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I&C, 기존 주식수 90% 새로 찍는 유상증자 진행
원래 유증은 악재인데... 이재명 테마 묶이며 주가 3배 급등
5월 말 청약, 신주는 6월 11일 상장... “대선 끝나면 거품 빠질 가능성”
형지그룹 계열사 형지I&C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예측을 깨고 속전속결로 금융감독원 승인을 얻었다. 처음 공시한 이후 효력 발생까지 딱 3주 걸렸다. 차바이오텍이 약 4달만에 금감원 승인을 얻는 등 다른 상장사들이 진통을 겪은 것과 대비된다.
형지I&C는 기존 발행 주식 수에 버금가는 규모(90%)의 신규 주식을 발행하는데, 유증 과정에서 이재명 테마주로 묶이면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주가가 유증 공시 당시에 비해 3배나 뛰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지만, 문제는 투자자들이다. 공교롭게도 유증 청약은 5월 말 실시되고 신주는 대선(6월 3일) 이후인 6월 11일 상장한다. 정치 테마주와 같은 테마주는 재료가 소멸하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라 6월 11일 대규모 주식이 상장해도 주가가 버틸 수 있을지 형지I&C 주주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형지I&C는 지난달 21일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신규 발행 주식 수가 2850만주로, 기존 발행 주식(3154만여주)의 90%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다. 게다가 조달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채무 상환에 쓰기로 했다.
주주들은 당연히 유상증자 결정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형지I&C의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후 첫 영업일이었던 지난달 24일, 전 거래일(1054원)보다 26% 떨어진 783원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그 직후 반전이 일어났다. 조기 대선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형지I&C가 이재명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급등 국면을 탄 것이다. 형지I&C는 패션그룹형지의 계열사인데, 형지그룹은 엘리트교복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는 과거 무상교복 공약을 내 건 적이 있어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15일 종가 기준 형지I&C의 주가는 2355원으로 유상증자 발표 직후와 비교했을 때 3배가량 상승했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유상증자 가격도 크게 올랐다. 당초 유상증자의 발행가액은 주당 704원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현재는 1379원으로 2배가량 상승했다(1차발행가액 기준). 다만 이는 확정 가격은 아니고, 향후 주가 움직임을 고려해 5월 21일 확정된다.
한계기업의 대규모 유상증자인 점, 증자 목적이 빚 상환이라는 점을 고려해 투자자들은 금감원이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기대했다. 대다수 코스닥 기업은 물론, 삼성SDI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대형주들도 줄줄이 금감원 문턱에 막혀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 11일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했다고 공시했고, 지난 14일엔 형지I&C의 유상증자 권리락 공시마저 나왔다. 권리락은 유상증자로 인해 주가 기준 가격을 변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들로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투자자들은 정치 일정상 형지I&C 유상증자에 투자하면 적잖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형지I&C 유상증자의 신주 배정 기준일은 전날(16일)이었는데, 청약일이 다음 달 26~27일이다. 주식은 대선 이후인 6월 11일 상장된다.
현재 기준으로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는 유증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5월 말엔 추가로 자금을 넣고 주식을 받아야 한다. 6월 11일의 주가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형지I&C에 대해 중점심사를 진행해 면밀히 들여다봤으며, 자진 정정을 통해 서류가 보완된 것을 확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건에 대해 면밀히 살펴봤다”면서 “그러나 다른 건과 마찬가지로 유상증자의 방식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기업에 대해서는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청약이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형지그룹 계열사 중 유증을 진행 중인 곳은 형지I&C만이 아니다. 형지글로벌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형지글로벌은 이재명 테마주 지목으로 주가가 폭등하던 지난 1일 유·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테마주 열풍으로 주가가 급등한 것을 기회 삼아 대규모 자금조달을 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형지글로벌은 테마주 지목 이전 주가가 2700원대였으나 15일 종가 기준 1만850원으로 4배가량 상승했다.
형지글로벌의 유·무상증자 증권신고서는 아직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효력 발생을 하루 앞둔 16일 전환사채 조기상환과 대선 일정 확정으로 인해 자진 정정을 해 효력 발생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됐다. 다만 형지I&C와 달리 청약은 대선 이후인 6월 19~20일이다.
원래 유증은 악재인데... 이재명 테마 묶이며 주가 3배 급등
5월 말 청약, 신주는 6월 11일 상장... “대선 끝나면 거품 빠질 가능성”
형지그룹 계열사 형지I&C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예측을 깨고 속전속결로 금융감독원 승인을 얻었다. 처음 공시한 이후 효력 발생까지 딱 3주 걸렸다. 차바이오텍이 약 4달만에 금감원 승인을 얻는 등 다른 상장사들이 진통을 겪은 것과 대비된다.
형지I&C는 기존 발행 주식 수에 버금가는 규모(90%)의 신규 주식을 발행하는데, 유증 과정에서 이재명 테마주로 묶이면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주가가 유증 공시 당시에 비해 3배나 뛰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지만, 문제는 투자자들이다. 공교롭게도 유증 청약은 5월 말 실시되고 신주는 대선(6월 3일) 이후인 6월 11일 상장한다. 정치 테마주와 같은 테마주는 재료가 소멸하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라 6월 11일 대규모 주식이 상장해도 주가가 버틸 수 있을지 형지I&C 주주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인천 송도에 있는 형지 사옥. 형지그룹 계열사인 형지I&C는 기존 발행 주식의 90%에 달하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형지엘리트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형지I&C는 지난달 21일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신규 발행 주식 수가 2850만주로, 기존 발행 주식(3154만여주)의 90%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다. 게다가 조달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채무 상환에 쓰기로 했다.
주주들은 당연히 유상증자 결정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형지I&C의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후 첫 영업일이었던 지난달 24일, 전 거래일(1054원)보다 26% 떨어진 783원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그 직후 반전이 일어났다. 조기 대선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형지I&C가 이재명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급등 국면을 탄 것이다. 형지I&C는 패션그룹형지의 계열사인데, 형지그룹은 엘리트교복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는 과거 무상교복 공약을 내 건 적이 있어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15일 종가 기준 형지I&C의 주가는 2355원으로 유상증자 발표 직후와 비교했을 때 3배가량 상승했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유상증자 가격도 크게 올랐다. 당초 유상증자의 발행가액은 주당 704원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현재는 1379원으로 2배가량 상승했다(1차발행가액 기준). 다만 이는 확정 가격은 아니고, 향후 주가 움직임을 고려해 5월 21일 확정된다.
한계기업의 대규모 유상증자인 점, 증자 목적이 빚 상환이라는 점을 고려해 투자자들은 금감원이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기대했다. 대다수 코스닥 기업은 물론, 삼성SDI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대형주들도 줄줄이 금감원 문턱에 막혀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 11일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했다고 공시했고, 지난 14일엔 형지I&C의 유상증자 권리락 공시마저 나왔다. 권리락은 유상증자로 인해 주가 기준 가격을 변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들로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6일 공명선거 실천 협약식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형지I&C는 이재명 테마주로 지목된 뒤 주가가 폭등한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부풀려진 주가로 청약이 이뤄지고, 대선 종료 후 주가가 급락할 수 있어 대규모 투자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뉴스1
투자자들은 정치 일정상 형지I&C 유상증자에 투자하면 적잖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형지I&C 유상증자의 신주 배정 기준일은 전날(16일)이었는데, 청약일이 다음 달 26~27일이다. 주식은 대선 이후인 6월 11일 상장된다.
현재 기준으로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는 유증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5월 말엔 추가로 자금을 넣고 주식을 받아야 한다. 6월 11일의 주가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형지I&C에 대해 중점심사를 진행해 면밀히 들여다봤으며, 자진 정정을 통해 서류가 보완된 것을 확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건에 대해 면밀히 살펴봤다”면서 “그러나 다른 건과 마찬가지로 유상증자의 방식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기업에 대해서는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청약이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형지그룹 계열사 중 유증을 진행 중인 곳은 형지I&C만이 아니다. 형지글로벌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형지글로벌은 이재명 테마주 지목으로 주가가 폭등하던 지난 1일 유·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테마주 열풍으로 주가가 급등한 것을 기회 삼아 대규모 자금조달을 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형지글로벌은 테마주 지목 이전 주가가 2700원대였으나 15일 종가 기준 1만850원으로 4배가량 상승했다.
형지글로벌의 유·무상증자 증권신고서는 아직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효력 발생을 하루 앞둔 16일 전환사채 조기상환과 대선 일정 확정으로 인해 자진 정정을 해 효력 발생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됐다. 다만 형지I&C와 달리 청약은 대선 이후인 6월 19~2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