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기분 좋진 않아” “소음 걱정”
윤석열 전 대통령 사저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전임 동대표들이 붙인 펼침막이 붙어있다. 임재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한남동 관저를 나와 사저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로 돌아올 예정인 가운데, 단지 주변에는 오전부터 긴장이 감돌았다. 유튜버 몇몇이 미리 자리를 잡고 주변 촬영에 나섰고, 주민들은 착잡함과 우려가 교차하는 심경을 전했다.
이날 아크로비스타 단지 안에는 제12기입주자 동대표 일동 명의로 ‘대통령 내외분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12기는 현재 동대표는 아닌 2021~2022년 동대표를 지낸 이들이라고 한다. 단지 주변 인도에도 ‘YOON AGAIN!(윤 어게인) 다시 대한민국!’ 등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난 2022년 11월 아크로비스타에서 한남동 관저로 이사했던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파면 뒤 일주일 만에 자택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도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이은 파면 결정으로 2년6개월 만에 돌아오는 전임 대통령을 보는 착잡한 마음이 커 보였다. 이 아파트 주민이자, 김건희 여사가 최재형 목사에게 받았다가 버린 책을 우연히 발견해 제보했던 권성희(62) 변호사는 한겨레에 “강남이라고 해도 다 윤 전 대통령 편은 아니어서 안타까워하는 분도 일부 있고, 탐탁지 않아 하는 분들도 있다”며 “(현수막을 만드는 등) 티를 내는 분들은 주민 중 일부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아파트에 사는 70대 중반 김아무개씨는 “2022년 대통령이 돼 떠날 때 동네 주민들 분위기가 좋았다”고 회상하며 “나라를 위해서 끝까지 대통령을 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ㄱ(85)씨도 “우리나라 대통령이니까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잘하기를 바랐다”며 “임기 중간에 돌아온다니까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주상복합 건물 아크로비스타 상가 입구에 설치된 경찰 소음 측정기. 사진 임재희 기자
윤 대통령이 사저로 거처를 옮기며 아파트 주변이 소란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집 주변으로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와 이에 맞서는 시민들이 향후 한 달간 매일 집회 신고를 해 둔 상태다. 이날 오후에도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5천명 규모의 집회를 아크로비스타 주변에 신고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 한남동 관저에서 사저인 아크로비스타까지 ‘인간띠’를 만들어 배웅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2022년까지 아크로비스타에 살다 주변 아파트로 이사했다는 정아무개(45)씨는 “당선 뒤 관저로 이사가기 전에도 집회 소음이 심해 경찰서에 신고를 몇번이나 했다”고 했다. 이날 아파트 주변을 걷던 시민들도 “집회 커지면 어떡해” “지지자들 몰려드는 거 아니냐”고 우려했다. 경찰은 이날 사저 주변에 기동대 2대 부대(120여명)를 배치할 계획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