지원과 사회생활의 합리적 편의 제공, 직간접적 차별 금지, 사회적 배제에 대한 대응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장애 유형에 췌장 장애 신설을 제안했습니다.

1형 당뇨는 췌장이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해 혈당 조절 능력을 상실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환자는 4만 8천여 명 정도입니다.

1형 당뇨 환자는 수시로 혈당 수치를 확인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해서 학교나 직장 생활에 제약이 많습니다.

스스로 주사를 놓을 수 없는 어린 환아의 경우, 부모가 자녀를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일도 잦습니다.


김미영 한국 1형 당뇨 환우회 대표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인슐린 주사를 스스로 놓을 수 없다"며 "학교에서 보조 교사를 지원한다거나 의료 인력을 지원하는 등의 여러 가지 제도가 있는지만 1형 당뇨는 장애로 인정되지 않아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 "채용 시 1형 당뇨를 밝히는 순간 입사 취소가 된다"며 "외래를 갈 때도 몰래 간다거나 연차를 쓰고 간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월 당뇨병 환우회 커뮤니티에서 1,15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88%가 1형 당뇨병을 췌장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 "소화기 장애 신설해야"…단장 증후군 대상

보고서는 췌장 이외에 소화기 장애를 장애 유형으로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간 장애나 장루·요루 장애와 구분되는 흡수 기능에 중점을 둔 소화기 장애 신설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기준 예시'로는 "위장의 질환 또는 손상으로 인해 상당한 수준의 장 절제, 또는 소장 이식을 하고 소화 흡수 기능의 상당한 수준의 저하가 나타나 비경구영양법으로 영양을 공급받는 사람"을 제시했습니다.

비경구영양법이란 정맥 주사를 통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등의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소장 대부분을 잘라내 음식을 먹지 못하고 영양 주사에 의존해 살아가는
단장 증후군이 적용 대상입니다.

아이가 단장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다래 씨는 KBS에 "아이가 아프고 힘든데, 법령의 기준이 없어서 장애 인정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장애인복지법도 부족하다고 하지만, 그 복지법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보장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 "기타 범주로 보편성 확보해야"…타이완·일본도 유사 제도 운용

보고서는 현행 장애인 등록제 사각지대 해소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특히 분류 체계 개선과 관련해, 연구진은 "기존 장애 유형 분류 체계에서는 새로운 질병이나 건강 상태를 인정 범위에 추가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확장성과 보편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기타 범주'를 시설해 기존 체계에 편입될 수 없는 질병과 건강 상태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방안은 기존 체계를 유지하면서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기타 범주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타이완은 2012년 체계 개편 이전까지 장애 유형을 16개로 구분했는데, 여기에 '기타' 유형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일본도 2013년 장해자종합지원법에서 장애인의 범주에 '난치병 등'을 포함하였는데, 이는 기타 범주로 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의견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장애 인정의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며 "현행 장애인 인정 제도가 당사자의 사회적 제약이라든지 중복 장애가 고려되지 않은 굉장히 행정 편의 중심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조만간 전문가 협의체를 가동해 의견을 더 수렴한 뒤 올해 하반기에 장애 인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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