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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하이퍼튜브]
하이퍼튜브 주행시험을 위한 축소형 아진공 튜브 공력시험장치. 사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시속 1200㎞.’

이 속도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00㎞ 거리를 20분 이내에 도착 가능하다. 현재 시속 300㎞인 KTX로는 중간에 서지 않고 달려도 1시간 50분가량이 소요된다.

시속 1200㎞는 소리가 퍼져나가는 속도인 ‘음속(音速)’에 맞먹는 수준이다. 음속은 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시속으로 환산하면 1200㎞를 조금 넘는다. 만약 이 속도로 달리는 열차가 개발된다면 ‘음속열차’로 불러도 될 듯싶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발표한 열차가 바로 이것이다. 외국에선 흔히 ‘하이퍼루프(Hyperloop)’로 불리지만 우리나라에선 ‘하이퍼튜브(Hypertube)’란 명칭을 쓴다.

하이퍼튜브는 기술적으론 상당히 복잡하지만, 단순화하면 거의 진공상태(아진공)인 튜브(터널) 안에서 살짝 띄워진 밀폐형 자기부상 캡슐(차량)이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미래형 초고속 교통시스템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하이퍼튜브를 구현하려면 ▶차량을 고속 주행시키는 ‘자기부상·추진기술’ ▶극한의 아진공 환경(0.001~0.01 기압)을 유지하는 ‘아진공 튜브 설계·시공 기술’ ▶객실 기밀을 유지하며 안정적 승차감을 제공하는 ‘차량 설계·제작 기술’이 필요하다.
자료 국토교통부

2027년까지 모두 127억원을 들여서 우선 개발하려는 건 자기부상·추진기술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기연)이 주관연구기관으로 한국전기연구원, 한국교통대학교 등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이 참여한다.

정부는 하이퍼튜브를 개발하면서 ▶메가시티 간 중·장거리 초고속 이동수단 확대 ▶전국 주요 지역 간 1~2시간 이내 이동 ▶교육, 문화, 경제 인프라 공유 및 균형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해외 초고속열차 시장 진출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하이퍼루프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건 2013년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관련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다. 28인승의 밀폐형 캡슐이 튜브 안에서 뜬 채로 음속으로 주행하는 개념으로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구간을 30분 만에 주파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이 구간의 길이는 약 613㎞로 자동차로는 5시간 30분, 비행기로도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는 해당 구간의 하이퍼루프 건설비로 60억~100억달러(8조4000억~14조원)를 추산했다. 이는 당시 미국 정부가 추진한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고속철도’ 건설비(1000억 달러)의 10% 수준이다.

사실 하이퍼루프 같은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1799년 영국의 공학자인 조지 메드허스트가 진공열차(Vactrain)의 개념을 가장 먼저 제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압축공기를 이용, 강철관을 통해 물건을 빠르게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또 미국의 로켓과학자인 로버트 고다드는 1909년 보스턴~뉴욕을 12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기차를 구상했다. 비록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부상열차와 진공튜브 같은 하이퍼루프의 개념들이 포함돼 있다는 평가다.

그런데 이러한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머스크는 하이퍼루프를 제안하면서 “지금부터 7~10년 정도면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뤄진 실험들은 시속 1200㎞대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하이퍼튜브 철도정책토론회에서 철기연의 이창영 하이퍼튜브 연구실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 버진 하이퍼루프가 사람이 탈 수 있는 실제 크기의 테스트 열차로 450m 구간을 시속 384㎞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유럽 하이퍼루프 센터 시험노선 모습. 출처 하르트)

이어 2020년 11월에는 2명이 탑승한 첫 유인 시험에서 시속 172㎞를 기록했으나 후속펀딩 실패로 사업이 중단상태로 알려져 있다.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도 시험선 건설과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다는 평가다.

국내에선 철기연이 2020년에 독자 개발한 축소형 하이퍼튜브 시험장치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0.001기압에서 시속 1019㎞를 주행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현실에 구현하려면 갈 길이 멀다. 기술 개발과 시험에 필수적인 시험선 건설부터 예비타당성조사(예타)라는 벽에 막혀있다. 국토부는 2022년 전북 새만금을 ‘하이퍼튜브 테스트베드’ 건설지로 선정하고 예타를 신청했다.

2024년부터 2032년까지 9600억원을 들여 12㎞의 시험선을 구축하고, 최고 시속 800㎞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기반시설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이유 등으로 예타에서 탈락했다. 국토부는 예타 재추진 여부를 검토 중이다.
승객이 탄 하이퍼루프 개념도. 출처 위키백과

그렇다면 국내에서 하이퍼튜브는 언제쯤 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국토부와 관련 기관에서 논의 중인 실용화 중장기 로드맵(안)을 보면 관련 기술 개발을 거쳐 이르면 2038년쯤 시범노선 구축이 예정돼 있다. 음속열차를 시험 제작하고, 아진공터널을 만드는 것이다.

이후 시험운행 등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상용화 논의가 이뤄지게 된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2040년대는 돼야 하이퍼튜브를 실제로 타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다.

전문가들은 하이퍼튜브의 기술개발 자체도 큰 도전이지만 안전과 사업성 등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밀폐된 튜브 안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대처가 쉽지 않아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또 수송 인원(대당 20~25명)이 일반 열차보다 크게 적어 사업성과 경제성이 있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시간 단축효과를 내세우더라도 막대한 건설비와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요금이 상당히 비쌀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이다. 상대적으로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선 음속열차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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