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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지난 2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5 제1차 KOPEC 아태전략 포럼’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인협회
“관세 협상에서 한국과 같은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에게 더 유리한 대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미국 측 주역이었던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9일(현지시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에 부과된 상호 관세율 25%는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수치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중국을 제외한 70여개국에 대해 ‘상호 관세 90일 유예’ 조치를 발표하면서 기존 25%의 상호 관세가 부과된 한국은 기본 관세 10%가 적용되는 상태에서 미 통상 당국과 본격적인 관세 협상에 나서게 된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한국은 FTA 체결국인 데다 그동안 대미 제조업 투자를 대폭 확대한 점에 비춰봐도 25%의 상호 관세는 꽤 무거운 조치라며 “협상으로 충분히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을 두고 승자가 없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패자인 ‘루즈루즈 게임(Lose-Lose Game)’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의 대응 전략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에 맞서 관세를 더 올릴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중국과 같은 보복 대응은 정답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정인교)과 미국의 USTR 대표(제이미슨 그리어)가 최대한 자주 만나 신뢰를 구축한 뒤 양국 무역 관계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해소하고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또 “‘관세전쟁’의 시대에 상호 존중의 미덕은 사치일 수 있다”며 “누구보다 빨리 대처하는 민첩성, 그리고 상황에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전쟁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6~2007년 한ㆍ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한국과의 협상을 총괄한 커틀러 전 부대표는 현재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으로 있다.



“관세전쟁 모두 패자인 루즈루즈게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Q :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유예’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A :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무역적자가 교역 대상 국가와의 불공정한 무역 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관세를 인상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확신이 강하다. 무역적자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에는 이해가 되나 상황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은 관세가 아니다. 파트너들과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어야 한다.”

Q :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어떻게 전개될까.

A :
“유럽연합(EU)과 중국이 보복을 선언했다. 이미 우리는 중국의 보복에 미국의 재보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무역전쟁이 전면화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전 세계 경제 침체, 물가 상승,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모두에게 손해이고 상처만 남는 ‘루즈루즈 게임’이다.”

Q : 고강도 압박 후 슬며시 철회하는 예측불허 관세 정책에 시장의 혼란이 크다.

A :
“지난 2일 상호 관세율 설정 산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단순히 특정 대상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수입 규모로 나눈 비율에 기초한 상호 관세율은 정확한 수단이 아니다. 이틀 전 상호 관세 일시 중지설이 나왔을 때 백악관은 ‘가짜뉴스’라고 부인했는데 결국 90일 유예 결정이 나오는 등 예측 불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인기가 없는 관세 정책이 신뢰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협상이 최선…韓 관세율 조정 여지 커”

Q : 협상 국면이 본격화할 텐데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A :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즐기며 현실적으로 협상이 최선의 해결책일 수 있다. 중국이나 EU처럼 보복을 선택하는 건 도움이 안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에 재보복으로 대응하며 여기에는 비례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누군가 때리면 더 세게 맞받아친다는 ‘트럼프 룰’이 작용한다. 이게 허풍이 아니라는 것은 집권 1기 때 벼랑 끝으로 갔던 미ㆍ중 무역전쟁에서도 알 수 있다.”

Q : 협상이 성공적일 경우 관세가 상당 부분 인하될까.

A :
“가능성이 있다. 사실 미국과 한국은 FTA에 따라 양국 간 거의 모든 교역은 무(無)관세다. 그럼에도 25%의 상호 관세율이 부과됐을 때 개인적으로 놀랐다. 거꾸로 보면 향후 협상에 따라 관세 조정의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도 된다. USTR 대표와 한국 통상교섭본부장의 협상 테이블에서 양국 무역의 주요 우려를 해소하고 조선 등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 대한 공감대를 넓힌다면 분명 관세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2017년 3월 15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5주년 좌담회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접견실에서 열렸다. 김종훈 한ㆍ미 FTA 전 한국측 수석대표(오른쪽)와 웬디 커틀러 전 미국측 수석대표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웬디 커틀러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관계 학사 학위를, 조지타운대에서 외교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28년간 미국무역대표부에서 통상 문제를 다룬 미국 내 최고의 통상 분야 베테랑이다. 2006~2007년 한ㆍ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 대표를 맡아 김종훈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와 줄다리기 협상 끝에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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