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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남았지만 지갑은 닫혔다
e스포츠 무대에서 사라진 로고
“리마스터의 달콤함, 혁신의 독”

일러스트=챗GPT

워크래프트·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오버워치로 한때는 ‘국민 게임사’로 불렸습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이름 앞엔 전설이란 수식어가 자연스러웠습니다. 한국의 PC방 문화를 지배하고, 전 세계 e스포츠 산업을 개척했으며,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격상시킨 선구자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찬란한 이름 앞에 드리운 그림자는 짙습니다. 신규 IP(지식재산권) 게임은 자취를 감췄고, 기존 프랜차이즈는 경쟁작에 밀리며 위상을 잃었습니다. 과거 인기작들을 그래픽만 손질한 리마스터로 되살리는 데 그치며, 2025년의 블리자드는 지나간 영광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블리자드는 현재 ‘콜 오브 듀티’ 시리즈로 유명한 액티비전과 함께 액티비전블리자드 산하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통째로 인수돼 자회사로 편입된 상태입니다.

발로란트·POE 2에 밀린 블리자드 프랜차이즈
13일 게임 전문 리서치 사이트 게임트릭스가 발표한 4월 1주차 PC방 점유율 순위는 이 같은 흐름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블리자드의 대표작 디아블로4는 순위권에서 사라졌고, 오버워치는 발로란트에 밀려 6위에 머물렀습니다.

디아블로4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디아블로와 같은 핵앤슬래쉬 장르 게임인 ‘패스 오브 엑자일 2(POE 2)’입니다. 아직 정식 출시조차 하지 않은 이 게임은 이번 주 ‘핫 게임’으로 선정되며 전체 점유율 0.58%, 장르 내 점유율 2.82%를 기록했습니다. 점유율은 디아블로 2 리마스터 버전(0.62%)과 비슷하지만, 주간 증가율이 105.48%에 달해 상승세가 가파릅니다.

POE 2는 특히 신규 클래스와 직업군 추가, 사용자 편의성 개선, 스트리머 협업 등으로 콘텐츠의 신선도를 유지하며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반면 블리자드는 지난해 10월 디아블로4의 첫 확장팩을 출시했음에도 사용자 이탈을 막지 못했습니다. 스팀 동시접속자 수가 1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오버워치2도 출시 후 신작이라 부르기 민망한 리패키징 수준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규 영웅·맵 추가에도 점유율은 5%대를 맴돌고, 같은 FPS 계열 라이엇게임즈 ‘발로란트(7.68%)’에 뒤처졌습니다.

블리자드의 영향력은 한국에서만 약화된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 게임 산업에서도 이 회사는 리더 자리에서 밀려난 지 오래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e스포츠입니다.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서 리그를 창설하며 산업화를 선도했지만, 스타크래프트2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대항마로 나온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e스포츠 대회를 유예 없이 폐지 됐습니다. 오버워치 리그는 코로나19와 수익성 저하로 급격히 축소됐으며, 블리자드의 상징이었던 블리즈컨마저 올해는 열리지 않습니다. 2026년 9월로 미뤄진 차기 행사에 대한 유일한 단서는 ‘전설들이 다시 모인다’는 모호한 문구 뿐입니다.

MS 인수 후에도 풀리지 않는 불확실성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단기적 침체가 아닌 구조적 쇠퇴라는 점입니다. 블리자드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보단, 후발주자로 기존 시스템을 세련되게 다듬어 대중화하는 전략을 통해 성공을 거둬왔습니다. 워크래프트는 듄2와 C&C의 시스템을 참고했고, 디아블로는 울티마8의 액션 시스템을 계승했으며, 스타크래프트는 워해머 세계관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 벤치마킹하는 회사’라는 장점이기도 했기에 그 자체로는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진짜 문제는 더 이상 벤치마킹할 대상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블리자드가 자랑하던 정제된 개발 철학인 ‘배우기 쉽지만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구조’도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콘텐츠 개발력의 부재는 더욱 심각합니다.

오버워치2 x 르세라핌 콜라보 키아트./블리자드 제공

블리자드는 지난 수년 간 리마스터 버전이나 과거 자산에 기반한 스킨, 테마 콘텐츠만을 출시하며 ‘신작 공백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리마스터의 달콤함이 오히려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심지어 차기 신작도 블리즈컨 2026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높아 2027년 이전에는 새로운 타이틀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 사이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과 ‘워크래프트 II’의 리마스터 버전을 내놓았고, 스타크래프트 및 디아블로2 리마스터도 재출시하며 과거의 영광을 오늘의 콘텐츠로 포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셈입니다.

블리자드는 지난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되며 새로운 전기를 맞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인수 이후 돌아온 소식은 구조조정과 프로젝트 백지화였습니다. 미공개 신작 ‘오디세이’는 폐기됐고, 블리자드 대표였던 마이크 이바라를 포함해 핵심 인력 다수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지난달 워크래프트 30주년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주년조차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MS의 자본은 블리자드의 위기를 해결해주지 못했고, 오히려 불확실성만 키운 모양새였다는 비판입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이미 게임 시장은 변화했고, 사용자 기대치도 달라졌다”며 “블리자드가 게임 시장의 중심에 다시 올라설 수 있을지는, 결국 새로운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에 달려 있지만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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