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건설·에르코스·형지글로벌 등 CB 전환
정치 테마주, 선거일 가까워지면 하락하는 경향
“공매도 재개돼 과거보다 하락 폭 커질 수 있어”
정치 테마주 열풍이 주식시장을 휩쓸며 관련 종목이 급등하자 이들 종목의 전환사채(CB)가 잇따라 주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앞서 전환사채를 매입한 사채 투자자들은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게 됐지만, 전환된 주식이 새로 상장하면서 기존 주주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저출산 정책 테마주로 꼽혀 주가가 급등한 꿈비는 지난 17~18일 연이틀 제1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발행한 것으로, 채권자는 이달 전환 청구 기간이 도래하자마자 CB 전환을 결정했다.
다음 달 9일 주식이 신규 발행될 예정인데 대규모 물량이 풀리면서 단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가액은 7944원으로, 18일 종가(1만2210원)보다 34% 낮다. 시장에 풀릴 보통 주식 수는 124만 주로, 발행주식총수의 10% 규모다.
유아용품 업체인 꿈비는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저출산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로 정치 테마주에 올라탔다. 지난 3일 7990원이던 주가는 하루 만에 1만원대로 올라섰다. 이후로도 2거래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한 가운데 이달 들어 주가는 두 배가량 뛰어 1만300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대선 주자와 엮여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도 연달아 CB 전환청구권 행사를 밝히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관련주로 묶인 아이스크림에듀와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 관련주로 꼽힌 에르코스 역시 이달 CB를 보통주로 바꾼단 내용의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를 냈다.
꿈비와 마찬가지로 두 기업 모두 다음 달 초 CB 매도 물량이 풀릴 예정이라 대선을 앞두고 주가 하락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에르코스는 이 후보와 관계된 사업이 없음을 공시한 바 있다.
18일엔 ‘이재명 테마주’로 알려진 형지글로벌에 신규 주식이 상장했다. 앞서 형지글로벌이 발행한 4~6회차 CB가 보통주로 전환돼 상장한 것이다. 보통주 약 200만주가 신규 상장했는데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약 30%에 달한다. 전환가액은 3172~3925원 범위로, 18일 종가(771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해당 물량은 권리공매도(상장일 2거래일전 매도)가 가능했던 지난 16일 시장에서 소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형지글로벌 주가는 22.67% 폭락 마감했다. 이번 CB 전환 이후에도 보통주 약 150만주로 전환할 수 있는 CB가 남아 있어 매도 부담은 이어질 예정이다.
같은 날 이 후보의 퓨리오사AI 관련주로 분류된 엑스페릭스 또한 다음 달 45만주 규모의 CB가 보통주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전환가액은 2467원으로, 당시 종가(5500원)의 절반이 채 안 된다.
동시에 이 기업은 신주인수권 행사 공시를 내기도 했다. 주가가 급등하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가 현재 주가보다 27.6% 낮은 3984원에 신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상장 예정일은 내달 16일로, 보통주 83만주가 시장에 유입될 예정이다. 아직 행사되지 않은 BW 물량도 약 400만주(160억원)에 달한다.
대선 테마를 타고 주가가 14배 오른 상지건설 CB 투자자들도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았다. 18일 장 마감 이후 230만주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57.7% 규모로, 대규모 매도 물량으로 인한 주가 하락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환가액은 5000원으로, 당일 종가(3만8050원) 대비 86.9% 낮다.
정치 테마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자 CB 투자자들이 빠르게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CB는 주가가 상승하면 전환가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보통 6개월 주기로 전환가액을 조정하는데, 이 주기가 돌아오기 전 낮은 전환가액에 CB를 전환해 차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이다. 당연히 대선 전에 빨리 팔아치우려는 의도도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가치와 관계없이 유력 후보와의 막연한 관계를 명분으로 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정치테마주 현상이 5년마다 반복되고 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결국 선거일이 가까워지면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아울러 공매도 재개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이들이 늘어나 주가 하락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 테마주, 선거일 가까워지면 하락하는 경향
“공매도 재개돼 과거보다 하락 폭 커질 수 있어”
정치 테마주 열풍이 주식시장을 휩쓸며 관련 종목이 급등하자 이들 종목의 전환사채(CB)가 잇따라 주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앞서 전환사채를 매입한 사채 투자자들은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게 됐지만, 전환된 주식이 새로 상장하면서 기존 주주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일러스트 = 챗GPT 달리
저출산 정책 테마주로 꼽혀 주가가 급등한 꿈비는 지난 17~18일 연이틀 제1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발행한 것으로, 채권자는 이달 전환 청구 기간이 도래하자마자 CB 전환을 결정했다.
다음 달 9일 주식이 신규 발행될 예정인데 대규모 물량이 풀리면서 단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가액은 7944원으로, 18일 종가(1만2210원)보다 34% 낮다. 시장에 풀릴 보통 주식 수는 124만 주로, 발행주식총수의 10% 규모다.
유아용품 업체인 꿈비는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저출산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로 정치 테마주에 올라탔다. 지난 3일 7990원이던 주가는 하루 만에 1만원대로 올라섰다. 이후로도 2거래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한 가운데 이달 들어 주가는 두 배가량 뛰어 1만300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대선 주자와 엮여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도 연달아 CB 전환청구권 행사를 밝히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관련주로 묶인 아이스크림에듀와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 관련주로 꼽힌 에르코스 역시 이달 CB를 보통주로 바꾼단 내용의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를 냈다.
꿈비와 마찬가지로 두 기업 모두 다음 달 초 CB 매도 물량이 풀릴 예정이라 대선을 앞두고 주가 하락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에르코스는 이 후보와 관계된 사업이 없음을 공시한 바 있다.
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명선거 실천 협약식에 참석했다./뉴스1
18일엔 ‘이재명 테마주’로 알려진 형지글로벌에 신규 주식이 상장했다. 앞서 형지글로벌이 발행한 4~6회차 CB가 보통주로 전환돼 상장한 것이다. 보통주 약 200만주가 신규 상장했는데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약 30%에 달한다. 전환가액은 3172~3925원 범위로, 18일 종가(771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해당 물량은 권리공매도(상장일 2거래일전 매도)가 가능했던 지난 16일 시장에서 소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형지글로벌 주가는 22.67% 폭락 마감했다. 이번 CB 전환 이후에도 보통주 약 150만주로 전환할 수 있는 CB가 남아 있어 매도 부담은 이어질 예정이다.
같은 날 이 후보의 퓨리오사AI 관련주로 분류된 엑스페릭스 또한 다음 달 45만주 규모의 CB가 보통주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전환가액은 2467원으로, 당시 종가(5500원)의 절반이 채 안 된다.
동시에 이 기업은 신주인수권 행사 공시를 내기도 했다. 주가가 급등하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가 현재 주가보다 27.6% 낮은 3984원에 신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상장 예정일은 내달 16일로, 보통주 83만주가 시장에 유입될 예정이다. 아직 행사되지 않은 BW 물량도 약 400만주(160억원)에 달한다.
대선 테마를 타고 주가가 14배 오른 상지건설 CB 투자자들도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았다. 18일 장 마감 이후 230만주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57.7% 규모로, 대규모 매도 물량으로 인한 주가 하락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환가액은 5000원으로, 당일 종가(3만8050원) 대비 86.9% 낮다.
정치 테마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자 CB 투자자들이 빠르게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CB는 주가가 상승하면 전환가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보통 6개월 주기로 전환가액을 조정하는데, 이 주기가 돌아오기 전 낮은 전환가액에 CB를 전환해 차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이다. 당연히 대선 전에 빨리 팔아치우려는 의도도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가치와 관계없이 유력 후보와의 막연한 관계를 명분으로 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정치테마주 현상이 5년마다 반복되고 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결국 선거일이 가까워지면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아울러 공매도 재개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이들이 늘어나 주가 하락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