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미국 백악관의 오벌오피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미국 행정부 조직 정부효율부(DOGE)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공무원들의 대화를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삭감 조치로 불거지는 반발을 막기 위한 조치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미국 환경보호국(EPA) 소속 직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새로 임명된 직원들로부터 머스크의 팀이 AI를 활용해 직원들의 대화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머스크에 대한 적대적인 내용이 있는지 감시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직원들은 기존 EPA 직원들에게 DOGE가 업무용 협업 도구인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포함한 앱과 프로그램들을 AI로 감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 환경보호 관련 법 집행을 담당하는 기관인 EPA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대규모 감원 및 예산 삭감의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EPA는 소속 직원 600여명을 줄였고, 예산의 65%를 삭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해당 사실에 대해 EPA 측은 로이터에 "기관의 기능과 행정적 효율성을 최적화하기 위해 AI를 보고 있다"면서도 AI를 "DOGE와 협의한 인사 결정"에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직원 감시를 위한 AI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워싱턴대의 정부 윤리 전문가인 캐슬린 클라크는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는 언행을 막거나 억압하기 위해 정부 권력을 남용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또한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의 DOGE팀은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안보 라인이 군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민간 채팅 앱인 '시그널'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특정 시간이 지나면 대화 내용이 사라지는 시그널 활용은 미국 연방 정부의 기록 보존 원칙을 어긴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소식통은 또 DOGE가 연방정부 공무원들을 대규모 감원하는 과정에서 머스크가 개발한 AI 챗봇인 그록을 '아주 많이' 활용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DOGE팀의 AI 및 시그널 활용은 DOGE의 업무 투명성을 저해하며,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이 AI로 수집한 정보를 사적인 이익을 위해 쓰거나 정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과 DOGE, 머스크 측은 로이터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