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슈왈제네거·앤드류 버냅 등
헐리웃 스타, 던스트 착용한 모습 포착
던스트, 지난해 해외 사업 확장하며
현지 입소문…젠더리스 디자인 통해
헐리웃 스타, 던스트 착용한 모습 포착
던스트, 지난해 해외 사업 확장하며
현지 입소문…젠더리스 디자인 통해
패트릭 슈왈제네거가 드류 베리모어 쇼에 던스트를 입고 등장했다. (사진=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얼마 전 할리우드 배우 드루 배리모어가 진행하는 방송 ‘드루 배리모어 쇼’에 모델 겸 배우 패트릭 슈워제네거가 출연했다. 미국 방송사 HBO 인기 시리즈 ‘화이트 로투스’ 시즌3의 주인공이자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아들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가장 ‘핫한’ 언더웨어 브랜드인 스킴스(SKIMS)의 새로운 캠페인 모델로도 발탁되며 인기를 끄는 인물이다.
슈워제네거는 이날 방송에서 흰 셔츠에 빨간 니트 조끼를 착용했다. 그 위로는 베이지색 오버사이즈 재킷을 입고 통이 조금 널찍한 청바지를 입었다. 깔끔하고 단정한 패션이다.
이날 그가 입은 재킷부터 바지까지 모두 한국의 토종 패션브랜드 ‘던스트’ 제품이었다. 던스트는 LF의 젠더리스 브랜드다. 이 브랜드 의상은 슈워제네거뿐만 아니라 크리스틴 스튜어트, 브라이언 그린버그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입어 화제가 되고 있다.
(왼쪽부터) 브라이언 그린버그, 럭키 블루 스미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던스트를 착용한 모습. (사진=유튜브, 인스타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할리우드에 퍼지는 ‘K-패션’ 슈워제네거가 던스트를 입었다는 사실은 3월 12일 파파라치 사진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던스트는 2019년 LF의 사내벤처 프로젝트로 시작한 브랜드다. 2021년 독립법인 ‘씨티닷츠’로 분리됐다. 3월 들어 할리우드 곳곳에서 던스트가 꾸준히 목격됐다. 슈워제네거 등장 하루 전인 3월 11일에는 미국 영화배우인 브라이언 그린버그가 NBC방송 인터뷰에서 던스트의 화이트 데님 워크 재킷을 착용했다. 또 다른 미국 배우 앤드루 버냅은 3월 13일 디즈니 새 영화 ‘백설공주(SNOW WHITE)’ 홍보 콘텐츠 촬영에서 던스트의 오픈 카라 니트 카디건을 입었다.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지난 2월 던스트의 파란색 니트를 착용한 모습이 파파라치컷을 통해 알려졌고 미국의 유명 모델인 러키 블루 스미스는 던스트를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배우 제이크 질렌할, 농구선수 드웨인 웨이드 등이 성별 구분 없이 던스트 제품을 입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협찬을 받지 않고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선택했다는 점이다. 해외 셀러브리티 스타일리스트 사이에서 ‘힙한 브랜드’로 입소문이 난 결과다. LF 측은 해외 유명 연예인들의 던스트 착용과 관련 “해외 배우들로부터 협찬에 대한 문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던스트의 인기 요인은 단순한 디자인이다. 던스트 제품의 특징은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실용성을 중시한 디자인 △포멀과 캐주얼의 중간 디자인 △젠더리스(성별의 구분이 없는 스타일) 등이다. 실제 던스트(Dunst)의 브랜드 명도 ‘형체가 없는’을 의미한다. 성별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 같은 디자인이 유행을 타지 않는 미니멀리즘과 모더니즘(간결하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스타일) 패션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던스트 관계자는 “미니멀리즘 패션의 핵심은 누구나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입을 수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심플한 실루엣,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 미세하게 다른 디테일에 있다”며 “그게 던스트 디자인의 주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던스트. (사진=던스트)
◆ 매장은 단 1개, 재고는 거의 없는 브랜드던스트는 2019년 당시 LF 소속의 유재혁 팀장이 프로젝트를 주도했으며, 2021년 법인 분리 당시 공로를 인정받아 씨티닷츠의 대표로 승진했다. 현재도 던스트는 유재혁 대표가 이끌고 있다. 던스트는 론칭 초기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론칭 1년 만인 2020년 패션 본고장 프랑스 파리의 유명 쇼룸인 로미오 쇼룸에 입점했으며 이어 중국 티몰, 대만 니하우, 일본 시부야 파르코 등 글로벌 온오프라인 패션 플랫폼에 잇따라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회사는 던스트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독자 운영 결정을 내렸다. 던스트 론칭 2년 2개월 만에 신설법인 ‘씨티닷츠’를 설립하고 사업부문을 떼어냈다. 자율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2021년 독립 첫해 매출은 129억원이었으나 이듬해 265억원으로 뛰었다. 2023년에는 이 금액이 385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462억원까지 증가했다. 해외 수출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던스트의 매출은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LF 관계자는 “던스트는 연간 매출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며 “기존 브랜드와 달리 던스트의 목표는 K-패션 선도 브랜드로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던스트는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성공 사례다. 2023년 브랜드 공식 앰배서더로 블랙핑크 멤버 지수를 발탁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인정할 수 있는 성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빨리 자리 잡는 일은 쉽지 않은데 마케팅과 디자인 전략이 시너지를 내면서 세계 시장에서도 반응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던스트의 오프라인 매장은 전국 단 1개(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불과하다. 강남점 매장은 실물 제품을 접하고 싶은 고객을 위해 쇼룸 겸 콘셉트 스토어 개념으로 2022년 오픈한 것이며 추가 매장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으로 시작된 브랜드인 만큼 오프라인 확장보다는 브랜드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매장 운영의 유지비 등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어 속도감 있는 사업 확장이 가능해진다.
재고 소진도 빠르다. 던스트는 ‘할인 기간에는 원하는 사이즈를 구하지 못하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재킷이나 셔츠 등 던스트에서 특히 인기를 얻는 일부 제품은 본판매에 앞서 진행하는 선판매 주문 예약 기간에 완판되기도 한다.
던스트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에는 상하이에 중국 법인을 설립한 뒤 9월 2024 FW 시즌부터 사업을 본격화했다. 티몰, 샤오홍슈숍, 도우인숍 등 주요 인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중국 인기 배우 저우위퉁(周雨彤)과 앰배서더 계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던스트는 티몰 입점 두 달 만에 여성의류 카테고리 내 상위로 진입했고 지난해 11월 광군제 행사 기간 동안 코트, 맨투맨 등 주요 인기 상품들은 대부분 품절됐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는 세계 10대 백화점에 꼽히는 럭셔리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 영국 유명 명품 및 컨템포러리 플랫폼 ‘엔드 클로딩’, 카자흐스탄 백화점 ‘삭스 알마티’ 등의 신규 바이어를 확보했으며 프랑스 ‘프렝탕(PRINTEMPS)’, 이탈리아 ‘리나센테(RINASCENTE)’ 등 유명 백화점에서 먼저 팝업스토어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던스트 관계자는 “던스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매 시즌마다 높은 판매율로 리오더가 수차례 진행되고 있으며 주요 백화점 편집숍과 명품 컨템포러리 플랫폼에 입점 채널을 늘리고 있다”며 “현지 스타일리스트, 바이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쇼룸에서 던스트 제품을 찾는 업계 관계자들이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25 프리폴(PF) 시즌 기준 2024 프리폴 대비 수출 규모가 50% 이상 신장했으며 올해 유럽과 미주 중심으로 홀세일 비즈니스를 지속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