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어게인’ ‘윤건희 구속’ 등 도배
주민 민원 3주 동안 60건 빗발
대개 불법…적극 단속 필요 지적
주민 민원 3주 동안 60건 빗발
대개 불법…적극 단속 필요 지적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탑승한 차량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 앞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웃 주민들이 정치 현수막 난립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뿐 아니라 진보 단체까지 윤 전 대통령 사저 일대에 정치 현수막 공세를 펼치면서 관련 민원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할 구청에서 적극적으로 불법 현수막을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6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서울 서초구 주상복합아파트 아크로비스타 인근에선 정치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교대역 6번 출구부터 사저 방향으로 이어진 약 1㎞ 거리에만 정치 현수막이 10여개 설치돼 있었다. ‘내일로미래로당’이 설치한 현수막엔 윤 전 대통령 사진과 함께 ‘Yoon Again!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내가 윤석열이다’는 문구와 함께 ‘다시 윤석열로 뭉쳐서 윤석열로 일어나자’ 등이 적힌 현수막 8개가 연달아 걸려 있기도 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사저 맞은편에는 ‘강남서초촛불행동’이 제작한 현수막에 ‘내란범들과 함께 살 수 없다. 윤건희를 당장 구속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윤건희’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함께 부르는 말이다.
주민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30대 여성 박모씨는 22일 “주변에 법원이 있어 예전에도 현수막들이 걸려 있긴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사저로 복귀한 지난주부터 대통령 관련 현수막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60대 남성 정모씨도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로 탄핵 정국이 마무리된 상황인데 괜한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안전상으로나 미관상으로 모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초구에 따르면 최근 사저 인근의 현수막들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급증했다. 구 관계자는 “21일까지 관련 민원이 약 60건 접수됐다”며 “설치 기한이 지났다거나 현수막이 낮게 걸려 있어 안전을 위협한다는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구는 철거 등 강제 조치를 진행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정치 현수막은 다른 옥외 광고물과 달리 설치 허가 및 신고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제한 규정도 없다.
다만 옥외광고물법은 정치 현수막이 기본 정보를 명시할 것과 한 행정동에 최대 3개까지만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사저 주변에 기본 요건을 못 지킨 현수막이 많다는 점이다. 일부 현수막은 정당의 명칭과 연락처, 설치 기간 등 기본 정보가 없었다. 동일한 현수막이 4개 이상 설치된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불법 정치 현수막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대립이 과열되면서 담당 구청에서도 이와 관련한 현수막 처리가 조심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주민들의 불편이 있다면 불법적인 측면에 대해 주의나 제한 등 적절한 계도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