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가르트 푸르히너. AP연합뉴스
[서울경제]
나치 시절 강제수용소에서 나치 지휘관 비서 겸 타자수로 일하며 1만 명 이상을 살해하는 데 가담한 99세 여성이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사실이 전해졌다.
7일(현지시간) 독일 매체들에 따르면, 독일 이체호 검찰은 살인방조·미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름가르트 푸르히너가 지난 1월 9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푸르히너는 1943년 6월부터 1945년 4월까지 단치히(현재 폴란드 그단스크) 인근의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파울 베르너 호페 사령관의 비서 겸 타자수로 일했다.
독일 검찰은 푸르히너가 나치의 조직적 집단학살을 도왔다고 보고 1만505건의 살인방조와 5건의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단치히(현재 폴란드 그단스크)에 설치된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는 1939∼1945년 약 11만명이 수감됐고 이 가운데 약 6만5000명이 사망했다.
피고인은 2022년 12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작년 8월 연방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법원은 그가 살인용 독가스 주문과 수감자 이송 등 수용소 업무와 관련한 대부분 문건을 관리했고 사무실에서 화장시설 굴뚝도 보여 나치가 학살을 저지르는 사실을 몰랐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변호인은 당시 18∼20세였던 피고인이 수용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기 때문에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강제수용소 이전 은행에서 한 업무와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중립적'으로 행동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1심 재판 최후진술에서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죄송하다. 당시 슈투트호프에 있었던 걸 후회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라며 사죄했다.
푸르히너의 재판은 나치 부역 혐의자에 대한 사실상 마지막 형사소송으로 관심을 모았다.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 경비병으로 일했던 100세 노인은 3322건의 살인방조 혐의로 2023년 기소됐으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지난해 법원에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일각에선 100세 안팎의 단순 부역자들을 법정에 세워 단죄하는 게 과연 법적 정의에 부합하는지 논란도 있다. 전후 과거사 청산 과정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나치 친위대원 6500명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수십 명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