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버거 프랜차이즈 지난해 최대 실적
영업이익률 10~20% 수준
“국정 공백 틈타 줄인상”
영업이익률 10~20% 수준
“국정 공백 틈타 줄인상”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음식 메뉴판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도 줄줄이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렸다고 주장하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오른 것으로 집계되면서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 그룹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이 5032억원으로 전년보다 6.3% 늘었고, 영업이익은 783억원으로 전년(554억원)보다 41.3% 증가했다.
매출 증가는 대형 직영점 매장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BBQ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광고비와 판매관리비 등 비용이 줄고 직영점의 수익이 늘면서 개선됐다”고 말했다.
치킨업계 1위 bhc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37억원으로 전년(1203억원)보다 11.2% 증가했다. 매출은 5127억원으로 전년(5356억원) 대비 4.3% 줄었다. bhc는 다이닝브랜즈그룹 소속으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사실상 주인이다. MBK는 다이닝브랜즈그룹의 지분을 100% 소유한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의 최대주주다.
양사의 영업이익률은 bhc가 26.1%, BBQ가 15.6%에 이른다.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이익률이다. 최근 소비 침체에도 꾸준히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이처럼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bhc는 2023년 12월, BBQ는 지난해 6월에 각각 가격을 올렸다.
버거 프랜차이즈도 지난해 호실적을 내고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KFC는 지난해 영업이익 164억원으로 전년 대비 469%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약 18% 상승한 2923억원이었다. 지난해 6월 가격을 올린 KFC는 10개월여 만인 이달에도 치킨·버거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300원 올렸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도 지난 3일부터 버거류 23종을 포함해 총 6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3.3% 인상했다. 롯데GRS의 지난해 매출은 9954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91억원으로 전년 대비 87.6% 증가했다.
서울 시내 한 버거 프랜차이즈 매장. 연합뉴스
버거킹도 지난 1월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1.07% 올렸다. 대표 메뉴인 와퍼는 7200원으로, 프렌치 프라이는 2200원으로 100원씩 올랐다. 버거킹을 운영하는 BKR 역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7927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84억원으로 60.4% 늘었다.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7% 증가한 4179억원, 영업이익은 21.8% 증가한 734억원이었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10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버거류는 300원, 치킨류는 500원씩 올랐다.
버거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이중가격제를 도입하며 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을 높게 받고 있다. 배달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배달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는 입장이지만 배달료에 비해 가격 인상 폭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 비중이 70~80%에 달하는 치킨 프랜차이즈는 소비자 반발을 우려해 아직까지 이중가격제 도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외식업계가 가격을 연달아 올리면서 물가 상승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말 대통령 탄핵 국면부터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지금까지 정부의 물가 억제력이 약해진 틈을 타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는 업계의 행태를 놓고 ‘그리드플레이션’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그리드플레이션은 기업이 원가 상승분 이상으로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하는 과도한 이윤 추구 행위를 말한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프랜차이즈 기업이 소상공인·소비자와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하기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내기에 몰두하는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