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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8시20분쯤 경기 광명 일직동 신안산선 터널공사 붕괴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마친 이용범(50) 소방위가 ″토사, 잔해물을 다 헤치고 구조작업을 끝낸 뒤 내 작업화가 가여워 찍었다″는 사진. 이용범 소방위 제공
지난 11일 오후 3시13분쯤 광명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공사 현장이 무너지자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등 6개 구조대가 급파됐다. 현장에 있던 19명 중 17명은 대부분 터널 내부 지하 공간에 있다가 대피했으나 포스코이앤씨 소속 직원 A씨(54)와 하청업체 소속으로 굴착기 수리를 하던 B씨(29)는 지상에 있다가 콘크리트, 건설 자재 등과 함께 추락해 토사에 매몰됐다.

상황 해결에 장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 발령되는 소방 비상 대응 1단계부터 특수대응단이 투입된다. 특수대응단은 대형화재나 특수재난 상황에 구조·구난 활동에 특화된 조직으로 특전사·정보사 부사관 출신 등 뛰어난 구조 능력을 갖춘 대원들로 구성돼있다.

특수대응단 구조1팀은 사고 발생 7498분 만에 A씨 시신을 수습해 구급대에 인계했다. A씨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시점은 16일 오후 5시쯤이었다. 구조1팀은 실종자 발견 이후 3시간여 주변을 덮고 있던 컨테이너 내부에서 흩어져 나와 토사에 파묻힌 사무집기와 건설 자재를 모두 제거한 끝에 들것으로 수습된 시신을 지상으로 올렸다.

이준승 구조1팀장(소방령)과 함께 투입된 6명의 팀원 중 최선임자인 이용범 소방위가 현장 안전을 관리하며 구조 작업을 이끌었다. 이 소방위는 “실종자 수습을 하는 내내 머리 위에 금이 간 채 붙어있던 3m 크기의 승용차만 한 콘크리트 3장이 신경이 쓰였다”며 “‘이러다 순직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소방위는 국군정보사령부에서 8년간 복무하고 중사로 전역한 뒤 구조 특채로 입직한 17년차 베테랑 구조대원이다.

지난 16일 오후 8시쯤 경기 광명 일직동 신안산선 터널공사 붕괴 현장에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지난 16일 오후 8시쯤 경기 광명 일직동 신안산선 터널공사 붕괴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지하 21m 깊이에서 실종자를 수습하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구조대원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이 소방위는 사고 3일 차인 지난 13일 오전부터 현장에 투입돼 수색 작업을 벌였다. 그는 “한참 붕괴 잔해와 토사를 삽으로 퍼내다 3~4년 전 교통사고로 완파된 차 안에 끼여 구조작업 도중 서서히 숨이 끊어져 숨진 젊은 청년 요구조자가 문득 떠올랐다”며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눈앞에 보이는 현장에만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붕괴 사고 발생 13시간여 만에 굴착기 기사 B씨를 구조한 특수대응단 구조대원들은 구조2팀 소속이다. 팀 당 구조대원은 13~14명인데, 소방구급헬기(EMS) 운용요원을 제외한 7~8명이 구조팀장과 함께 24~26시간씩 수색 작업에 매달렸다고 한다. 사고 첫날 투입돼 이튿날 오전 4시30분쯤 B씨를 2팀 소속 조병주 소방위와 이준희 소방장이 구출했다.

이 소방장은 “텅 빈 지하 공간에 지상에 있던 구조물이 무너져내려 안전을 최우선으로 조심스럽게 작업을 하다 보니 상당 시간이 걸렸다”며 “작업이 지연되자 요구조자가 ‘저 살 수 있는 거냐’고 물어 반드시 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지난 2월 26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이준희(42) 소방장이 안성 서운면 서울세종고속도로 청용천교 공사 현장 붕괴 사고 당시 교량 상판에 끼인 현장 직원을 구조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깨고 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은 지난 2월 26일 안성 서운면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용인 구간 청용천교 붕괴 현장에도 출동했다. 이 소방장은 안전장치가 전혀 마련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먼저 로프를 거는 선등(先登)을 하고, 8m 높이 교량 상판에 거꾸로 끼어 있던 사고 피해자를 구조했다. 당시 400t이 넘는 빔 런처 장비가 교각 위에 위태롭게 걸려있었기 때문에 낙하 위험이 컸다. 크레인 등 기계 장비를 사용할 조건도 안 돼 15~20㎏ 무게의 콘크리트 착암기(鑿巖機)로 2시간 넘게 요구조자 주변 콘크리트를 깎아낸 뒤 공간을 만들어 요구조자를 구했다.

이 소방장은 “안성에선 머리 위에 대형 건설장비가 흔들렸고, 광명에선 콘크리트 더미가 H빔에 위태롭게 매달려있어 매우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했다”며 “제가 자주 쓰는 말이 ‘퇴근시켜드리겠다’인데, 돌아가신 분도 가족 품에 돌려드리는 것이 구조대원의 사명”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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