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주식 거래 시대 열리자 시스템 오류 쏟아져
ATS 출범 전 증권사들 “점검 기간 더 달라” 요청
금융당국은 “이미 충분히 줬다”며 예정대로 진행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 “신뢰할 수가 없어”
지난달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출범과 함께 복수 주식 거래소 시대가 열렸지만,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의 잦은 오류로 투자자 불만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ATS 도입 전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에 테스트 기간이 빠듯하다며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했다. 그러나 당국은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의 부실한 준비와 정부의 일방통행이 결국 투자자 피해로 이어진 셈이다.
3월 4일 국내 첫 ATS인 넥스트레이드(NXT)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주요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는 크고 작은 오류가 쏟아졌다. 출범 당일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에서 주식 체결 조회 지연, 실시간 시세 조회 지연 등의 오류가 나타났다. 같은 달 19일에는 토스증권에서 해외 종목 정보 조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증권사뿐 아니라 한국거래소 거래 시스템도 말을 듣지 않으면서 유가증권시장의 주식 매매 거래 체결이 약 7분간 전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1956년 거래소 출범 이래 전(全) 종목 거래가 일제히 멈춘 건 처음이었다. 이 역시 ATS 출범으로 추가된 ‘중간가 호가’ 방식이 기존 ‘자전거래방지 조건 호가’와 충돌하면서 생긴 오류였다.
4월 들어서는 키움증권에서 주식 주문 체결 지연 사태가 잇따라 터졌다. 이 오류는 이달 3~4일 이틀 연속으로 나타났다. 결국 키움증권은 주말(4월 5~6일) 동안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점검해야만 했다. 이후 18일 오전에는 미래에셋증권 시스템 오류로 프리마켓(Pre-Market·오전 8~8시 50분) 거래가 10분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우려했던 상황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앞서 증권사들은 복수 거래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자동주문시스템(SOR)을 도입했는데, 모든 증권사가 처음이다 보니 SOR의 정상 작동 여부를 누구도 자신할 수 없었다. 결국 올해 초 일부 증권사가 금융당국에 “ATS 관련 주문 시스템 테스트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테스트를 반복하며 오류를 찾는 중인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당국은 증권사에 “예정된 일정대로 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불안하니까 엄살을 부리는 것”이라며 “ATS 제도가 도입된 게 2013년이고 준비 기간만 12년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로선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부여했고, 사업자 역시 다들 열심히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었다.
결과적으로 증권사는 주어진 시간 안에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지 못했고, 금융당국은 “주문 사고가 날까 봐 우려된다”는 사업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복수 주식 거래 시스템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가 떠안게 됐다. 한 개인 투자자는 “오류가 발생하는 텀이 너무 짧아 불안하다”며 “신뢰가 생명이어야 할 자본시장이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는 듯하다”고 했다.
ATS 출범 전 증권사들 “점검 기간 더 달라” 요청
금융당국은 “이미 충분히 줬다”며 예정대로 진행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 “신뢰할 수가 없어”
지난달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출범과 함께 복수 주식 거래소 시대가 열렸지만,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의 잦은 오류로 투자자 불만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ATS 도입 전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에 테스트 기간이 빠듯하다며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했다. 그러나 당국은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의 부실한 준비와 정부의 일방통행이 결국 투자자 피해로 이어진 셈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3월 4일 국내 첫 ATS인 넥스트레이드(NXT)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주요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는 크고 작은 오류가 쏟아졌다. 출범 당일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에서 주식 체결 조회 지연, 실시간 시세 조회 지연 등의 오류가 나타났다. 같은 달 19일에는 토스증권에서 해외 종목 정보 조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증권사뿐 아니라 한국거래소 거래 시스템도 말을 듣지 않으면서 유가증권시장의 주식 매매 거래 체결이 약 7분간 전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1956년 거래소 출범 이래 전(全) 종목 거래가 일제히 멈춘 건 처음이었다. 이 역시 ATS 출범으로 추가된 ‘중간가 호가’ 방식이 기존 ‘자전거래방지 조건 호가’와 충돌하면서 생긴 오류였다.
4월 들어서는 키움증권에서 주식 주문 체결 지연 사태가 잇따라 터졌다. 이 오류는 이달 3~4일 이틀 연속으로 나타났다. 결국 키움증권은 주말(4월 5~6일) 동안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점검해야만 했다. 이후 18일 오전에는 미래에셋증권 시스템 오류로 프리마켓(Pre-Market·오전 8~8시 50분) 거래가 10분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우려했던 상황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앞서 증권사들은 복수 거래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자동주문시스템(SOR)을 도입했는데, 모든 증권사가 처음이다 보니 SOR의 정상 작동 여부를 누구도 자신할 수 없었다. 결국 올해 초 일부 증권사가 금융당국에 “ATS 관련 주문 시스템 테스트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테스트를 반복하며 오류를 찾는 중인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당국은 증권사에 “예정된 일정대로 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불안하니까 엄살을 부리는 것”이라며 “ATS 제도가 도입된 게 2013년이고 준비 기간만 12년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로선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부여했고, 사업자 역시 다들 열심히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었다.
결과적으로 증권사는 주어진 시간 안에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지 못했고, 금융당국은 “주문 사고가 날까 봐 우려된다”는 사업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복수 주식 거래 시스템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가 떠안게 됐다. 한 개인 투자자는 “오류가 발생하는 텀이 너무 짧아 불안하다”며 “신뢰가 생명이어야 할 자본시장이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는 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