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열린 12·3 내란사건 형사재판에서 “계엄령은 칼하고 같다. 칼이 있어야 요리도 하고 아픈 환자를 수술도 할 수 있고, 살인 같은 범죄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라며 계엄을 칼에 비유했다. 비상계엄 당시 “아무도 다치거나 유혈 사태가 없었기에 내란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비유를 한 것이다. 해괴망측한 망발과 궤변이 갈수록 태산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2차 공판에서 “칼을 썼다고 무조건 살인이 아니다”라며 계엄과 내란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전직 대통령의 품위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궤변이다. 그의 변호인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의 진술을 흔들려다 되레 망신을 샀다. “국회의원 끌어내라는 지시는 애초 불가능한 작전 아니냐”고 물었다가 조 단장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이) 잘 알고 계시는데 그런 지시를 왜 내리셨는지 모르겠다”고 면박을 당했다. 윤 전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명령을 지휘관이 잘못 해석한 것으로 몰아가려다 벌어진 일이다. 내란 책임을 부하들에게 무리하게 떠넘기려다 오히려 군통수권자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꼴이다.
조 단장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헌법재판관들이 유일하게 그를 증인으로 직권 신청한 이유다. 그런데도 변호인단은 조 단장이 검찰 조사와 헌법재판소 변론, 그리고 지난 공판기일 때 한 증언이 서로 다르다고 계속 억지를 부렸다. 오죽하면 윤 전 대통령을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어줬던 지귀연 판사가 “같은 질문이 반복되고 있다”며 주의를 주었겠는가. “명령은 중요하지만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는 조 단장과 “상급자의 명령에 하급자가 복종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임무’에 국한된다”는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의 진술이야말로 군통수권자가 할 말 아닌가.
법원과 검찰의 비호 속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 결정에도 아랑곳없이 정치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일각에서 추진된 ‘윤석열 신당’ 창당 작업을 지원하고, 보란 듯이 김계리 변호사 등과 식사하면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게 하는 등 조금도 내란죄 피고인답지 않은 모습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10만여명의 시민이 서명한 윤 전 대통령 재구속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지귀연 재판부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을 진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