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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광주 1913 송정역 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시장 곳곳을 누비며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김승연 기자

6·3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은 “그래도 이재명”이었다. 호남권 경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민주당의 심장’인 광주에서도 ‘이재명 대세론’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광주 시민 가운데는 “누구를 뽑아도 변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무기력과 대안 부재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지난 20~21일 광주 송정역시장과 상무지구, 봉선동, 전남대앞, 충장로 등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을 만나 ‘호남의 선택’에 대해 물었다. 열에 아홉 이상은 반드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며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의 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광산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5)씨는 “그나마 중심 잡힌 인물은 이재명밖에 없다”며 “민주당 정책이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윤석열이가 한 짓을 보고도 국민의힘을 또 뽑을 수는 없제”라고 말했다.

한동안 이 후보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사법리스크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2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이후 오히려 ‘털어도 먼지 안 나오는 후보’라는 인식으로 바뀌는 분위기였다.

광주에서 정년퇴직 후 택시를 모는 최모(60)씨는 “검찰이 그렇게 털어도 안 나왔으면, 이제 믿을 수밖에 없다”며 “정치인 중에 저 정도 버티는 사람도 드물다”고 했다. 그는 “호남이라고 무작정 민주당만 찍는 게 아니라, 항상 전략적으로 판단해서 ‘그래도 낫다’고 여긴 쪽을 밀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2동주민센터 앞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김승연 기자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제법 높게 나온 봉선동에서도 이번 대선에서는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방죽어린이공원에서 만난 봉선동 주민 박모(70)씨는 “지난 대선에서 세금 감면 얘기에 혹해 윤석열을 뽑았던 지인들이 지금은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한다”며 “전직 대통령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데 국민의힘을 다시 뽑을 이유가 있겠냐”고 되물었다.

70대 주민 신모씨도 “지난 대선 때는 경쟁자였던 이낙연 후보의 네거티브 영향도 있었고,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윤석열 지지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면서 “인자는 이재명이가 문재인정부와 연결고리도 없고, 윤석열정부의 쓴맛을 봤기 때문에 국민의힘으로 갈 이유가 하등 없다”고 했다.

21일 오후, 전남대학교 캠퍼스 곳곳에서 학생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김승연 기자

그러나 젊은 층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곧 이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 후보가 좋아서 뽑는 것이 아니라 대안에 없으니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전남대 대학원생 장모(30)씨는 “이재명이 최선이라기보다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당 안에 마땅한 경쟁자가 있으면 더 건강한 검증이 가능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장감이 한 개도 없는 대선”이라고 덧붙였다.

출근길 상무지구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25)씨는 “정치 자체가 어렵고 당장 내 삶을 꾸리기도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다”며 “어차피 민주당이 될 것 같아서 내 표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1)씨 역시 “제 주변에 정치에 관심 없는 3040 세대도 결국 민주당을 뽑는다”며 “민주당이 더 나아서가 아니라 그냥 ‘기본값’처럼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유승민이 나왔으면 뽑으려 했지만, 안 나오는 것 같아 결국 다시 민주당을 뽑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오후, 광주 충정로 거리 위로 시민들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승연 기자

대선이 가까워졌지만, 광주 지역 유권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과 현안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충장로에서 만난 직장인 문모(27)씨는 “광주전남은 문화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며 “복합쇼핑몰 하나 제대로 들어서지 않아 주말이면 세종까지 가서 쇼핑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은 세종으로 이전한다고 한다지만, 결국 수도권 중심 정치는 쉽게 안 바뀔 것 같아 회의가 든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25)씨는 “청년 일자리나 물가·환율 안정 같은 문제에 대해 뾰족한 대책이 잘 안 보인다”며 “민주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광주가 크게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도 정권이 바뀌어도 현실은 그대로일 거라고 말한다”며 “그래도 국민의힘은 절대 안 된다는 공감대는 여전하다”고 했다.

다만 후보들의 공약과 정치 행보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청년도 없지 않았다. 윤모(25)씨는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오히려 정치에 관심 없던 또래들도 후보들의 행보를 더 눈여겨보는 분위기”라며 “이재명 후보에 대한 평가도 공약과 언행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청년 일자리나 주거 정책을 더 세밀하게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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