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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한남동 ‘탄핵 규탄 집회’ 현장에서 만난 이모(71)씨는 시간 날 때마다 관련 집회에 매번 참여하고 있다. 이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정치 탄핵이자 억지 탄핵”이라고 주장했다. 이씨에게 요청해 그의 유튜브 메인 화면에 추천된 영상을 살펴보니, 보수 성향 정치 채널인 ‘손상대TV2’와 ‘배승희 변호사’ 채널 등이 최상단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정치 소식은 대부분 유튜브에서 본다”며 “맞는 말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씨가 보여주는 유튜브 화면의 내용들은 상당수가 가짜뉴스로 판명된 것들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 이후 첫 주말인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찬반집회가 열리고 있다. 위쪽은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주권자 시민 승리의 날' 집회, 아래쪽은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 회원들의 탄핵 무효 촉구 집회. 뉴스1
유튜브가 23일로 서비스 20주년을 맞았다. 중앙일보는 유튜브로 인해 한국 사회의 정치 편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화여대 윤호영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 연구팀과 함께 유튜브 알고리즘의 콘텐트 추천 성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유튜브는 정치와 전혀 무관한 키워드를 주로 검색한 ‘정치 무관심’ 계정에도 정치 콘텐트를 적극 추천했다. 추천 콘텐트도 전통 언론 대비 상대적으로 객관성·공정성이 부족한 유사 언론 정치 채널을 추천한 빈도가 크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유튜브의 알고리즘 작동 방식이 이 같은 결과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는 유튜브 검색 기록이 없는 ‘백지 계정’에 성별, 연령별 관심 키워드를 입력한 다음 추천한 정치 콘텐트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손상대TV2’ 채널 같은 유사 언론을 전통 언론보다 2.7배 더 많이 추천했다. 총 2164건 정치 채널 콘텐트를 추천했는데, 이 중 1580건(73%)이 유사 언론 채널이었다. 전통 언론 콘텐트 추천은 584건(27%)이었다. 또 유튜브는 정치 콘텐트를 검색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정치 콘텐트를 적극 노출했다. 입력한 관심 키워드 360개 중 정치 관련 키워드는 2개(이재명 무죄 탄원, 명태균 프로필)밖에 없었는데, 유튜브는 649회에 걸쳐 정치 콘텐트를 추천했다.
차준홍 기자

윤호영 교수는 “유사 언론 채널이 자주 노출되는 인프라가 유튜브에 구축된 것”이라며 “기존의 신념이 더 강화되는 '에코 체임버 효과'가 나타나기 쉬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튜브 알고리즘은 정치 키워드를 검색하지 않아도 나이, 성별에 따라 유사한 그룹이 즐겨 보는 정치 채널을 추천하는 경향성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알고리즘의 이 같은 추천 성향은 유튜브와 유사 언론 채널 제작자 간 수익 극대화라는 목표를 공유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사 언론 채널은 자극적 영상을 대량으로 생산해 유튜브 생태계를 장악하고, 유튜브는 이용자 체류시간이 긴 유사 언론의 정치 영상을 자주 노출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윤호영 교수는 “유튜브는 이용자 체류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용자 체류시간이 길 가능성이 큰 영상이라면 채널을 가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또 이용자의 검색 내역을 바탕으로 연령과 성별을 추정해 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치 채널을 추천하기도 한다.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35~39세 남성들의 관심 키워드였던 ▶도지코인 ▶네이버 넷플릭스 ▶신생아 특례대출 등 키워드를 입력해 추천 채널을 수집해 보니 ‘김어준' 채널(29회)을 가장 많이 추천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50~54세 남성들의 관심도가 높았던 ▶트럼프 관련주 ▶내장산 단풍 ▶필리핀 골프 투어 등을 입력했을 땐 보수 성향의 ‘손상대' 채널(8회)을 가장 많이 추천했다. 이재신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의 개인화로 사회 전체 미디어 스펙트럼이 다양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 차원에선 오히려 더 좁아졌다”고 말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세대별, 성별 소통을 막고 갈등을 조장할 우려를 키운다는 의미다.

차준홍 기자
전문가들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의 이 같은 작동 방식이 정치 여론의 극단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우영 대구카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00여 개에 이르는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의 90% 이상은 친윤 또는 친이 채널”이라며 “이런 유사 언론을 소비하는 이용자들은 정치적 성향도 이 채널의 성향을 따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신 교수는 “유사 언론 채널을 매개로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실제와 달리 주변에 극단적 성향의 사람이 많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유튜브(구글 코리아) 측은 정치적 관점에 따라 영상을 추천하거나 필터링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유튜브 관계자는 “유튜브 시스템은 800억 개 이상의 신호를 학습해 시청자가 좋아하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콘텐트를 찾도록 끊임없이 진화한다”며 “특히 뉴스와 정보 콘텐트는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콘텐트를 부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편향성 문제를 유발하는 플랫폼에 사회적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유튜브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플랫폼을 육성해 극단적 여론 형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개인적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바꾸라고 강제하기 어렵다"며 "유튜브 추천 시청 이력 수집을 거부하는 등 알고리즘에 의한 극단적 콘텐트 추천을 피하기 위한 개인적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연구팀은 유튜브 검색 기록이 없는 ‘백지 계정’에 연령대·성별 단위로 나눈 18개 집단별 관심 키워드 20개(2024년 11~12월 온라인 관심 키워드 기준)를 차례로 입력했다. 이후 계정별로 나오는 첫 화면에서 추천한 정치 채널 콘텐트를 수집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신문방송업에 등록된 언론사 채널의 경우 전통 언론, 아닌 경우 유사 언론으로 정치 채널을 분류했다. 계정당 검색은 50회 반복했다. 분석은 지난달 24~28일 진행됐다.
차준홍 기자
더중앙플러스 : 팩플 “네 답변은 10점 만점에 4점” 똑똑한 챗GPT 만들 조련법…생성 AI 실전팁
누구나 한 번쯤 챗GPT를 구독해 본 시대. 매달 구독료를 똑같이 내는데 옆자리 김 프로는 왠지 나보다 더 잘 쓰는 것 같다면? 팩플이 업계에서 소문난 생성AI 실전 고수들을 직접 만나 들은 AI 실전 활용법을 모았다. 마케터부터, 글로벌 비즈니스, 변호사, 디자이너, 일반 회사원에 이르기까지 생성AI 도움을 받아 뚝딱 일을 처리하는 AI 고수들의 노하우다. 대학생, 일반인이 활용 가능한 꿀팁도 꾹꾹 눌러 담았다. 이것만 읽으면 당신도 ‘생성AI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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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지브리에 놀랐는가…챗GPT 찐 필살기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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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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