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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6년來 최고]
위안화 약세 보이자 원화 동조현상
美 10년물 금리급등 변동성 커져
시장선 "中, 미국채 매도" 분석도
미중 무역갈등 단기 해결 어려워
환율 심리적 마지노선 돌파 우려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각종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발 관세 태풍이 세계 경제에 휘몰아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도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대혼란에 빠지고 있다.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로 달러화가 약세를 띠는 와중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원 넘게 상승하며(원화 가치 하락) 달러당 1500원 선을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상방이 뚫려 당분간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오른 1484.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 개장가(148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환율은 장 초반부터 1487.6원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12월 27일 장중 고가(1487.2원)를 단숨에 뛰어넘었다가 이후 상승 폭을 소폭 줄여 전달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다.

이날 원화 약세에는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다. 우선 104%에 이르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에 따라 위안화 약세가 나타났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위안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추가 절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위안화와 연동성이 높은 원화도 함께 추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하락했지만 위안화 약세에 원화가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미 국채금리 발작도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 시간) 미국 국채 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11%포인트 오른(국채 가격 하락) 연 4.29%를 기록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공식화한 4일 한때 3.85%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급등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4% 관세 인상에 ‘비공개’ 국채 매도로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미국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면 미 국채 시장은 안전자산 심리 선호 현상에 따라 강세를 나타내지만(금리 하락) 시장의 상식과 반대로 금리가 급등하자 이 같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채권금리 급등은 미국 경기 펀더멘털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으로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투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도 “안전자산 심리가 강화하면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 이동이 일어나는데 이 논리가 통하지 않는 비이성적인 장이 됐다는 것은 중국의 미 채권 매도와 같은 움직임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의 일반 상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움직임은 환율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통상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달러화 가치도 오르는 게 일반적 흐름이지만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DXY)는 9일 기준 102대로 전날보다 도리어 0.8% 하락한 상태다.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다른 나라 국채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졌으면 달러 약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주요국 가운데 금리 변동 폭이 미국만큼 심화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시장에서는 불확실성 쇼크에 직면한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아 현금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현금화되기 어려운 파생상품 중심으로 투매 현상이 일어나면 국채 가격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지는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불확실성이 극대화하면서 시장에서는 조만간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 심리적 천장을 뚫을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양국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한국 경제에 끼치는 침체 위협도 커지기 때문이다.

윤재호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무역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며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위로 충분히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도 “관세 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환율 상방이 뚫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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