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열흘 만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형사재판
붉은 넥타이 매고 두 손 휘저으며 목소리 높여
"재판부도 공소사실 이해 못할 것" 검찰 비난
증인신문 끼어들어 발언도… 다음 공판 21일
붉은 넥타이 매고 두 손 휘저으며 목소리 높여
"재판부도 공소사실 이해 못할 것" 검찰 비난
증인신문 끼어들어 발언도… 다음 공판 21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 첫 정식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오후에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65) 전 대통령이 첫 형사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의 공소사실이 담긴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한 장씩 넘겨가며 82분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을 향해선 "무엇을 주장하는 건지, 어떤 로직으로 내란죄가 된다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며 날을 세웠다. "평화적인 메시지 계엄" "비폭력적 계엄"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12·3 불법계엄을 정당화하던 평소 주장도 이어갔다. 하지만 열흘 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되고 불명예스럽게 형사법정에 서있는 것에 대해 반성이나 사과의 말은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10시 짙은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한 채 서울법원청사 417호 대법정 피고인석에 착석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렸던 이 법정에선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 심리로 또다시 전직 대통령의 재판이 열렸다.
검찰 PPT 넘겨가며 "나열식 기재 공소장"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 후 생년월일(1960년 12월 18일)과 직업(전직 대통령)을 확인하는 재판부의 인정신문에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1시간가량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직접 발언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했다.
"12월 3일 밤 상황을 나열식으로 기재한 공소장"이라고 말문을 연 윤 전 대통령은 "비폭력적으로 국회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 해제한 몇 시간을 공소장에 박아 넣고 내란으로 구성한 것이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을 언급하면서 "(그 사건) 공소장도 이렇게 길지 않다"고도 했다.
검찰의 PPT 자료를 한 장씩 넘겨가며 반박한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사전 모의 혐의는 물론 주요 정치 인사 체포 지시 의혹, 계엄 전 국무회의의 절차적 하자 등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계엄 선포문과 포고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작성했고 실제 집행될지도 몰랐으며 계엄을 길게 이어갈 의도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자신이 선포한 계엄에 대해서도 "민간인 충돌을 절대 피하라고 지시한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라고 했다. 그는 헌재에서 이미 여러 차례 주장한 내용을 되풀이했다.
"체포 지시 새빨간 거짓말" 목소리 높이기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구의 관저를 떠나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있는 사저로 이주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윤 전 대통령은 재판장과 검사석, 방청석을 번갈아 응시하거나 두 손을 휘저으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계엄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이 전권을 갖는다"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전시사변이 아닐 때 계엄을 선포하면 전부 내란이란 말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자신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통해 '누구를 체포하라'고 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검찰 모두발언(1시간)과 시간을 맞춰달라"는 재판부 요청에도 윤 전 대통령은 오전에 42분, 오후에 40분 등 82분간 발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을 향해서도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26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구속·기소한 저도 검찰이 무슨 주장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어떤 의미에서 내란죄가 된다는 건지 재판부도 이해가 어렵지 않겠나"라면서 모두진술을 마무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진행된 검찰의 증인신문에도 여러 차례 끼어들며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출석·법정 모습 비공개... "다시 신청되면 검토"
윤석열 전 대통령 첫 공판이 열린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비공개로 법원에 출석했다. 법원은 경호 등 문제로 언론이 접근할 수 없는 지하통로로 윤 전 대통령이 출석할 수 있도록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과 오후 공판 모두 서울중앙지법에서 500m 거리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서 차량을 이용해 출석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도 법정 내 촬영이 허용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공개된 것과는 대비되는 조치다. 재판부는 이날 "(방송사에서) 법정 촬영 허가 요청이 늦게 제출돼 피고인 의견을 들어야 하는 절차를 밟을 수 없어서 기각했다"면서 "다시 신청되면 검토해 허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방청석 150석은 취재진과 추첨을 통해 입정한 일반 방청객들로 만석이었다. 다음 재판은 2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