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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기간 3년, 행정처리는 7개월 걸려
업계 “탈 한전 막으려 허들 높여” 불만

최근 수년간 산업용 전기 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기를 사려는 기업이 늘고 있으나 행정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탈(脫)한전’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전기 직접 구매의 허들(hurdle·뛰어 넘어야 하는 장애물)을 높인다는 불만도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가스의 석유화학 자회사 SK어드밴스드에 이어 석유화학 기업 LG화학도 전력 직접 구매를 신청했다. 현재 가정과 기업은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에서 도매로 구매한 전기를 구매한다. 업계는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하면 전기 요금을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SK어드밴스드, LG화학을 포함한 복수의 기업이 전력 직접 구매를 신청했고, 공기업에서도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LG화학 대산사업장 전경. 석유화학업은 대표적인 전기요금 민감 업종이다./LG화학 제공

산업통상자원부는 SK어드밴스드가 전력 직접 구매를 신청하자 3개월여 논의 끝에 거래 유지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가격 변동에 따른 기업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어떤 대상에서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을 막고 이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곳만 들어올 수 있도록 허들을 높였다”고 말했다.

도매시장 전력 가격은 변동성이 큰데, 최소 3년간 계약을 유지하도록 한 것은 기업엔 큰 부담이다. 한전은 거래 유지 기간을 5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업이 공장을 멈출 정도로 어려워서 다른 방법을 찾는 건데 ‘체리피킹’이라는 말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의 송·배전망 이용 신청 규정. 한국전력은 신규 신청 기업과 기존 수전 기업 모두 동일하게 7개월이 소요된다고 밝혔는데 업계에서는 이 기간이 길어 기업의 진입을 막는다고 본다. /한국전력 제공

한전의 망 이용 계약 관련 행정 처리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이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해도 한전의 송전망을 이용해야 해 한전과 송·배전망 이용 계약을 맺어야 한다. 한전은 이 행정 처리에 약 7개월이 걸린다고 밝혔다.

SK어드밴스드 관계자는 “기업에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데 7개월은 큰 장벽”이라고 했다. 손 교수도 “이미 전기를 받고 있는 곳이라 환경영향평가도 필요 없고 계량기만 바꾸면 된다. 검토할 게 필요해도 7개월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SK어드밴스드는 최소 유지 기간 3년, 행정 처리 7개월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 전기 직접 구매를 보류하기로 했다. SK어드밴스드 관계자는 “다른 전력 조달 방안도 강구 중인데 당장 전기료가 비싸지는 여름이 오면 공장을 멈추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행정 처리 기간이 길다는 지적에 대해 “전력 직접 구매 고객은 새로운 유형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검토 여부와 새로운 표준 계약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SK어드밴스드 울산 공장 전경. 전력직접 구매 도입을 일시 중단한 SK어드밴스드는 공장 가동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다. /SK가스 제공

에너지 업계에서는 기업의 전력 직접 구매를 정부와 한전이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본다. 한전은 고객을 뺏기고, 정부는 전기 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언젠가는 회수할 수 있는 구조이니 당장 요금을 올리지 말라’고 한전을 통제해 왔는데 큰손 고객인 기업이 떠나면 요금을 억제할 근거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한전의 적자와 요금 체계를 포함한 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성수 한국공학대 에너지전기공학부 교수는 “외국은 판매 사업자가 많아 직접 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장기적으로는 직접 구매 활성화가 맞지만 그동안 쌓인 한전의 적자를 누가 부담할 것이냐를 생각하면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직접 거래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것도 대안”이라고 했다.

한전은 전력 직접 구매가 전체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 형평성 확보 등 편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과거 한전이 부담했던 비용을 모든 소비자가 공평하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원가를 반영해 전기요금을 적기에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요금 결정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의 모습./뉴스1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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