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규 법제처장이 9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2025.4.9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9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 임명 저지 총력전에 나섰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이날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고려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구 야권 주도로 통과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중 국회에서 선출하는 3명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에 대해서만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개정안 골자다. 대통령 몫 3명은 지명·임명할 수 없도록 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날 이 처장을 포함해 대통령 몫 2명을 지명했다.
대통령이 국회·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국회 선출안 통과 후 7일 이내에 임명하지 않으면 자동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최근 이어진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사태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퇴임하는 헌법재판관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는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법사위는 이 조항에 ‘법 시행 직전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재판관에도 적용한다’는 부칙을 뒀다. 한 권한대행이 이 처장 등 2명을 임명하는 것을 저지하면서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늘리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더라도 한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의장실과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해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에 나서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만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회 의결 사안이 아니어서 청구 주체 및 사유 등을 두고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에 부여된 인사청문 의사절차 진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당했다’는 게 (법적 조치의) 주된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법률위 관계자는 “이번 주 안에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권한 없는 자에 의한 임명 절차 진행이 국회의 여러 권한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는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는 오는 16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사건에 대한 조사 청문회를 여는 안건도 구 야권 주도로 처리했다. 최 부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등 증인 10명과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참고인 4명에 대한 출석 요구의 건도 함께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