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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낮 2시 월드컵공원반려견놀이터의 모습. 이날 놀이터에는 대형견과 소형견 10여 마리가 뛰어놀고 있었다. 신혜연 기자

11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한편에 있는 높은 철망 너머에서 골든래트리버와 진도믹스견 등 대형견 여러 마리가 흙바닥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축구장 1개 크기보다 조금 작은 이 공간은 서울시가 만든 반려견 놀이터다. 체구 40cm 이상의 강아지들이 모인 대형견존과 40cm 미만 강아지가 모인 소형견존으로 나뉜다.

이날 대형견존과 소형견존으로 나뉘는 입구에서 마주친 진도믹스와 소형견은 서로 으르렁거리며 신경전을 벌였다. 주인들이 달래며 충돌은 없었지만 놀이터에선 종종 강아지 간 갈등이 발생했다. 대형견 존에서 작은 솜털 뭉치 같은 소형견 한 마리가 돌아다니기도 했다. 현장을 관리하는 A씨는 “견주가 대형견과 소형견을 함께 데려와서 어쩔 수 없이 함께 입장시켰다”며 “지금까지 큰 사고는 없었지만 개들끼리 작게 물고 할퀴는 건 일상처럼 벌어진다. 큰 사고가 벌어지면 견주들이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월드컵공원반려견놀이터에 붙은 안내문. 놀이터에서 벌어지는 사고는 견주들의 책임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A씨는 "충돌이 발생해도 견주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시가 개입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신혜연 기자

반려견을 기르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놀이터도 함께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에서 운영 중인 공공 반려견 놀이터는 모두 16곳이다. 4곳은 서울시 직영으로, 12곳은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월드컵공원 반려견 놀이터 일평균 이용자는 273명, 보라매공원 반려견 놀이터 일평균 이용자는 371명에 달했다.

이용자가 늘면서 시설과 이용방법 관련 민원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견 놀이터와 관련 민원 10건이 접수됐다. 반려견 놀이터가 있는 구의 홈페이지에도 반려견 놀이터의 청결 상태나 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이용자들은 매너가 없는 반려견주에게 경고를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장난감 허용 여부와 입마개 착용 장소 범위 등에 대해 문의하기도 했다.

CCTV 설치 및 출입 관리에 대한 민원도 많이 제기된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진모(34)씨는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관리원이 없는 틈을 타 개를 유기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로 지난해 5월 밤에 누군가 쪽지와 함께 개를 버리고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중형견과 대형견 분류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이용자들은 입을 모았다. 관리원이 없는 틈을 타거나 자신의 반려견이 일반 소형견보다 활발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중형·소형견을 데리고 대형 견사에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중형견이어도 덩치가 크지 않은 경우 대형 견사에 배치됐을 때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4살 된 셔틀랜드쉽독을 기르는 문모(31)씨는 “송파구의 경우 중형견은 상황에 따라 소형견사와 대형견사 모두를 이용할 수 있게 허용해 두었다”며 “중형견이어도 크기가 천차만별이라 세세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려견 놀이터 근무 인력을 늘리고 전문성을 갖추게 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3살 반 된 진도믹스견을 기르는 이모(37)씨는 “대형견들은 견주가 와도 개들 간에 싸움이 발생했을 때 말리기가 쉽지 않다”며 “놀이터에 전문가가 없다 보니 부적응견 입장을 제지하거나 잘잘못을 판단해줄 사람이 없어 보호자 간에 말다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법무법인 청음의 조찬형 변호사는 “공공 반려견 놀이터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시설이고 시민들 이용도 많지만 그만큼 사고도 자주 발생할 것”이라며 “시설 관리나 사고 예방 등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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