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리튬 경영진, 지난달 말 주총서 제주맥주 이사진으로 선임
수제맥주 양조사로는 처음 주식시장에 입성한 제주맥주가 상장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주인이 2번째 바뀌었다. 이번에 새로 최대주주가 된 곳은 코스닥기업 인수합병(M&A)을 주로 하는 세력이다. 작은 수제맥주 양조장에서 시작해 국내 4대 맥주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회사가 불과 몇 년 만에 한계 기업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제주맥주는 최근 사명을 한울앤제주로 변경했다. 사업 목적에는 반도체 장치 제조업과 폐기물처리업 등을 추가했다. 기존 수제맥주 생산과는 관련이 없는 사업들이다.
제주맥주가 수제맥주 생산이라는 본래 사업의 정체성을 지우고 있는 것은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이 있다. 제주맥주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11월 기존 더블에이치엠에서 한울반도체로 변경됐다. 한울반도체는 제주맥주의 지분 24.2%를 보유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또 지난 8일 KIB벤처스라는 신기술금융사 인수를 결정했다. 제주맥주의 최대주주 한울반도체가 회사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넣어 제주맥주가 KIB벤처스를 인수했다.
회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KIB벤처스를 인수한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최대주주의 활동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김백산 제주맥주 대표는 과거 리튬 사업 붐으로 관련 테마주가 급등했을 때 화제가 됐던 어반리튬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제주맥주 이사회에 진입한 이광보, 조현준, 김구경주씨 역시 김 대표와 함께 어반리튬 경영진을 구성했었다. 김백산 대표와 이광보 케이엠에이치 대표이사 등은 지난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진에 입성했다.
어반리튬은 리튬 광산 개발과 폐배터리 재활용, 탄산리튬을 생산한다고 주장했던 상장사로,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2년 전 주가가 한 때 3만5000원을 넘기도 했지만, 현재 700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리튬포어스로 사명을 변경했는데 지금은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한울반도체의 모회사 한울소재과학 역시 이상 급등한 적이 있다. 한울소재과학은 한때 주가가 한달 새 400% 가까이 폭등하며 주가 조작 의혹을 받은 통신장비 업체 텔레필드가 사명을 바꾼 회사다.
제주맥주 이사회 내 금융 당국과 검찰 출신 인사도 눈에 띈다. 지난해 제주맥주 감사로 선임된 이후록씨는 자본잠식에 빠진 디와이디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레그테크 대표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낸 그는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규제혁신회 자본시장분과 위원과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파트너로 있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사임했지만, 양인철 동인 변호사도 제주맥주 사외이사를 지냈다. 그는 CNK 카메룬 다이아몬드 스캔들 주가조작 사건 수사했던 검찰 출신 변호사다.
새로운 사외이사로는 정해선 세무법인 두현 전무이사와 이영구 법무법인 인월 전문위원이 합류했다.
수제맥주 회사 중 처음 기업공개에 성공한 제주맥주가 M&A 세력의 손에 떨어진 것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창업 후 줄곧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창업자는 상장 이후 실체 불명의 기업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제주맥주가 가진 경쟁력은 사업 경쟁력이나 성장 가능성이 아니라 단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는 점 하나”라며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제주맥주는 수제맥주 열풍이 불던 2021년,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식시장 문을 열어주는 이른바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 제도)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당시에는 제주맥주의 성장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제주맥주는 2017년 수제맥주 시장에서 5.1%의 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2020년 28.4%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매출액 역시 급격하게 성장해 2017년부터 연평균 147.9%의 성장률을 기록, 2020년에는 33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창업자인 문혁기 전 대표가 기업공개에 앞서 “상장을 계기로 국내 4대 맥주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며 “국내 톱 맥주 브랜드가 진출하지 못한 글로벌 시장도 개척하겠다”고 한 것도 당시로서는 상당한 기대를 얻었다.
문제는 수제맥주 인기가 예상보다 빨리 식었다는 점이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10~2020년 연평균 30~40% 성장했다. 특히 제주맥주가 상장한 2021년은 수제맥주 호황기였다. 그런데 이듬해 하이볼, 위스키 열풍이 불면서 수제맥주 인기가 크게 꺾였다. 수요가 줄자 롯데칠성 등 대형 주류회사는 수제맥주 브랜드에 대한 위탁 생산을 중단했다.
2023년 수제맥주 전성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제주맥주 매출은 2020년 216억원에서 2021년 288억원으로 늘었지만 2022년 240억원, 2023년 225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83억원에 그쳤다.
제주맥주는 긴축 경영을 통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시장 전체가 쪼그라들어 뾰족한 수가 없었다. 회사가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한때 100명을 넘었던 직원 수가 현재 50여명으로 줄었다. 문 대표 자신의 급여 전액을 반납하기도 했지만 사업을 지속하진 못했다. 결국 문 전 대표는 상장한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자동차 수리업체에 지분을 넘겼다.
창업자가 떠나고 주력 사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껍데기 회사’를 인수한 최대주주는 유상증자, 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지분을 넘겼다.
상장 직후 3만원을 넘었던 제주맥주 주가는 현재 2000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회사는 오랜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본잠식 위기에 빠졌는데, 새로 최대주주가 된 업체는 제주맥주에 자금을 넣어 기존 사업과 관련 없는 회사를 인수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제주맥주 소액주주 중 일부는 회사를 인수한 세력이 주가를 끌어올리길 기대하고 있고, 어쩌면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기업 자체는 점점 망가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양조사로는 처음 주식시장에 입성한 제주맥주가 상장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주인이 2번째 바뀌었다. 이번에 새로 최대주주가 된 곳은 코스닥기업 인수합병(M&A)을 주로 하는 세력이다. 작은 수제맥주 양조장에서 시작해 국내 4대 맥주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회사가 불과 몇 년 만에 한계 기업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제주맥주는 최근 사명을 한울앤제주로 변경했다. 사업 목적에는 반도체 장치 제조업과 폐기물처리업 등을 추가했다. 기존 수제맥주 생산과는 관련이 없는 사업들이다.
제주맥주가 수제맥주 생산이라는 본래 사업의 정체성을 지우고 있는 것은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이 있다. 제주맥주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11월 기존 더블에이치엠에서 한울반도체로 변경됐다. 한울반도체는 제주맥주의 지분 24.2%를 보유하고 있다.
제주 한림읍에 있는 제주맥주 양조장 모습./제주맥주 제공
제주맥주는 또 지난 8일 KIB벤처스라는 신기술금융사 인수를 결정했다. 제주맥주의 최대주주 한울반도체가 회사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넣어 제주맥주가 KIB벤처스를 인수했다.
회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KIB벤처스를 인수한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최대주주의 활동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김백산 제주맥주 대표는 과거 리튬 사업 붐으로 관련 테마주가 급등했을 때 화제가 됐던 어반리튬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제주맥주 이사회에 진입한 이광보, 조현준, 김구경주씨 역시 김 대표와 함께 어반리튬 경영진을 구성했었다. 김백산 대표와 이광보 케이엠에이치 대표이사 등은 지난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진에 입성했다.
어반리튬은 리튬 광산 개발과 폐배터리 재활용, 탄산리튬을 생산한다고 주장했던 상장사로,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2년 전 주가가 한 때 3만5000원을 넘기도 했지만, 현재 700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리튬포어스로 사명을 변경했는데 지금은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한울반도체의 모회사 한울소재과학 역시 이상 급등한 적이 있다. 한울소재과학은 한때 주가가 한달 새 400% 가까이 폭등하며 주가 조작 의혹을 받은 통신장비 업체 텔레필드가 사명을 바꾼 회사다.
제주맥주 이사회 내 금융 당국과 검찰 출신 인사도 눈에 띈다. 지난해 제주맥주 감사로 선임된 이후록씨는 자본잠식에 빠진 디와이디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레그테크 대표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낸 그는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규제혁신회 자본시장분과 위원과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파트너로 있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사임했지만, 양인철 동인 변호사도 제주맥주 사외이사를 지냈다. 그는 CNK 카메룬 다이아몬드 스캔들 주가조작 사건 수사했던 검찰 출신 변호사다.
새로운 사외이사로는 정해선 세무법인 두현 전무이사와 이영구 법무법인 인월 전문위원이 합류했다.
수제맥주 회사 중 처음 기업공개에 성공한 제주맥주가 M&A 세력의 손에 떨어진 것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창업 후 줄곧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창업자는 상장 이후 실체 불명의 기업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제주맥주가 가진 경쟁력은 사업 경쟁력이나 성장 가능성이 아니라 단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는 점 하나”라며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2021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열린 '제주맥주' 코스닥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제주맥주 문혁기 대표이사가 북을 치면서 제주맥주의 코스닥 상장을 기념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주맥주는 수제맥주 열풍이 불던 2021년,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식시장 문을 열어주는 이른바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 제도)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당시에는 제주맥주의 성장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제주맥주는 2017년 수제맥주 시장에서 5.1%의 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2020년 28.4%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매출액 역시 급격하게 성장해 2017년부터 연평균 147.9%의 성장률을 기록, 2020년에는 33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창업자인 문혁기 전 대표가 기업공개에 앞서 “상장을 계기로 국내 4대 맥주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며 “국내 톱 맥주 브랜드가 진출하지 못한 글로벌 시장도 개척하겠다”고 한 것도 당시로서는 상당한 기대를 얻었다.
문제는 수제맥주 인기가 예상보다 빨리 식었다는 점이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10~2020년 연평균 30~40% 성장했다. 특히 제주맥주가 상장한 2021년은 수제맥주 호황기였다. 그런데 이듬해 하이볼, 위스키 열풍이 불면서 수제맥주 인기가 크게 꺾였다. 수요가 줄자 롯데칠성 등 대형 주류회사는 수제맥주 브랜드에 대한 위탁 생산을 중단했다.
2023년 수제맥주 전성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제주맥주 매출은 2020년 216억원에서 2021년 288억원으로 늘었지만 2022년 240억원, 2023년 225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83억원에 그쳤다.
제주맥주는 긴축 경영을 통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시장 전체가 쪼그라들어 뾰족한 수가 없었다. 회사가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한때 100명을 넘었던 직원 수가 현재 50여명으로 줄었다. 문 대표 자신의 급여 전액을 반납하기도 했지만 사업을 지속하진 못했다. 결국 문 전 대표는 상장한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자동차 수리업체에 지분을 넘겼다.
창업자가 떠나고 주력 사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껍데기 회사’를 인수한 최대주주는 유상증자, 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지분을 넘겼다.
상장 직후 3만원을 넘었던 제주맥주 주가는 현재 2000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회사는 오랜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본잠식 위기에 빠졌는데, 새로 최대주주가 된 업체는 제주맥주에 자금을 넣어 기존 사업과 관련 없는 회사를 인수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제주맥주 소액주주 중 일부는 회사를 인수한 세력이 주가를 끌어올리길 기대하고 있고, 어쩌면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기업 자체는 점점 망가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