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로운 박정희”
이철우 경북지사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철우 경북지사가 9일부터 연차를 쓰고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섰다. 역대급 산불 피해를 일선에서 복구해야 할 단체장이 자리를 비우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오후 국회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이 지사는 “박정희 대통령의 혁신을 현대적으로 적용해 나라 체질을 확 바꾸겠다. 박정희 대통령이 설계하고 실행했던 국가 개조의 정신을 계승해 열 가지의 국가 대전환을 추진하는 ‘새로운 박정희’가 되겠다”고 말했다.
최근 영남 지역에 난 초대형 산불에 대해서는 “단순 복구가 아닌 혁신적 재창조로 전화위복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과학기술의 힘이 필요하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과학기술이 추격형이라면 이제는 창조형으로 기후변화에도 견딜 수 있고 불이 잘 붙지 않는 수종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과학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들은 도지사 수준보다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직접 추진해서 기후변화 재난을 예방하고 방어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곧장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휴가 쓰고 대선 나가겠다는 이철우 도지사는 도민들이 우스운가?”라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경북 주민들은 역대 최악의 산불 앞에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신속한 피해 복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하고 지원 방안을 찾는 것이 도지사로서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란 행위를 옹호하며 극우 정치 행위에만 몰두한 이철우 지사에게 경북 주민들은 수차례 경고를 보냈다. 그러나 이철우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계산기만 두드리며 또다시 무리수를 두고 있다. 경선을 통과할 자신도 없이 ‘휴가 출마’하는 이철우의 구차한 선택에 애꿎은 도민들은 무슨 죄인가? 차라리 권한대행이 전념하여 현안에 대응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22일부터 일주일 동안 이어진 경북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지역 산불로 산불영향구역은 서울 면적의 75% 가량인 4만5157㏊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국내 단일 산불로는 최대 규모다. 경북도는 지난 2일 기준 집계된 산불 피해조사액은 약 8000억원이며, 최종적으로 1조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했다.