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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낮 12시 51분, 규모 7.7 강진이 미얀마를 덮쳤습니다. 진앙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 서남쪽 33km였습니다. 그로부터 2주, '뉴스 홍수' 속에 미얀마 강진 소식은 한국에서 조금씩 잊혀가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현지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당시 만달레이로 급파됐던 KBS 취재진이 방송에 미처 다 담지 못했던 현장의 모습과 현재 상황을 전합니다.
현지 시각 3일. 강진 피해로 붕괴된 미얀마 만달레이의 호텔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의 호텔입니다. 건물 두 동이 서 있는 듯 보입니다. 왼쪽 건물은 비교적 멀쩡해 보이고, 오른쪽은 기울어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습니다. 그런데 이 호텔, 원래는 하나의 건물입니다. 지진으로 가운데가 쩍 갈라진 겁니다.

■ 여전히 오후 12시 51분에 멈춘 도시

미얀마에는 고속도로가 딱 하나 있습니다. 최대 도시 양곤과 수도 네피도, 만달레이를 잇는 양곤-만달레이 고속도로입니다. 만달레이 공항은 지진으로 임시 폐쇄됐습니다. 지난 1일 양곤에 도착한 취재진이 만달레이로 가는 길은 이 고속도로밖에 없었습니다.

도로 곳곳에서 군인과 경찰이 검문을 했습니다. 1일 오후 12시 51분, 취재진이 탄 차량을 군인 여럿이 멈춰 세웠습니다. 군사정부가 통제하는 미얀마, 잠시 긴장했지만 추모 묵념을 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12시 51분, 강진이 일어났던 시각입니다.

양곤과 만달레이를 잇는 미얀마 유일의 고속도로

오후 12시 51분. 취재진이 탑승한 차량을 군인이 멈춰 세웠다.

■ 험난했던 만달레이로 가는 길

양곤에서 만달레이까지 평소였으면 8시간 남짓한 거리입니다. 처음 6시간 정도는 도로를 달리는 데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양곤과 만달레이의 중간쯤에 있는 수도 네피도 인근부터 갈라지고 찢긴 도로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차선 하나가 완전히 망가져, 한 차선으로 상·하행선 차량이 번갈아 달리기도 했습니다. 두꺼운 콘크리트 도로마저 찢어버린 강진의 위력을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만달레이까지는 11시간이 걸렸습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만달레이 전역이 폐허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만달레이 신시가지는 비교적 피해가 덜했습니다. 그런데도 통신은 방송 연결이 걱정될 정도로 끊기기 일쑤였고, 숙소는 예고 없이 물과 전기가 공급되다 멈추기를 반복했습니다.

■ 폐허가 된 호텔…'기적 생환' 있었지만

강진 피해가 큰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말 그대로 폐허였습니다. 간간이 들려오는 구조 소식은 기적 같았습니다.

앞서 보셨던 호텔에서는 지난달 31일, 여성 한 명이 매몰 60여 시간 만에 구조됐습니다. 하지만 추가로 들려오는 구조 소식은 없었습니다.

직접 가 봤더니, 미얀마와 중국 구조대원들이 장비로 건물의 기울기를 측정하고,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추가 붕괴가 우려돼 구조대도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습니다.

한 미얀마 구조대원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 호텔에서 생존자 1명을 구하고 숨진 4명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추가 수색은 당국 승인이 날 때까지 잠시 멈췄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나는 사람들과 차량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교통 통제만 할 뿐이었습니다.




■ "구조대 안 들어와요" … 주민들이 직접 수습하는 빈민촌

그나마도 구조대가 수습하는 곳은 상황이 나은 곳이었습니다. 당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여진이 두려워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던 주민의 소개로 빈민촌에 가봤습니다. 미얀마 안에서도 소수인 무슬림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습니다. 대로변에 있는 집을 통과해 들어가니 구석구석 골목 진 마을이 나왔습니다. 내려앉지 않은 집이 없었습니다.

하수도에는 벌레와 음식물 잔해들로 악취가 났습니다. 지진 수습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전염병이 우려될 정도였습니다. 이런 데서도 다치지 않은 주민들은 길에 놓인 벽돌과, 무너진 잔해들을 치웠습니다. 여진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없도록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었습니다. 숨진 가족의 시신도 모두 직접 수습했습니다.

주민 민민툰 씨는 취재진 카메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벽돌을 옮겼습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아직 구조대는 들어오지 않았다"며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불편할 테니, 동네 사람들이 함께 잔해물을 치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방 어디로 눈을 돌리든, "지진 피해로 대부분 집들이 이렇게 무너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복구 작업은 주민들이 스스로 진행하고 있습니다"라는 기자의 멘트가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무너진 건물 옆으로 주민들이 뒷정리를 하고 있다.

건물에서 나온 잔해들을 주민들이 직접 치우고 있다.

무너진 건물에서 손수 벽돌을 옮기는 민민툰 씨


■ 골든타임 지났다 … 사망자 3,600명 ↑

'골든타임' 72시간은 이미 지난 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생존자를 구하는 일보다, 피해자 지원과 시설 복구 작업에 힘을 쏟는 모양새입니다. 지원을 왔던 국제 구조대도 하나둘씩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지난 7일,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600여 명으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부상자와 실종자는 각각 5,017명, 16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수색과 구조 작업에는 20개국에서 1,738명이 참여했고, 653명의 생존자를 구출했습니다. 군정 대변인은 지진의 공식 명칭을 '만달레이 대지진'(the Big Mandalay Earthquake)으로 명명했습니다.

촬영기자: 심규일, 조원준

[미얀마 강진 / 시리즈 연재 순서]
① 비극은 아직 '진행 중'…'강진' 만달레이는 지금
② 만달레이 떠나는 교민, 남아야 하는 이들
③ 강진에도 '군부 폭격' 계속…진앙 '사가잉' 모습은?
④ "여진 무서워 밖에서 자"…거리 나온 현지인들


[연관 기사] “내 동생이 저기 있어요”…만달레이 지금은? (2025.04.01.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16116
[연관 기사] ‘진앙’ 사가잉 상황은?…“교민, 철수 결정” (2025.04.02.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17327
[연관 기사] 만달레이 교민들 철수 시작…현지인, 구호품에 기대 사투 (2025.04.03.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18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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