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매서운 지적에 굳은 얼굴로 곧바로 자리 떠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호해온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의회주의자’를 자임하는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가 현장 취재진의 매서운 지적을 받았다.
나 의원을 당황하게 만든 질문은 11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6·3 대선 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과 문답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왔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 뉴스타파 홍여진 기자는 “계엄군이 국회의사당을 진입할 때 시민들이 계엄군과 군용차량을 막아섰지만, 나 의원은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에 불참했는데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물었다.
앞서 이날 나 의원이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의회주의자 출신 정치인이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자신이 그 적임자라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다. 의회주의자를 자처하면서도 위법·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유린한 윤 전 대통령은 옹호하는 모순적 태도를 짚은 것이다.
나 의원은 12·3 내란사태 당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도 앞장서 반대하며 그를 두둔해 왔다. 특히 여당 의원들 대다수가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야당 지지자들 탓’이라며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나 의원의 주장과 달리 당시 국회를 포위했던 경찰 등 공권력이 국회의원 출입을 통제하자, 국회 앞으로 맨몸으로 달려 나간 시민들은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돕는 등 계엄 세력의 불법적 조처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홍 기자의 질문을 듣고 표정이 굳어진 나 의원은 “의견은 다양하니까 이런 정도로 답변하겠다”고만 했다. 홍 기자가 재차 질문했으나 나 의원은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대답을 왜 피하느냐”며 비판적 반응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저런 질문에 대답도 못 하는 정치인이 무슨 대선 출마냐”고 지적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뻔뻔하다 못해 치가 떨린다”며 “투표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나경원 의원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해줬다”며 홍 기자를 응원하는 반응도 나왔다. 나 의원과 홍 기자의 문답을 담은 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8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한편, 나 의원은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친일 이미지’가 북한 지령을 받은 반국가세력 탓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정작 나 의원의 친일 이미지는 본인의 말과 행동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라 황당한 책임 전가라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