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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추기경들. 왼쪽부터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미국의 레이몬드 버크 추기경. 로이터/AP=연합뉴스, 엑스(X)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차기 교황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웹사이트 ‘추기경단 보고서(Cardinalium Collegii Recensio)’에 따르면 현재 가톨릭계에서는 차기 교황 후보로 추기경 22명이 거론되고 있다. 추기경단 보고서는 미국계 가톨릭 언론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의 바티칸 수석 특파원인 에드워드 펜틴이 가톨릭 전문가 및 언론인들과 공동으로 운영 중인 개방형 웹사이트로, 에드워드 펜틴은 『The Next Pope-The Leading Cardinal Candidates』(차기 교황-주요 추기경 후보들, 2020)의 저자다.

가톨릭 교계와 외신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입장을 계승할 추기경이 그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재 투표권을 가진 80세 미만 추기경 대부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했기 때문에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낮진 않다. 에드워드 펜틴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보수성향 TV채널 뉴스맥스와 인터뷰에서 “투표권이 있는 추기경 중 약 110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했고, 나머지 30명은 전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가 임명했다”고 전했다.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추기경들. 왼쪽부터 이탈리아의 마테오 마리아 주피 추기경, 콩고민주공화국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순구 추기경. 사진 유튜브 캡처


유력 후보는 역시 유럽 출신 추기경

역대 교황 총 266명 중 유럽 출신이 아닌 사람은 프란치스코 교황 포함 단 3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에서 나고 자라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자 1000년 만에 등장한 비 유럽권 출신 교황이었지만, 그의 부모가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이라 큰 틀에선 유럽 출신으로 분류됐다. 때문에 큰 이변이 없다면 유럽 출신이 후임 교황에 오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파롤린(70) 추기경과 마테오 마리아 주피(69) 추기경이다.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의 2인자’로 불린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됐고, 교황청 국무원 총리로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바티칸에서 11년을 함께 했다. 그가 차기 교황이 된다면 프란치스코 체제의 연장선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뉴욕포스트는 짚었다. 강경 보수파와 급진 개혁파의 중간 성향이라, 교황청 내 보수-개혁 갈등 속에서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24년 7월 7일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방문 중 이탈리아의 마테오 마리아 주피 추기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역시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한 마테오 마리아 주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좋아하는 추기경”(인디펜던트),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신적 후계자”(더 타임스)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이런 말들이 보여주듯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사상적으로 가장 닮아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 ‘간청하는 믿음’이라는 선언을 통해 사제들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하는 등 동성애에 포용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주피 추기경은 이 선언이 “하느님의 모든 자녀에 대한 교회의 사랑의 시선을 보여준다”며 명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런 행보에 힘입어 2023년 6월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특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밖에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75, 스웨덴), 장 마크 아벨린(66, 프랑스), 안젤로 바냐스코(82, 이탈리아), 빔 에이크(71, 네덜란드), 페테르 에르되(72, 헝가리), 페르난도 필로니(79, 이탈리아), 쿠르트 코흐(75, 스위스), 게르하르트 루트비히 뮐러(77, 독일), 마우로 피아젠차(80, 이탈리아), 호세 톨렌티노 칼라사 데 멘도사(59, 포르투갈) 추기경도 유럽 출신 교황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 2번째)이 지난 2024년 9월 4일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왼쪽)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시아·아프리카서 차기 교황 나올 수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아시아를 포함해 비 유럽권 출신의 추기경들을 다수 임명하며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했다.

최초의 아시아권 교황 후보로 지목되는 이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아 타글레(67) 추기경이다. 2012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란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입장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선 “동성애자, 이혼녀, 미혼모에 대한 교회의 엄격한 입장이 복음 전파의 목표에 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 찰스 마웅 보(76, 미얀마), 알베르트 말콤 란지스 파타벤디게 돈 추기경(77, 스리랑카) 추기경도 아시아 출신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프리돌린 암봉고 베순구 추기경이 지난 2월 9일 킨샤사의 노트르담 콩고 대성당에서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지역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리카에선 콩고민주공화국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순구(65) 추기경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그는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에 서임했는데, 그런 만큼 사회적 약자 보호, 경제적 불평등 해소 등의 가치를 중시 여기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창하는 ‘개방적인 교회’를 지지하는 인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적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데다 현재 가톨릭 신자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낮지 않다. 다만 다른 추기경들에 비해 바티칸 행정 경험이 부족한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아프리카에선 이밖에 스티븐 브리슬린(68, 남아프리카공화국), 로버트 사라(79, 기니), 피터 터크슨(76, 가나) 추기경이 차기 교황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중동에선 2020년부터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로 봉직하고 있는 피에르 바티스타 피자발라(60) 추기경이 차기 교황 후보군이다. 그는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중재를 위해 힘쓰는 등 중동 가톨릭 교회의 핵심 인물로 통하고 있다. 이슬람·유대교 지도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중동 평화 중재자로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런 점 때문에 중립적이어야 할 교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도 있다.
지난 2022년 2월 17일 마크 우엘레 추기경(오른쪽)의 개회사를 듣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AP=연합뉴스


미주 출신 추기경은 가능성 낮아

미주 대륙에서는 미국의 레이몬드 버크(76) 추기경과 캐나다의 마크 우엘레(80) 추기경이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2010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추기경으로 서임한 레이몬드 버크 추기경은 대표적인 강경 보수파 중 한 명이다. 그는 여러 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척점에 있었는데, 특히 이혼한 부부와 재혼한 부부에게 영성체를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이러한 성향 탓에 2014년 교황청 대법원장에서 해임되고 바티칸 내 영향력이 약화됐다.

2003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서임된 마크 우엘레 추기경은 가톨릭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동성애나 재혼 등에 개방적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장에 대해선 보수적 입장이다. 보수파와 개혁파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과 교황청 주교성 장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위원장 등 교황청 요직을 두루 맡았다는 점 등이 강점으로 작용해, 한 때는 강력한 차기 교황 후보로 지목됐다. 그러나 2023년 성 비위 의혹(무혐의 판명)으로 조사를 받은 이후 입지가 약화됐고 나이가 80세로 많은 편이라 현재는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평가다. 그 밖에 다니엘 페르난도 스투를라(65, 우루과이) 추기경도 미주 대륙 출신 교황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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