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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는 17일(현지시간) “천연 다이아몬드 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표로 삼진 아웃을 당했다”라고 보도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판매 급감과 인공 다이아몬드로 인한 점유율 하락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추락하며 위기를 맞았다는 설명이다.
다이아몬드는 고객 손에 들어가기 전까지 여러 국가를 오가는 복잡한 공급망을 거친다. 보츠와나 등 산지에서 채굴된 원석은 두바이, 헝가리 등의 유통 허브를 거쳐 연마 센터로 옮겨진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약 90%는 인도에서 연마 과정을 거친다. 이후 다양한 국가의 인증 기관을 통해 최종 소비시장으로 향한다. 팬데믹 당시에도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며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번엔 관세가 변수다. 백악관은 ‘보복 관세’ 시행을 90일간 유예했지만, 기본 10% 관세는 적용 중이다. 금과 구리는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다이아몬드는 포함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관세 발표 직후 글로벌 유통 허브인 벨기에 앤트워프의 다이아몬드 일일 출하량은 85% 급감했다. 앤트워프 다이아몬드센터 카렌 렌트미스터스 CEO는 “관세 발표 이후 다이아몬드 출하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원산지에 따른 상호 관세까지 예고되며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통상 다이아몬드는 연마가 진행된 국가를 원산지로 간주한다. 미국과 인도 간 협상이 결렬되면 트럼프가 예고한 26%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다이아몬드 분석가 폴 짐니스키는 “불확실성은 가장 큰 리스크”라며 “다이아몬드 같은 고급 소비재는 소비 심리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미국도 공급망 충격의 여파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전 세계 다이아몬드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소비국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광산이 없어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미국에서는 인증 절차 정도만 이루어진다.
다이아몬드값은 2022년 3월부터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DEX)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지수는 오늘(17일) 기준 95.33이다. 다이아몬드 국제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2001년 2월 가격을 100을 기준으로 삼는다. 100보다 낮으면 밑 다이아몬드값이 24년 전보다 저렴하다는 뜻이다. 2024년 8월 이후 다이아몬드 지수는 100을 넘은 적이 없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인공 다이아몬드의 성장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제작되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라는 대체재가 존재하는 광물이다. 외관상 천연 다이아몬드와 구별이 어렵지만, 가격은 현저히 저렴하다. 맥킨지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최대 80%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며 “천연 다이아몬드 생산자들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