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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만에 화재 진압…인명피해 없이 마무리


관창을 들고 불길에 휩싸인 집을 향해 물을 뿌리는 남성. 그 뒤로 소방대원 한명이 다가가더니 접힌 호스를 펴고 함께 물을 뿌립니다.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걸 보니, 명중입니다.



지리산 끝자락에서 난 산불 초기 진압한 주인공




지난 3월 26일 오후 1시30분쯤. 전남 구례 산수유 마을을 지나가다가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목격한 정일기씨 부부.



정일기씨
“옆에 주차장에 차 대고 쫓아가니까 이미 집은 불길에 다 휩싸여 가지고 창문으로 불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옆에 나무들도 조금 옮겨붙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곧 소방차가 나타나긴 했는데 어쩌나...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은 한 명뿐이었습니다. 지리산 끝자락을 담당하는 이곳 순천소방서 산동지역대의 이날 근무자는 한명뿐이었거든요.



정일기씨
“2~3분 정도 있으니까 도착하시더라고요. 호스 깔고 있는 중에 제가 보니까 혼자라서 옆에 가서 같이 본능적으로 관창을 잡고서. 그러니까 잡으시면 안 됩니다. 위험하다고 내보내고...”





그제야 밝혀진 일기씨의 직업.



정일기씨
“저도 소방관입니다”




일기씨는 부산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21년 차 베테랑 소방관이었습니다. 소방대원은 일기씨에게 관창을 넘겨주고 펌프 차로 달려가서 물을 틀었고, 관창을 잡은 일기씨는 불길에 휩싸인 목조 주택을 향해 물을 퍼부었습니다. 다시 달려온 소방대원이 중간중간 꺾인 호스를 펼친 뒤 함께 붙잡고 이렇게 발화 지점을 조준했습니다. 물을 뿌리자 희뿌연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정일기씨
“제가 한참 불을 끄고 있으니까 그분이 (호스를)한 장 더 깔아 가지고 반대쪽에서 잠깐 지나가면서 이미 불이 다 돌았기 때문에 산으로만 안 번지게 우리가 연소 확대를 막자고 말씀을 드렸는데...”




곧바로 소방대원은 다른 호스를 끌고 반대편으로 가 물을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이 양쪽에서 물을 뿌리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불길이 잦아들었습니다. 이들은 이날 처음 만났지만 신기하게도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파트너처럼 손발이 척척 맞았다고 해요.



정일기씨
“직사(방수)를 하면은 물이 멀리 가는 대신에 그 부분밖에 못 끄고요. 분무(방수)를 좀 하면 물이 넓게 가는 대신에 불이 앞으로 나오는 걸 좀 막아주는...”




그렇게 두 사람은 불길이 산으로 향하는 걸 가까스로 막아냈습니다. 이걸 지켜본 주민들은 소방대원 옆에서 전문가같은 손놀림으로 불을 끄는 평상복 차림의 일기씨를 보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걸 뒤에서 지켜보며 마음을 졸인 사람이 있었는데요, 바로 일기씨의 아내입니다.



정일기씨
“집사람이 뒤에서 걱정이 돼 가지고 나 보고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근데 불을 보니까 ‘자꾸 더 꺼야 된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일기씨의 활약으로 불은 10분 만에 꺼졌고, 다행이 불이 난 주택은 빈 집이라 인명피해도 없었습니다.



“지금 보니까 산으로 연소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이건 일기씨가 119에 신고할 때 목소리인데요.



올봄 영남을 덮친 산불을 보며 작은 불씨가 얼마나 커다란 재앙이 되는지 모두가 알게 됐잖아요. 이번에도 일기씨가 빠르게 대처하지 않았다면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을 타고 자칫 지리산에 대형산불이 날 수도 있는 진짜 아찔한 상황이었던 거죠. 정말 다행스럽게도 마침 그곳을 지나던 정일기 소방위의 발 빠른 대처 덕에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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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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