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반려견 훈련사 A씨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영상의 일부.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A씨의 행동이 동물학대라고 주장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 캡처.
반려견을 목줄에 매달아 들어 올리거나 걷어차는 행위를 반복하는 장면을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한 훈련사에 대해 검찰이 동물학대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달 31일 수원지검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유튜브 채널 ‘댕쪽이상담소’ 운영자 A씨에 대해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약식명령을 요청했다. 약식명령이란 정식 재판 없이 법원이 서면 심리로 벌금형을 내리는 절차다. A씨는 해당 유튜브 채널에서 반려견 가정방문 훈련 영상을 게재했다.
지난해 10월 올라온 영상에는 A씨가 거친 행동을 보이는 반려견을 제압할 목적으로 울타리 너머에 있는 반려견의 목줄을 잡아 들어 올려 목을 조르거나 울타리에 충돌하도록 목줄을 잡아당기는 모습이 담겼다. 또한 그는 다른 영상에서 ‘니킥’, ‘인사이드킥’등의 표현을 동원해 반려견을 걷어차기도 했다. 이 같은 A씨의 행동에 일부 누리꾼들은 그를 ‘어둠의 개통령’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공론화됐다. 청원자는 게시글을 통해 “'훈육'이라는 명분 아래 동물학대가 정당화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폭력적 훈련 방식에 대한 법적 규제 마련을 촉구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도 A씨의 행동을 동물학대로 보고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전문가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반려견 행동전문 수의사 설채현 놀로클리닉 원장은 “이게 훈육이라면 이 세상에 전문가도 필요 없고, 국가자격증도, 동물보호법도 필요 없다”며 “(동물보호법이) 동물을 학대해도 훈련으로 포장하면 되는 유명무실한 법이라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12월 동물자유연대와 놀로클리닉이 공동으로 기획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 '좋은 말로 할 '때''에 출연한 설채현 놀로클리닉 원장이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예시를 들고 있다. 그는 "총으로 사람을 겨누면 일시적으로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며 "동물에게도 강압적 행동은 똑같이 일시적 효과만 볼 뿐"이라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유튜브 캡처
설 원장은 이후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마련한 유튜브 영상에서 “강압적인 행동으로 동물이 아무것도 못 하게 해놓고 교육이 됐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강압적 훈련 방식에 대해 재차 비판을 가했다. 또한 그는 수의사, 훈련사 50여명과 함께 A씨의 행위는 동물학대가 맞고 처벌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수사기관은 문제가 된 영상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A씨의 행위가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례는 매우 드문 유형이다. 과거 훈련사나 반려견 호텔 등 동물위탁관리업자가 동물학대 혐의로 기소되고 처벌받은 사례는 있지만, 대부분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동물에게 폭력을 가하다 적발된 사례였다. 반면, A씨는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고 보호자에게 반려견 교육법을 알려주는 취지로 제작된 만큼 보호자 앞에서 문제의 행동을 벌였다.
A씨는 이 점을 들어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논란 이후 자신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촬영을 진행했으며, 학대 의도가 아니라 반려견과 보호자를 위한 훈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호자의 동의’가 동물학대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장(변호사)은 동그람이에 “동물보호법 제정 취지상 보호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동물학대 여부를 가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현행법상 보호자가 있는 동물을 학대할 경우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와 형법상 재물손괴 혐의를 함께 적용한다. 즉, 동물의 피해와 보호자의 피해를 따로 본다는 의미다. 이에 따르면 A씨의 주장대로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촬영을 진행했다 하더라도 이는 동물의 피해와 전혀 상관 없는 주장이다.
지난 2월 열린 양형기준안에 관한 제20차 공청회에서는 동물보호법 처벌 양형기준이 논의되었다. 이날 논의된 양형기준은 3월 의결을 거쳐 확정되었으며 오는 7월 시행될 예정이다. 동그람이 정진욱
다만, 대법원 양형위원회 의결을 거쳐 오는 7월부터 시행될 '동물학대범 처벌 양형기준'에는 보호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감경기준에 포함돼 있다. 한 센터장은 이 점을 지적하며 “양형기준 설정 과정에서 동물보호법 입법 취지와 맞지 않은 내용을 삭제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그대로 포함됐다”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비록 벌금형 약식명령에 그쳤지만, 수사기관의 유죄 취지 결정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는 게 동물단체의 설명이다. 동물자유연대 노주희 활동가는 “보호자 고발도 없었던 사안이라 유죄 취지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 같다는 예상도 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무리 훈육이라는 명목을 내세워도 학대 행위는 절대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수사기관으로부터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검찰의 결정을 평가했다.
법원이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A씨의 벌금형은 확정된다. 다만, A씨가 검찰 결정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해 법원이 받아들이면 정식 재판이 열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