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산불 속에서 많은 동물들이 대피하지 못했습니다. 주인이 있던 노랑이랑 말순이도 마찬가지였죠. 견주들은 노랑이와 말순이를 마을 외곽에 묶어두고 떠나야 했습니다. 반려견은 대피소에 함께 들어가지 못하거든요.”
-동물자유연대 이민주 활동가
지난달 동시다발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영남 지역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초속 25m가 넘는 강풍에 가까스로 대피한 사람들, 화마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 재난은 예고 없이 닥쳤고, 재해는 무자비했습니다. 그나마 주민들 대부분은 불길을 피해 대피소로 달려가 목숨을 건졌습니다. 하지만 대피소의 문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건 아니었죠. 누군가의 가족이던 작은 생명들은 그렇게 불길 속에 남겨졌습니다.
“같이 가자” 반려견에게 끝내 꺼내지 못한 말
지난달 23일 산불이 번지던 경남 산청군 시천면 마을 어귀. 매캐한 연기 속에 늙은 믹스견 한 마리가 묶여 있습니다. 다가가보니 강아지 복부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어요. 바닥에는 몇 방울 핏자국도 보였습니다. 게다가 연기는 점점 심해지고 불길이 언제든 덮칠 수 있는 상황. 그런데도 강아지는 다가오는 사람들을 향해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같은 달 29일 경북 의성의 한 마을에서도 목줄에 묶인 푸들이 한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털이 엉망으로 엉킨 녀석은 지치고 놀란 듯 보였습니다. 몸에는 꼭 맞는 털옷을 입고 있었어요. 더러운 몰골과 누군가 정성껏 보살핀 흔적. 이상한 조합이죠. 이곳에도 불길이 다가오는 듯 공기 중에는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습니다.
다가오는 불길 속에서 묶인 개들을 찾아낸 건 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의 활동가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개들을 발견한 건 아닙니다. 불이 난 뒤 대피소를 돌며 도울 일을 찾던 활동가들은 산청 대피소에서 김만수(가명) 할아버지, 의성체육관 대피소에서 이순덕(가명) 할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만수 할아버지는 “17살 먹은 나이 많고 아픈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대피할 때 데리고 올 수가 없어서 두고 왔다”며 “내내 마음이 쓰인다. 우리 강아지 좀 도와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했습니다. 순덕 할머니도 활동가들에게 다가가 “우리 집이 다 무너졌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올 수가 없어서 근처에 묶어뒀다”며 “전부 다 타버려서 강아지가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아까 그 녀석들이 만수 할아버지의 믹스견 ‘노랑이’, 순덕 할머니의 푸들 ‘말순이’였던 겁니다.
그렇게 노랑이와 말순이는 화마가 덮치기 전 극적으로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구조 후 두 강아지는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로 옮겨졌습니다. 노랑이는 도착하자마자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센터 안을 누볐다고 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낯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사교성도 좋았고요. 문제는 건강이었습니다. 진단 결과 노랑이의 몸에서는 피가 떨어지는 유선 종양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말순이 건강도 좋지는 않았습니다. 구조 당시 심장질환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만수 할아버지도, 순덕 할머니도 고민에 빠졌습니다. 두 사람 모두 상황이 정리되면 가족인 노랑이와 말순이를 다시 데려가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순덕 할머니는 화재로 집이 무너져서 당장 자신도 돌아갈 거처가 없었습니다. 만수 할아버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노랑이는 당장 수술이 필요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두 어르신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단체는 노랑이와 말순이의 보호 및 치료를 돕겠다고 제안했고, 두 사람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개는 안 돼요” 집 잃어도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없다
여기까지만 보자면 노랑이와 말순이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입니다. 비록 가족과는 헤어지게 됐지만 재난에서 구조됐고, 동물단체를 만나 병을 고칠 기회도 얻었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정말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노랑이와 말순이가 불에 타지 않고 살아난 것부터가 천운입니다. 보통 재난 현장에 버려진 반려동물은 그대로 생명을 잃게 됩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사람들이 대피할 때 반려동물도 함께 대피하면 되지 않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노랑이와 말순이는 구조할 필요조차 없지 않았을까요?
이런 일이 벌어진 건 법의 공백 때문입니다. 재해구호법에 따르면 구호의 대상은 ‘사람’에 한정되어 있고, 국내의 경우에는 대피소에 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지자체 역시 반려동물을 위해 별도의 대피 시설을 마련한 전례가 없습니다. 결국 재난이 덮치면 반려동물은 생사의 갈림길에 홀로 남겨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으로 피해를 입는 게 반려동물만은 아닙니다. 반려동물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대피를 미루다가 사람이 화를 입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발생한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때는 반려동물 때문에 대피소에 들어가지 못한 이재민이 고통을 호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유사한 일은 이번 의성 산불 때도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이 주민은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 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동물정책팀장은 “동물 동반 대피는 동물만을 위한 논의가 아니라 사람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얘기”라고 말합니다.
재난 상황에 따라 동물 구호 체계를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농촌 지역의 경우 마당견의 비중이 높아서 동물과 함께 대피소로 입소하는 주민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도권이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대다수의 수도권 가구는 실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릅니다. 만약 수도권에서 비슷한 대형 재난이 발생한다면 반려동물 동반 대피소의 필요성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별 사육 특성을 파악해 대응 매뉴얼을 짜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내는 아직, 재난 속 반려동물 대피는 공백
해외에서는 재난 상황에 따른 동물 대피 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하지 못한 반려인이 희생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 미국에서는 1년 뒤 ‘반려동물 대피 및 구조 표준 행동(PETS Act)’을 마련했습니다. 일본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반려동물 재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반려동물 동반 대피소를 점차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있습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이번 영남 산불 피해 집계가 끝나는 대로 동물단체 등과 함께 재난 대응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물을 격리 및 보호할 수 있는 임시 보호소 지정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까지 매뉴얼 초안을 마련하고 국비 지원안은 내년 예산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재난은 반복되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준비는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이 공백을 메우지 않는다면 제2의 노랑이와 말순이는 계속해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가족과의 이별을 겪은 노랑이와 말순이. 다시 누군가의 곁에서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둘 다 고령이지만 사람을 좋아합니다. 조용하고 따뜻한 환경에서라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노랑이와 말순이는 누군가의 다정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랑이와 말순이의 입양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 카드를 참고해주세요.
✔대피소로 이동한 가족과 이별하게 된 노랑이와 말순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믹스견, 노랑이]
- 16kg, 암컷, 17살
- 하루종일 꼬리를 흔들며 사람과 강아지 모두에게 친화적인 성격
- 유선종양이 있어 수술 필요하며 예후 확인이 필요
- 유선종양 제외 기타 질환은 없으며 수술 완료시 재발 방지 확인이 필요
[푸들, 말순이]
- 4kg, 암컷, 11살
- 안긴 상태로 핥는 것을 좋아하는 애교쟁이, 강아지에게 호기심 많은 성격
- 심장질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정밀 검사 후 확진시 치료 과정 필요
✔입양을 희망하시는 분은 아래 링크로 신청해주세요
- https://www.animals.or.kr/center/adopt
✔노랑이와 말순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55, 156번째 견공입니다 (109마리 입양 완료)
-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지난 3월 23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구조 당시 노랑이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산불 속에서 많은 동물들이 대피하지 못했습니다. 주인이 있던 노랑이랑 말순이도 마찬가지였죠. 견주들은 노랑이와 말순이를 마을 외곽에 묶어두고 떠나야 했습니다. 반려견은 대피소에 함께 들어가지 못하거든요.”
-동물자유연대 이민주 활동가
지난달 동시다발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영남 지역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초속 25m가 넘는 강풍에 가까스로 대피한 사람들, 화마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 재난은 예고 없이 닥쳤고, 재해는 무자비했습니다. 그나마 주민들 대부분은 불길을 피해 대피소로 달려가 목숨을 건졌습니다. 하지만 대피소의 문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건 아니었죠. 누군가의 가족이던 작은 생명들은 그렇게 불길 속에 남겨졌습니다.
“같이 가자” 반려견에게 끝내 꺼내지 못한 말
지난 3월 23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구조할 당시 노랑이의 모습. 화재로 인한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유선종양이 발견되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달 23일 산불이 번지던 경남 산청군 시천면 마을 어귀. 매캐한 연기 속에 늙은 믹스견 한 마리가 묶여 있습니다. 다가가보니 강아지 복부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어요. 바닥에는 몇 방울 핏자국도 보였습니다. 게다가 연기는 점점 심해지고 불길이 언제든 덮칠 수 있는 상황. 그런데도 강아지는 다가오는 사람들을 향해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같은 달 29일 경북 의성의 한 마을에서도 목줄에 묶인 푸들이 한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털이 엉망으로 엉킨 녀석은 지치고 놀란 듯 보였습니다. 몸에는 꼭 맞는 털옷을 입고 있었어요. 더러운 몰골과 누군가 정성껏 보살핀 흔적. 이상한 조합이죠. 이곳에도 불길이 다가오는 듯 공기 중에는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습니다.
지난 3월 29일 경북 의성에서 구조됐을 당시 말순이의 모습. 긴 털이 엉켜있어 현재는 미용을 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다가오는 불길 속에서 묶인 개들을 찾아낸 건 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의 활동가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개들을 발견한 건 아닙니다. 불이 난 뒤 대피소를 돌며 도울 일을 찾던 활동가들은 산청 대피소에서 김만수(가명) 할아버지, 의성체육관 대피소에서 이순덕(가명) 할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만수 할아버지는 “17살 먹은 나이 많고 아픈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대피할 때 데리고 올 수가 없어서 두고 왔다”며 “내내 마음이 쓰인다. 우리 강아지 좀 도와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했습니다. 순덕 할머니도 활동가들에게 다가가 “우리 집이 다 무너졌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올 수가 없어서 근처에 묶어뒀다”며 “전부 다 타버려서 강아지가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아까 그 녀석들이 만수 할아버지의 믹스견 ‘노랑이’, 순덕 할머니의 푸들 ‘말순이’였던 겁니다.
그렇게 노랑이와 말순이는 화마가 덮치기 전 극적으로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지난 1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서 마주한 노랑이.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꼬리를 멈추지 않고 흔드는 친화력을 보여줬다. 최민석 기자
구조 후 두 강아지는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로 옮겨졌습니다. 노랑이는 도착하자마자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센터 안을 누볐다고 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낯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사교성도 좋았고요. 문제는 건강이었습니다. 진단 결과 노랑이의 몸에서는 피가 떨어지는 유선 종양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말순이 건강도 좋지는 않았습니다. 구조 당시 심장질환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만수 할아버지도, 순덕 할머니도 고민에 빠졌습니다. 두 사람 모두 상황이 정리되면 가족인 노랑이와 말순이를 다시 데려가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순덕 할머니는 화재로 집이 무너져서 당장 자신도 돌아갈 거처가 없었습니다. 만수 할아버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노랑이는 당장 수술이 필요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두 어르신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단체는 노랑이와 말순이의 보호 및 치료를 돕겠다고 제안했고, 두 사람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지난 1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서 만난 말순이. 긴 털은 깔끔하게 미용되어 있었고, 유독 핥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민석 기자
“개는 안 돼요” 집 잃어도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없다
노랑이와 말순이가 온센터에 있는 강아지를 따라다니고 있다. 두 강아지 모두 대견사회성이 높다. 최민석 기자
여기까지만 보자면 노랑이와 말순이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입니다. 비록 가족과는 헤어지게 됐지만 재난에서 구조됐고, 동물단체를 만나 병을 고칠 기회도 얻었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정말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노랑이와 말순이가 불에 타지 않고 살아난 것부터가 천운입니다. 보통 재난 현장에 버려진 반려동물은 그대로 생명을 잃게 됩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사람들이 대피할 때 반려동물도 함께 대피하면 되지 않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노랑이와 말순이는 구조할 필요조차 없지 않았을까요?
이런 일이 벌어진 건 법의 공백 때문입니다. 재해구호법에 따르면 구호의 대상은 ‘사람’에 한정되어 있고, 국내의 경우에는 대피소에 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지자체 역시 반려동물을 위해 별도의 대피 시설을 마련한 전례가 없습니다. 결국 재난이 덮치면 반려동물은 생사의 갈림길에 홀로 남겨지게 됩니다.
산불 피해로 갈 곳을 잃은 동물을 위해 동물자유연대가 의성체육관 앞에 반려동물 임시 쉼터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단체는 지난 4일 쉼터 운영을 종료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런 상황으로 피해를 입는 게 반려동물만은 아닙니다. 반려동물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대피를 미루다가 사람이 화를 입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발생한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때는 반려동물 때문에 대피소에 들어가지 못한 이재민이 고통을 호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유사한 일은 이번 의성 산불 때도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이 주민은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 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동물정책팀장은 “동물 동반 대피는 동물만을 위한 논의가 아니라 사람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얘기”라고 말합니다.
지난 1일 취재진과 만난 이민주 활동가가 노랑이와 말순이의 구조기를 설명해주고 있다. 노랑이는 취재진에게 다가와 애교부리기에 바빴다. 하승준 인턴PD
재난 상황에 따라 동물 구호 체계를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농촌 지역의 경우 마당견의 비중이 높아서 동물과 함께 대피소로 입소하는 주민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도권이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대다수의 수도권 가구는 실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릅니다. 만약 수도권에서 비슷한 대형 재난이 발생한다면 반려동물 동반 대피소의 필요성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별 사육 특성을 파악해 대응 매뉴얼을 짜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내는 아직, 재난 속 반려동물 대피는 공백
경북 산불 현장 구조에 나선 동물자유연대 활동가가 화재로 인해 생명을 잃은 동물 사체 채증을 위해 촬영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해외에서는 재난 상황에 따른 동물 대피 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하지 못한 반려인이 희생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 미국에서는 1년 뒤 ‘반려동물 대피 및 구조 표준 행동(PETS Act)’을 마련했습니다. 일본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반려동물 재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반려동물 동반 대피소를 점차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경북 산불 구조 현장에서 발견된 화재 피해를 입은 강아지. 동물자유연대 제공
국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있습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이번 영남 산불 피해 집계가 끝나는 대로 동물단체 등과 함께 재난 대응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물을 격리 및 보호할 수 있는 임시 보호소 지정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까지 매뉴얼 초안을 마련하고 국비 지원안은 내년 예산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재난은 반복되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준비는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이 공백을 메우지 않는다면 제2의 노랑이와 말순이는 계속해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노랑이는 유선종양, 말순이는 심장질환 추정으로 두 강아지 모두 치료가 필요하다. 최민석 기자, 하승준 인턴PD
가족과의 이별을 겪은 노랑이와 말순이. 다시 누군가의 곁에서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둘 다 고령이지만 사람을 좋아합니다. 조용하고 따뜻한 환경에서라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노랑이와 말순이는 누군가의 다정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랑이와 말순이의 입양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 카드를 참고해주세요.
✔대피소로 이동한 가족과 이별하게 된 노랑이와 말순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믹스견, 노랑이]
- 16kg, 암컷, 17살
- 하루종일 꼬리를 흔들며 사람과 강아지 모두에게 친화적인 성격
- 유선종양이 있어 수술 필요하며 예후 확인이 필요
- 유선종양 제외 기타 질환은 없으며 수술 완료시 재발 방지 확인이 필요
[푸들, 말순이]
- 4kg, 암컷, 11살
- 안긴 상태로 핥는 것을 좋아하는 애교쟁이, 강아지에게 호기심 많은 성격
- 심장질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정밀 검사 후 확진시 치료 과정 필요
✔입양을 희망하시는 분은 아래 링크로 신청해주세요
- https://www.animals.or.kr/center/adopt
✔노랑이와 말순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55, 156번째 견공입니다 (109마리 입양 완료)
-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