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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2014년 방한 당시 모습. 방탄 리무진 차량 대신 소형차인 쏘울을 의전차량으로 골라 탔다. [중앙포토]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14일 한국을 첫 방문했다. 교황의 방한은 요한 바오로 2세가 1989년 한국을 찾은 데 이어 25년 만이었다.

당시 교황은 대전과 충남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했다. 처음에 교황청은 일본을 방문 대상국에 포함할지 고심했으나, 결국 한국 단독방문으로 최종 결정됐다.

4박 5일간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의전 차량으로 한국산 ‘쏘울’을 택했다. 방탄 리무진 대신 소형차를 타고 가는 교황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 사회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남의 눈을 의식하는 문화, 큰 차를 선호하는 문화를 돌아보게 했다. 아울러 소박함의 가치도 일깨웠다.

서울 명동 성당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는 방한 내내 교황의 상징인 금제 십자가 목걸이 대신 20년간 착용한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했다. 낡은 검은 색 구두를 신었고, 이동 중에는 오래된 가죽 가방을 직접 들었다.

교황은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를 찾아가 팔을 벌렸다. 당시 대한민국은 세월호 사건으로 슬픔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교황은 세월호 유족을 만나 가슴으로 안았다. 성남 서울공항 도착 직후, 마중 나온 세월호 유족 4명의 손을 잡고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며 위로했다.

교황의 왼쪽 가슴에 달린 ‘희망나비’ 브로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선물한 것이다. [중앙포토]
광복절에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할 때는 세월호 유가족으로부터 받은 노란 리본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단 채 삼종기도를 올렸다.

희망자에게는 직접 세례도 베풀었다. 한국 신자가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는 것도 25년 만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의 미사’에는 위안부 할머니도 초청했다. 광주 나눔의집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맨 앞줄에 앉았다. 김복동 할머니가 금색 나비 배지를 건네자, 교황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왼쪽 가슴에 달았다. 그리고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귀국길 전세기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이분들은 이용당했고 노예가 됐고 그것은 잔혹한 일이었다”며 “그들은 고통을 겪었음에도 인간적인 품위를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방문했을 때는 의자에 앉으시라는 거듭된 권유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과 함께한 50여분 내내 서 있었다.

음성 ‘꽃동네’ 희망의 집에서 인사말을 하는 도중 한 장애 아동에게 손 하트를 그리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찾아가서 “부자들을 위한 부유한 교회, 또는 잘사는 자들을 위한 중산층의 교회가 되려는 유혹을 경계하라”며 “가난한 이들이 복음의 중심에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미사에서는 남북 관계를 형제에 빗댔다. 교황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 용서해야 한다. 이 말씀은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을 드러낸다”며 용서야말로 화해에 이르는 문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김호기(사회학)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가난한 사람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생명존중, 남북 관계에서 화해의 키워드를 꺼내야 함을 일깨워줬다”고 짚었다.

실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북에 대한 강한 의지도 있었다.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면 북한 사회는 외부에 더 공개될 수밖에 없고, 장벽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티칸시국과 북한 정부의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구촌 분단의 벽을 허물고자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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