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전투기 공습 일정 등 상세한 군사작전 계획을 아내와 동생, 친한 변호사 등에게 공유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 장관을 물색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낙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과연, 헤그세스가 트럼프 행정부의 첫 낙마 장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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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는 누구?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1980년생으로 프린스턴대학과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뒤 월스트리트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습니다. 이후 자원입대해 미 육군 보병 장교로 임관해 관타나모 해군기지에서 복무했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경력도 있습니다.
전역 이후 다시 현역으로 재입대해 미네소타 방위군 소령으로 근무하기도 했는데요. 미네소타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고, 2014년부터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에서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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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에 이은 2차 시그널 파문
지난 3월 15일, 미국은 예멘 후티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 작전을 감행합니다. 그러나 공격에 동원된 무기의 종류와 목표물, 공격 순서, 타격 시기 등 세부적인 군사작전 계획이 사전에 모두 공개돼 파문이 일었습니다. 언론사 편집장 제프리 골드버그가 포함된 시그널(Signal) 채팅방에서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실수로 이 모든 기밀을 낱낱이 공개한 것입니다. 1차 시그널 파문입니다.
논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부인인 제니퍼, 동생인 필, 개인 변호사인 팀 팔라토리 등 가족과 친지, 측근 등이 포함된 또 다른 채팅방에서도 폭격 계획이 포함된 기밀을 누설한 것이죠. 채팅방 제목은 '디펜스: 팀 허들(Defense :Team Huddle)'이었습니다. 전쟁계획을 부인과 가족에게 알려준 2차 시그널 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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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논란 1: 해소되지 않은 '성폭행 의혹'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취임 전부터 끊이지 않았습니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 헤그세스는 지난 2017년 공화당 행사에서 만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사건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거액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당시 헤그세스 내정자는 여성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싸움에서 물러난 적이 없고, 이번 싸움에서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결국, 상원 청문회를 통과했고 트럼프 2기 첫 국방장관에 임명된 것입니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헤그세스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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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논란 2: 군사회담에 부인 동석
헤그세스의 부인 제니퍼는 전직 폭스뉴스 프로듀서입니다. 장관의 아내가 행정부 내에서 공식 직함이 없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부인을 동맹국과 고위급 군사회담에 동석시켰습니다. 지난 2월 벨기에 브뤼셀 NATO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 회의는 물론이고, 3월 미 국방부 청사 펜타곤에서 열린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과의 양자회담에도 부인이 참석했습니다. 두 자리 모두 무기 지원과 생산 등 민감한 군사정보가 논의된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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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논란 3: '반이슬람' 아랍어 문신
논란에 기름을 붓는 일이 또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취임 후 처음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을 순방한 헤그세스가 하와이 군 기지에서 해군 특수부대와 함께 훈련 중인 모습을 담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는데요. 사진 속 헤그세스의 이두박근 안쪽에 아랍어 문신이 새로 새겨진 모습이 드러난 것입니다. 문신은 아랍어로 '카피르'라는 단어였습니다. '불신자', '이교도'를 뜻하는데 이슬람권에선 모욕적 표현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헤그세스의 몸에 기독교 극단주의를 상징하는 문신이 많았기 때문에 논란이 커진 것인데, 이슬람 혐오와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헤그세스는 37~38세 무렵부터 문신을 새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문신을 하는 이유를 "내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문신에 새겨진 내용이 내가 하고 싶은 일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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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헤그세스‥"후임 물색 나섰다"
논란 속에서도 헤그세스는 태연하게 부활절 에그롤(Egg Roll: 예쁘게 꾸민 부활절 달걀을 잔디밭 곳곳에 감춰 놓고 백악관에 초대받은 어린이들이 찾게 하는 행사)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최근 논란에 대해 "불만에 가득 찬 전직 국방부 직원들의 준동"이라고 일축했는데요.
최근 사임한 미 국방부 대변인은 "펜타곤(오각형의 미 국방부 청사 별칭으로 미국 국방과 안보의 상징)은 기능 마비이자 완전 붕괴"라고 비판했고, 미국 언론에선 새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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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물색은 가짜뉴스"‥트럼프 속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어떨까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헤그세스에 대해 "훌륭하게 일하고 있다."라고 힘을 실어 줬습니다. 백악관은 '후임 물색'은 가짜뉴스라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이 가볍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장관 교체 방침을 굳혔는지 여부는 조금 더 시간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의 후속 입장 표명 내용을 지켜봐야 확인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