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명한 함상훈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8년 전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함 후보자는 버스기사의 횡령 행위는 액수와 상관없이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봤다.
함 후보자는 2017년 광주고법 제1민사부 재판장 시절, 버스기사 이아무개씨(당시 52살)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파기하고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버스회사의 절대적 수입원인 승차요금의 횡령은 아무리 소액일지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사유”라고 판단했다.
이씨는 2014년 1월 전북 전주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운행하면서 승객 4명으로부터 요금 총 4만6400원을 받은 뒤 이중 2400원을 회사에 납부하지 않았다. 이씨는 성인 승객 4명한테서 1만1600원씩의 요금을 받았지만, 운행일보에는 학생요금 1만1000원씩을 받은 것으로 적었다. 회사는 승객 4명에게 600원씩 총 2400원을 횡령했다며 이씨를 해고했다.
1심은 이씨의 행위가 횡령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횡령 금액이 미미하며 이씨가 17년 동안 다른 사유로 징계를 받은 적이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해고 처분은 지나친 양형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함 후보자가 재판장인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승차요금은 버스회사의 절대적 수입원이고 요금 특성상 횡령 규모가 소액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횡령액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사유”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회사가 비슷한 시기 3회에 걸쳐 횡령을 저지른 다른 기사에게는 정직을 처분하는 등 징계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는데, 2심 재판부는 정직 처분을 받은 다른 운전기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한 반면 이씨는 1인 시위를 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씨에 대한 징계가 과하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표는 이 판결에 대해 페이스북에 “법원은 자식들을 생각해 명예회복을 바라는 늙은 노동자의 작은 희망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8월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오석준 대법관도 2011년 버스요금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고된 버스기사에게는 자녀가 3명 있었다. 판결 이후 (버스 기사가) 10년째 직장을 구하지 못해 막노동으로 다섯 식구를 부양하고 있다”며 오 대법관을 비판했다.
이에 오 대법관은 “당사자의 사정을 참작하려 했지만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다. 무겁게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