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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發) ‘관세전쟁’ 여파가 한국의 수출을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잠정 집계한 수출액은 33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57억 달러)보다 5.2% 감소했다. 특히 대미(對美) 수출이 14.3%(72억→66억 달러)나 줄었다. 그동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관세가 사실상 0%에 가까웠지만, 트럼프 정부가 10% 기본관세와 철강·자동차 품목관세(이상 25%) 등을 부과하면서 ‘수출 쇼크’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관세’라는 기존에 없던 비용이 발생하면서 수출·수입 기업이 물량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수출업체가 관세를 떠안으면 이익이 줄고, 그렇다고 미국의 수입업체가 관세만큼의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워서다.

박경민 기자
주요 10개 수출품 중 반도체(10.7%)를 제외한 나머지 9개 품목에서 수출이 모두 줄었다. 가전제품(-29.9%)·컴퓨터주변기기(-23.3%)·석유제품(-22.0%) 등의 수출 감소 폭이 컸다. 25% 관세를 부과 중인 승용차(-6.5%)·철강(-8.7%) 등도 줄었다. 이에 4월 20일까지 한국의 올해 누적 수출액은 193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991억 달러)보다 2.7% 줄었다.

이달 수입도 11.8%(386억→340억 달러) 줄었다. 원유(-29.5%)·가스(-21.3%)·석탄(-33.2%) 등 에너지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4월 무역수지는 20일까지 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석유화학 등 유가 하락에 영향을 받는 품목의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 크다”며 “승용차의 경우 이달 수출이 6.5% 줄었지만 지난해 4월 역대 월별 수출액 최고치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저조한 실적은 아니라고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달부터 실질적으로 관세가 부과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관세에 따른 대미 수출 영향은 5~6월 수치를 지켜봐야 명확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오는 24일 저녁 9시 미국과 무역균형·조선·LNG(액화천연가스) 3대 분야를 중심으로 통상 협의에 나선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협상단 대표로 나서 미국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함께 ‘2+2 협의’를 진행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산 LNG, 여객기 구매를 포함해 무역수지 흑자 축소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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