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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퇴거 때 청년들 내세웠지만
3년 간 일자리·부동산 상황 후퇴
계엄으로 젊은 군인에 절망 안겨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관저를 떠나 사저로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파면당한 대통령이 관저를 나서던 날,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관저 앞에서 ‘윤석열’을 연호하던 일군의 청년들이었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포착된 윤 전 대통령의 주 지지 세력은 항상 7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윤석열’ 하면 떠오르는 숱한 단어 중에도 청년이란 글자는 없었다. 그런데 이 청년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현장 기자 취재를 보면 집회 사회자가 애초 “청년 200명 모여 달라”는 식의 주문을 했다고 한다. “50대 이상 입장 불가”라는 말도 나왔단다. 청년 각자는 진심에서 행동했겠지만, 노년이 사라지고 청년만 남은 그림은 일종의 ‘설정’이었던 것이다. 청년은 ‘젊은이가 사랑한 리더’ 윤석열을 돋보이게 하려는 무대장치였다.

윤 전 대통령은 이렇게 청년을 앞세워 메시지를 보낼 자격이 있는 리더였을까. 아니면 자기 구명을 위해 청년을 액세서리로 쓴 교활한 지도자일까. 정치인은 말보다 행동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청년을 향한 그의 진심을 파악하려면 윤 정부 3년의 치세가 이 땅의 청년들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를 짚어야 한다.

객관적 평가를 위해 정부 스스로 내놓은 청년정책 청사진에서 논의를 시작해 보자. 윤 정부 청년정책은 출범 6개월째인 2022년 10월 26일 ‘관계부처 합동’ 명의로 발표된 ‘청년정책 추진계획’에 집약돼 있다. 당시 정부는 “청년을 국정의 핵심 어젠다로 설정한다”면서 ①희망 ②공정 ③참여를 청년정책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A4용지 42쪽엔 △왜 청년을 말하는지 △청년은 어떤 고충을 겪는지 △어떻게 희망을 줄 건지, 밝고 달달한 얘기가 가득했다.

3년 후 청년들은 희망을 찾고, 공정을 누리며, 참여 기회를 보장받고 있나. 감히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우선 희망. 청년의 꿈은 일자리를 찾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나 구직을 단념하고 “그냥 쉰다”는 20대가 46만 명이고, 20대 후반 취업자는 12년래 최대 폭 감소세를 보인다. 대통령이 일자리를 뚝딱 만들 순 없지만, 경고가 임기 내내 계속됐음에도 별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집값도 희망을 앗는다. 부동산이 부진하다 싶으면 부양책을 꺼냈고, 그 결과 지금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은 윤 전 대통령이 그렇게 욕한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비싸다. 일자리와 집을 포기한 젊은이가 어디서 무슨 희망을 찾나.

공정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청년이나 국민보다 아내의 안위를 살피는 데 힘을 쏟았다. 이종섭의 호주대사 임명, 김건희 명품백 수수 불기소에서 도대체 어떤 공정을 찾을 수 있나. 청년의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할 통로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권의 요직은 60대와 70대가 독차지했다. ‘참여’도 그저 말의 성찬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청년을 저버린 지도자였다. 수도 한복판에서 청년들이 압사당했지만, 측근 주무장관을 경질조차 하지 않았다. 청년 과학자를 우대한다더니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했고, 그에 항의하는 청년의 입을 틀어막았다. 청년 해병의 죽음을 살피던 수사책임자는 외압을 당했다. 마지막엔 젊은 군인들을 국회에 밀어 넣어 씻지 못할 치욕을 안겼다. 그래서 윤석열이 청년을 외치고, 젊은이와 작별 포옹을 하는 모습이 기괴해 보이는 것이다.

청년 각자가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는지는 자기 선택의 몫이다. 그러나 청년의 순진함을 악용하려는 지도자,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젊은 세대를 갈등의 장으로 끌어들인 정치인의 행태는 비난 가능성이 높다. 평소 청년에게서 멀리 있던 윤석열이 위기에 몰리자 ‘청년 대통령’을 참칭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계엄탄핵 사태에서 그는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청년의 순수한 열정을 이용하려 했던 것은 가장 비도덕적 행위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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