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300 붕괴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와 함께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진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각종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미국발 세계금융 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480원대로 올라섰다. 15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는 2300선이 붕괴됐다.
9일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0.8원 오른 1484원으로 시작해 약 10분 뒤 1487.5원까지 올랐다. 오후 3시30분까지 주간 거래는 10.9원 오른 1484.1원에 마감했다. 이는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3월13일(1483.5원) 이래 최고치다. 최근 3거래일간 환율 상승 폭은 50원에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도의 ‘관세 전쟁’ 여파로 미국 달러가 유로, 엔 등 주요 통화에 견줘 약세를 보이는 국면에서 원화는 달러에 견줘서도 초약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1월17일에 견줘 4월8일까지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의 가치는 각각 6.18%, 5.98%, 4.25%씩 올랐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1월17일(1459.3원) 이후 9일 종가(1484.1원)까지 1.7% 올라, 원화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 12·3 내란사태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귀결되면서 30원가량 하락 요인(한국은행 분석)이 있었음을 고려하면, 관세 전쟁 여파로 인한 원화 약세 폭은 약 3.8%로 추산할 수 있다.
미국과 관세 전쟁을 본격화한 중국의 경우 위안화 가치는 같은 기간 0.1%, 멕시코 페소는 0.12% 내렸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018~2019년 미-중 무역 분쟁 시기에 원화 가치가 8%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된 바 있다”며 “국내 경제 구조 특성상 (미-중 관세 전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중국의 수출 상황 변화와 원-달러 환율 간 상관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가들 자금 이탈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1월20일 이후 이날까지 누적 순매도액은 17조원에 육박한다. 코스피는 이날 외국인 투자가의 집중 매도세 탓에 전날보다 1.74% 하락한 2293.70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2300선이 무너진 건 1년5개월여 만이다.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형중 우리은행 팀장은 “고율 관세 부과의 장기화로 인한 무역 환경의 경직, 국내 경기 하방 위험 확대에다 중국이 위안화를 약세로 유도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의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