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소 혐의 모두 유죄 인정…"권익위 위원 지위·친분 활용해 알선"
전준경 전 민주연 부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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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을 지내며 백현동 개발업자 등으로부터 8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준경(59)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9일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부원장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8억808만원, 벌금 5천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충 민원과 불합리한 행정제도를 처리하고 부패행위를 규제해 국민 권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설치된 권익위 위원 등으로서 그 지위와 직무수행 중 형성된 친분을 이용해 각종 민원, 인허가 사항에 관해 여러 차례 적극적으로 알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객관적 입장에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행세해 공무원들에게 알선한 걸로 보인다"며 "만약 피고인이 민원인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임을 알았다면 공무원들은 해당 민원, 인허가 신청 수용 여부를 신중히 검토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 전 부원장의 알선행위로 공무원의 직무 수행이 위법하게 된 경우는 없었던 점, 일부 금품 제공자는 '장기간 금품을 지급하려 했으나 전 전 부원장이 원하지 않아 중단했고 그가 제도상 문제점 개선을 위해 일한 걸로 생각된다'고 진술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전 전 부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정당한 자문에 따라 자문료를 제공받았다거나 직무와 관련한 금품을 수수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해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하도록 한 뒤 권익위 비상임위원 등을 역임하며 알게 된 공무원들로 하여금 민원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인허가 등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고 판단했다.
그가 맺은 고문계약 등에 대해서도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를 수수하기 위한 형식적인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신길 온천 개발사업 관련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권익위 의결 이후에도 고충민원 사후관리에 사실상 관여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며 직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을 배척했다.
전 전 부원장은 2015년 7월부터 작년 3월까지 7개 업체로부터 권익위 고충 민원과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총 7억8천여만원과 제네시스 승용차를 받아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1억여원과 승용차는 경기 용인 상갈지구의 부동산 개발 인허가 담당 공무원에 대한 청탁 알선 대가로 백현동 개발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게서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그는 2017년 1∼7월 신길 온천 개발사업 참여 업체로부터 권익위 고충 민원 의결 등 권익위 비상임위원 직무와 관련해 2천600만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도 있다.
전 전 부원장은 2015∼2018년 권익위 비상임위원, 2020년 용인시정연구원장, 2021년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부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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