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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종교계 애도 메시지 이어져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오전(현지시간) 88세로 선종했다. 재위 12년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6월 16일 일요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생명 존중 미사 말미에 병자와 장애인들을 축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페렐 추기경은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깊은 슬픔을 안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알려드리게 됐다”며 “오늘 아침 7시 35분, 로마 주교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영상으로 발표했다.

이어 “그분은 평생 주님과 교회를 위해 헌신하셨다”며 “그는 우리에게 복음의 가치, 특히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충실함과 용기, 보편적인 사랑으로 살도록 가르쳤다”고 했다.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신도들은 성베드로 광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올해 희년(안식년이 7번 지나 50년마다 돌아오는 해)을 맞아 전 세계에서 몰려든 가톨릭 신자들이 광장에 운집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선 교황의 선종을 기리는 정오 미사를 시작하기 전에 88번 종을 울렸다. 88세로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세계 지도급 인사들의 추모 발언도 잇따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장 취약하고 연약한 자의 편에 선 겸손한 분”이라며 “모든 가톨릭 신도와 슬픔에 잠긴 세상에 우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미국 백악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각각 교황과 만나는 사진을 올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로운 안식을 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난민을 비롯한 이주민, 기후변화를 위시한 환경 등 각종 국제 현안을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립해왔다.

전날 교황을 접견했던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어제 교황을 뵙게 돼 기뻤다”며 “분명 많이 편찮으셨지만, 코로나19 초기에 교황께서 하신 강론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강론이었다”고 애도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하느님의 창조 세계를 돌보는 것이 곧 하느님에 대한 신앙의 본질적인 표현이란 그분의 확신은 전 세계 많은 이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며 "그는 사람들과 세계를 돌보는 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삶에 깊은 감동을 줬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난 이 뛰어난 사람(교황)과 여러 차례 소통하는 특권을 누렸고, 그에 대한 가장 소중한 기억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우크라이나 휴전을 적극적으로 촉구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위대한 인물이자 위대한 목자를 잃었다"며 "저는 그와의 우정을 즐길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그분의 가르침과 유산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에 대한 정의와 화해를 위한 그의 끊임없는 헌신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면에서 만인의 분이셨다”며 “전 세계 가톨릭 공동체는 우리 시대의 시급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지도자에게 작별을 고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냉철한 삶의 태도, 봉사와 연민의 실천으로 가톨릭 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아우르는 많은 이들의 롤모델이었다”고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 다른 종교와의 화합에 앞장섰던 만큼 추모 열기엔 종교의 경계도 없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격려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평화를 촉구하는 데 평생을 바치셨다"며 "종교 간 대화를 증진해 더 큰 이해와 상호 존중을 향한 길을 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올바르게 인식하셨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중동의 평화와 (하마스에 끌려간 이스라엘) 인질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한 그의 기도가 곧 응답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힌두교도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연민, 겸손, 그리고 영적 용기의 등불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그와의 만남을 소중히 기억하며, 포용적이고 전면적인 발전을 향한 그의 헌신에 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에스마일 바카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모든 기독교인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짧게 말했다.

국내 종교계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듣고 추모하는 마음과 함께 교황의 방한 당시 인연 등을 거론하며 애도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지난 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미사가 끝난 뒤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2014년 방한 당시 교황께서 124위 시복식과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한 일을 거론하며 "교황님께서는 선조들이 직접 하느님 말씀을 만나 뿌리내리게 된 한국 천주교회의 특별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셨다"며 "그 전통을 바탕으로 한국 천주교회가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한반도와 전 세계에 희망과 평화 지킴이로서 수행할 책무가 있음을 강조하셨다"며 "한국 천주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뵐 수 없음을 슬퍼하면서도, 주님 품 안에서 편안히 쉬실 교황님을 생각하며 기쁨으로 보내 드린다"고 애도했다.

지난 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 집전을 위해 입장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 위로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예수회 출신으로서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 남반구, 그리고 비유럽권 출신 교황이셨으며, 자신의 이름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로부터 취하셨다. 이는 청빈과 겸손, 평화와 창조세계에 대한 사랑을 자신의 사도직의 핵심 가치로 삼으셨음을 상징한다"며 "그분의 사제적 영성과 목회적 헌신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것"이라고 추모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진우 총무원장은 21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 겸손과 자비로 인류의 고통을 함께 나누신 분이다. 높은 자리에서 낮은 이들을 살피시며, 평화와 연대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셨다”며 애도의 메시지를 밝혔다.

진우 총무원장은 또 교황의 방한 당시를 떠올리며 “2014년 대한민국 방문 당시에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시고, ‘삶이라는 길을 함께 걷자’는 말씀으로 종교 간 화합의 길을 밝혀 주셨다. 우리 불교와도 인연을 맺으시며 따뜻한 우정을 나누셨다”며 “큰 별이 지고 세상은 다시 어두워졌지만, 교황께서 남기신 사랑과 헌신의 길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남아 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 여러분께 깊은 위로를 전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인류와 함께 애도한다”고 밝혔다.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왕산 성도종 종법사는 애도문을 통해 “교황님께서는 평생 인류의 평화와 사랑, 자비와 포용을 실천하신 위대한 영적 지도자이셨다. 종교 간 경계를 넘어 상호 존중과 대화, 연대의 길을 열어주신 그 숭고한 업적은 전 세계 신앙인들에게 깊은 감동과 희망을 주었다”며 “특히 한국을 방문하시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하신 모습, 그리고 종교 지도자들에게 평화와 비폭력의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하신 말씀을 원불교는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정치인들의 애도 메시지도 이어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1일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교황청 국무원장에게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전 세계 천주교인들과 함께 슬픔을 같이 하며 진심 어린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는 내용의 조전을 보냈다. 한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조전에서 “교황님은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라는 가르침을 통해 인류에게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셨고, 평화와 화해의 삶을 실천하시며 평생을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을 위해 헌신하셨다”고 추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더 많은 정치인을 허락해 달라던 교황님의 호소를 제 삶으로 실천하겠다”며 추모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교황은 소외 받은 자들의 위로자였고, 부정부패와 불평등에 맞선 개혁가”였다며 “정신적 지도자를 잃은 슬픔을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빈자의 친구로, 평화의 사도로, 시대의 양심으로 살아오신 교황님의 여정을 기억하겠다”며 추모글을 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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