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근로시간 단축제로 실근로 줄여
자율 시행으로 주 5일제 충돌 최소화
“너가 쓰면, 내가 쓰고”···배려 문화도
자율 시행으로 주 5일제 충돌 최소화
“너가 쓰면, 내가 쓰고”···배려 문화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경기 김포시 양촌읍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에서 주물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포)=임지훈 기자
[서울경제]
“자녀 돌보는 게 걱정인 부모와 주말에 여행 떠나고 싶은 청년까지 모두 만족하죠.”
울산 중구청은 올 1월부터 직원이 주 4.5일제를 쓰도록 했다. 월~목요일에 1시간 씩 더 일하는 식으로 4시간을 아껴 금요일 오후엔 몰아 쉰다. 전 직원 719명 중 약 23%가 이렇게 금요일에 1번 이상 일찍 퇴근했다. 시범 사업으로 출발한 이 제도는 직원들 호응이 높아 5월부터 본 사업이 된다. ‘자신감’이 붙은 울산 중구청은 직원 절반까지 쓰도록 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울산 중구청이 주 4.5일제를 성공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주 4.5일제를 쓴 직원 30% 가량이 육아근로시간 단축제를 병행했다. 이 제도는 자녀가 어릴 때 근로시간을 하루 최대 2시간 단축할 수 있다. 단축제를 쓴 직원들은 덜 일할 수 있는 2시간 중 1시간을 주 4.5일제 1시간으로 썼다. 결국 주 4.5일제를 쓰면서도 월~목요일 1시간 일찍 퇴근하는 효과를 누린 셈이다.
두번째는 주 4.5일제를 강제하지 않고 원하는 직원만 활용하도록 했다. 동시에 희망 직원 중 25%만 쓰도록 했다. 또 부서 별로 활용 직원이 몰리지 않도록 했다. 매월 직원 만족도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주 4.5일제 적응 기간을 충분히 둔 셈이다.
세번째는 직원 간 소통과 배려다. 중구청 한 직원은 “‘이번 주는 내가 쓰면, 다음 주는 너가 쓴다’는 식으로 주 4.5일제 사용을 조율했다”며 “A직원이 한 번도 안 쓰면 B직원에게 A직원이 안 쓴 기회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 소통 덕분에 주 4.5일제와 기존 주 5일제가 크게 충돌하지 않았다. 동시에 주 4.5일제를 써 일찍 퇴근한 직원의 업무를 대신 맡을 직원들의 불만을 낮췄다.
조기 대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주 4일제와 주 4.5일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양당이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에 관심을 둔 건 반길 일이다. 하지만 두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양당은 울산 중구청 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낮은 유연근무제 활용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해야 ‘국힘식 주 4.5일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6월 말 기준 유연근무제 활용률 조사를 보면 탄력근로제가 4.1%, 선택근로제가 2.7%, 재량근로제가 0.9%다. 그나마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쓴 덕분이다. 탄력근로제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가 40.6%인 반면 100인 미만은 4%에 머물렀다. 주 4.5일제는 중소기업이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낮은 노동생산성이 더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2023년 우리나라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국가 평균보다 약 20% 낮다. 우리나라는 시장구조상 생산성을 올리기 어렵다. 근로자 성과보다 연공에 따라 임금 수준이 결정되는 기업이 많고 해고 금지로 대표되는 근로자 보호도 해외보다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대기업·공공부문과 중소기업 간 임금 등 격차를 더 벌려 사회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은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일정 수준 임금을 보전할 방법을 찾기 쉽다. 반면 임금 지급 여력이 낮고 고질적인 인력난까지 겪는 중소기업은 근로자가 원하는 임금 수준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가 100을 벌면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50~60을 벌 정도로 격차까지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