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
"尹 정부 실패에 책임···정권 재창출에 매진"
"尹 정부 실패에 책임···정권 재창출에 매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21대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시장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우리 당 누구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책임, 당정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책임, 국민의 온도를 체감하지 못하고 민심을 오독한 책임은 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 나눠 가져야 할 부채”라며 “당을 오래 지켜온 중진으로서 저부터 반성하고 참회한다”고 했다.
오 시장은 “국민께 다시 신뢰를 받는 보수로 환골탈태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길”이라며 “대통령 탄핵이 선고되고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 무렵부터 저는 무거운 돌덩이를 가슴에 얹은 마음으로 몇 날 며칠 간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했다”고 전했다.
그는 “과연 지금이 시장직을 중도에 내려놓을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로 나서야 할 때인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며 “결국 ‘국가 번영’과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보수의 소명을 품고 대선에 나서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보수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하지만 국민이 다시 보수에 국정을 책임질 기회를 주시려면 책임 있는 사람의 결단이 절실한 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정치인에게 추진력은 물론 중요한 덕목이지만, 멈춰야 할 때는 멈추는 용기도 필요하다”며 “비록 저는 출마의 기회를 내려놓지만, 당과 후보들에게는 딱 한 가지만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어 “‘다시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살가죽을 벗기는 수준의 고통스러운 변화를 수반하지 않으면 보수 재건은 요원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 당이 부자와 기득권의 편이라는 낙인을 극복하고 뒤처진 분들과 함께 걷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오 시장은 “기승전 ‘반(反)이재명’을 넘어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해 대선을 치러야 한다”면서도 “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마음을 다하여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 서울시장으로서 늘 그래왔듯이 수도 서울을 반석과 같이 지키며 번영을 이룸과 동시에 시민의 일상을 챙기고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약자의 삶을 보듬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당초 오 시장은 13일 대선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었다.
오 시장은 이날 당내에서 제기되는 '한덕수 대망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분은 본인의 의지와 결단력이 중요하다"며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당내 분위기에 대해서 총리께서 스스로의 결단과 의지로 임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불출마 결정 배경을 두고는 "탄핵 결정 이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너도나도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나서는 분위기가 과연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라며 "국민 여론을 잘못 이끌었던 공당으로서 과오를 통렬히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나서야 비로소 대선에 임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오 시장의 대선 출마가) 과연 국민 기대에 충족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인지 묻는 질의에는 "그런 말씀은 아니다. 국민께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책과 비전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 길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계시다"고 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진행된 (당내 경선 등) 경쟁 구도들이 시장님이 생각하고 고민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변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번 조기 대선을 앞두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한덕수 차출론'이 불거졌다. 박덕흠·성일종·박수영·김미애 의원 등은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